타부 4장 이번엔 의붓아비 (3) 3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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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91회 작성일소설 읽기 : 타부 4장 이번엔 의붓아비 (3) 37화
“후훗! 안녕. 아줌마. 오랜 만이네. 그 동안 잘 지냈어?”
빈정거리는 듯 조롱하는 정우의 말투에 새삼 그에게 크나큰 봉변을 당했던 일이 떠올라 윤정은 소름이 돋았다. 그날도 이런 말투였다. 사시나무 떨 듯 몸을 그렇게 떨면서 윤정은 악에 받친 사람처럼 소리를 높였다.
“이 집에는 어떻게 들어온 거야?”
“뭘 어떻게 들어와. 두 발로 들어왔지.”
“까불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 어떻게 들어왔냐고!”
“얼씨구! 이 아줌마가 지금 상황판단을 전혀 못하네. 소리는 왜 지르실까? 저녁 잘 못 먹었어? 이 집에 지금 아줌마하고 나, 이렇게 단둘이 오붓하게 있는데, 지금 뭘 믿고 큰 소리를 질러? 듣는 사람 기분 나쁘게. 어쭈구리! 안 보던 며칠 사이에 배짱이 몰라보게 늘었는데? 히힛! 좋았어! 난 강단 있는 여자가 좋아. 간만에 만났는데, 우리 뼈가 으스러지게 한 번 안아볼까?”
문 뒤에 서 있던 정우가 한 발자국 발을 내딛자 윤정은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정우의 말이 맞았다. 이 집에 저 악마 같은 자식과 자신, 그렇게 단 둘만 있는 거였다. 진즉부터 놈의 포악한 성격을 알고 있는 이상, 일부러 화를 돋울 필요가 없었다.
윤정은 뒤로 물러서다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정말이지 이상한 날이었다. 전생에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부자가 번갈아 돌아가며 나한테 이렇게 못된 짓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윤정은 이런 불행이 닥친 운명이 저주스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여력이 없었다. 윤정은 호흡을 가다듬으며 최대한 낮은 목소리로 달래듯이 물었다.
“정우야. 아줌마가 한 가지만 물어볼게. 너, 우리 집에 어떻게 들어온 거야?”
“말했잖아. 그냥 들어왔다고. 문이 열려 있던데?”
“거, 거짓말 하지 마. 너, 연수한테 우리 집 키, 안 돌려줬어?”
“아, 그까짓 키를 가지고 내가 뭐 어쩐다고. 키 달래서 줬다니까.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해두겠는데, 문은 열려 있었어.”
윤정은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자신이 문을 확실하게 잠그고 들어왔는지, 집으로 찾아온 종두 씨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문단속을 철저히 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분명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다. 아줌마가 네 말을 믿을게. 그런데 연수도 없는 이 늦은 밤에 우리 집에 찾아온 것이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니? 정우는.”
“실례? 그게 뭔데. 난 그딴 거 몰라.”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정우의 면상을 바라보자 윤정은 속이 뒤집힐 만큼 역겨웠다.
“지금 보시다시피 연수는 없어. 무슨 볼 일 때문에 왔는지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 가줬으면 좋겠구나. 연수 일 마치면 아침에 퇴근하는 것 너도 잘 알잖아. 볼 일이 있으면 내일 아침에 와. 정우야.”
“누가 뭐래? 연수한테 볼 일이 있어서 온 거 아냐. 아줌마 때문에 왔지. 그동안 아줌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모르지? 그리고 연수 그 놈, 내일 아침에도 얼굴 보기 힘들 거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연수를 아침에 보기 힘들다니?”
그러자 정우가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우며 대답했다.
“아줌마는 나한테 고마워해야 해. 내가 연수 그 자식, 지금 진짜 남자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축하해주고 이리로 곧장 달려 온 거니까.”
“너,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니?”
정우가 하는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윤정이 역정을 내며 물었다.
“연수, 걔 말이야. 전부터 나를 얼마나 졸랐는지 알아? 아줌마는 내가 그 동안 연수한테 시달린 거 생각하면 나한테 함부로 하면 안 돼.”
“…….”
“걔가 아주 오래 전부터 내 애인을 눈독 들이고 있었어. 슬기라는 여자앤데…… 아무튼 내 애인을 연수가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던 거야. 슬기, 고 계집애가 한눈에 봐도 꽤 삼삼하거든. 연수가 그 계집애한테 얼마나 푹 빠졌는지 그 숫기 없는 놈이 몇 번을 망설이던 끝에 얼마 전부터 나한테 조심스럽게 제안을 했어. 정우야. 네가 전부터 우리 엄마를 속으로 좋아했던 것을 알고 있으니까 엄마랑 슬기랑 바꿔 먹으면 어떻겠느냐고.”
“……?”
거기까지 듣던 윤정은 온 몸을 돌며 순환하던 피가 모조리 발밑으로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정우의 말을 믿어서가 아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연수가 그런 제안을 정우한테 했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문제는 이런 뻔한 거짓말까지 하면서 정우가 자신한테 보이는 지나친 관심이었다. 왜 이러는지 정말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윤정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살펴보는 정우의 시선을 외면했다. 놈의 말은 계속 되었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눈치인데…… 좋아! 믿든 말든 그건 내일 연수가 들어오면 아줌마가 확인하면 될 일이고…… 나는 어떡하면 좋을지 아줌마가 판단해줘. 나는 어떡해?”
윤정은 애써 외면했던 시선을 들어 정우를 노려보았다.
“뭘 어떡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짜증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문 뒤에 숨었던 정우가 거대한 덩치를 완전하게 드러내며 윤정에게 다가섰다. 윤정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엄마가 되어서 그런 섭섭한 소리를 아들 친구에게 하면 안 되지. 아줌마가 입장 바꿔 생각해봐. 내 입장이 되어보란 말이야. 지금 이 시간에 연수는 내 애인이랑 신나게 떡치고 있어. 그러면 내가 먼저 원했던 것도 아니고, 불알친구 소원 좀 들어주겠다고 썩 내키지 않았지만 애인까지 제공했던 나는 뭐가 되느냔 말이야. 그냥 애인을 뺏긴 걸로만 생각하면 돼? 나는 얻는 것도 없고 그냥 손해만 보란 말이야?”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정우는 진짜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윤정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답을 여력도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화가 나서 말문이 열리지 않았다. 윤정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정우는 팔짱을 끼고 그녀를 노려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은 그냥 가지 않을 거야. 아줌마…… 아니, 윤정 씨.”
엄마 친구의 본명을 스스럼없이 부르는 놈의 싸가지 없는 말투에 윤정은 그만 진저리를 치고 말았다. 어떻게 이딴 놈의 자식이 사람 새끼라고 밥을 먹고 다닐 수 있을까. 잠시 숨을 고르고 난 후에 놈이 목소리를 잔뜩 깔며 윤정에게 말했다.
“내 솔직하게 말할게. 한 번만 줘. 딱 한번만 주면 두 번 다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
“까불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 아줌마, 정말 화났으니까.”
윤정은 더 이상 정우를 상대하기 싫었다. 놈이 가든 말든 알 바가 아니었다. 윤정은 이런 불행한 상황을 맞닥트리게 만든 모든 신에게 저주의 욕설을 속으로 퍼부었다. 정우의 눈이 어떤 감정으로 인해 이글거리는 것을 본 윤정은 두 번 다시 그 눈길을 마주하기 싫어 냉랭하게 돌아섰다.
“악!”
윤정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돌아선 윤정을 팔을 정우가 붙잡았는데, 얼마나 우악스럽게 힘주어 잡았는지 어깨가 떨어져 나갈 만큼 고통스러웠다.
“이런 시발! 사람 말이 말 같지 않아? 좆도. 인간적으로 그렇게 좋게 얘기했으면 알아들어 처먹어야지. 연수 새끼한테 애인을 헌납한 것도 기분 뭐 같은데, 엄마가 나 몰라라 하면 안 되지. 모자가 나를 가지고 놀아야 되겠어? 되겠냐고! 엉?”
“아, 아파! 이 새끼야! 이거 못 놔! 이 개 같은 놈아!”
윤정도 버럭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우가 여전히 꽉 붙잡고 있던 팔을 놓지 않아 윤정은 정말이지 아픔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못 놔. 어디 한 번 그때처럼 개겨보시던가. 꼴리는 대로 해보라니까! 오늘은 네 육감적인 몸을 꼭 따먹고 가야 직성이 풀리겠어. 그렇게 된다면 난 오늘 죽어도 좋아.”
말을 마친 정우가 잡고 있던 윤정의 팔을 자신의 몸 쪽으로 바싹 잡아당겼다.
“아!”
윤정은 짧은 비명을 지르며 육중한 정우의 가슴에 안길 만큼 거리가 좁혀지자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놈의 흉악한 얼굴이 바로 코앞에 마주하면서 윤정은 위기의식을 느꼈다. 아니나 다를까. 뜨거운 입김을 토해내며 정우가 은밀하게 속삭였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비밀을 꼭 지킬게. 나랑 그런 일을 벌이면 아줌마가 얼마나 난처할 지, 나도 잘 알아. 그런데 내가 견딜 수가 없어서 그래. 나랑 한 번만 해줘. 제발 부탁이야. 내가 이렇게 좋게 얘기할게. 응? 거칠게 안 할 테니 내 소원 좀 들어달란 말이야.”
그때처럼 정우 놈의 집도 아니었고 그래서 은숙이가 와서 자신을 구해주었듯이 누군가의 출현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아들이랑 단 둘이 사는 이 집에 연수가 때를 맞추어 들어오지 않는다면 커다란 난관에 맞닥뜨릴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윤정은 다급해졌다. 그래서 정우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저, 정우야…… 너, 정말 왜 이러니? 엄마 친구한테 이러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 아무리 세상이 막 나가도 이러면 못 쓰는 거야. 제발 이러지 마. 저, 정우…….”
윤정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우가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그딴 설교 따위는 한 번 들었으면 그걸로 족해. 할 거야? 말 거야? 죽어도 못하겠다면 난 내 방식대로 할 수밖에 없어. 그걸 원해? 아줌마…… 나랑 하면 창피해서 그러는 거지? 전에 얘기했잖아. 난 이미 아줌마의 은밀한 부위까지 만진 사람이라고. 그러니 수치스럽다거나 부끄러워 할 필요가 전혀 없어. 괜찮아.”
윤정은 얼굴이 화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빨리 이 위기상황을 빠져나가야만 했다.
“정우야. 만약에라도 내가 너랑 몸을 섞는 그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봐. 앞으로 내가 네 엄마 앞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니? 난 죽었다 깨어나도 못된 짓은 할 수 없어. 억센 네가 나를 강제로 가진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겠지. 그것으로 나는 이 세상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 될 거야. 그러니 어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윤정은 눈을 질끈 감았다. 지금이라도 정우가 절친한 친구의 엄마에게 한 짓을 후회하며 이대로 돌아가길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기대했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정우의 말 한 마디에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그래? 고마워. 아줌마.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줘서.”
정우의 양 손이 입고 있는 니트의 허리 밑단에 올라왔다. 당황한 윤정은 재빨리 정우의 손을 잡았다.
“헛! 왜 그래? 마음대로 하래놓고는 갑자기 또 마음이 바뀌었어? 아줌마, 시간 끌면 아줌마만 손해야. 이렇게 마냥 시간 때리다가 연수라도 들이닥치면 그땐 어떡할 거야? 그걸 원해? 하아! 우리 아줌마가 그런 고상한 변태 같은 취미를 가지고 있는 줄을 전혀 몰랐네. 아들 친구랑 열나게 하는 것을 아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시간을 끌줄이야.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내가 오늘 아줌마랑 한다는 것은 밤이 지나면 변함없이 아침이 찾아오는 것과 똑같이 자연스러운 이치야. 어차피 나랑 섹스를 화끈하게 때리게 된다니까. 그것만은 확실해.”
정말이지 큰일이다 싶었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정우의 무지막지한 힘을 이기지 못해 강제로 능욕을 당하는 것을 아들 연수가 만약에라도 보게 된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아찔한 순간이었다. 윤정은 몸이 달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우랑 그 짓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해서는 절대 안 될 일이었다. 윤정은 잡고 있던 정우의 손을 힘을 주었다.
“저, 정우야…… 우리 이렇게…… 하면 어떻겠니?”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급한 대로 활활 타오르는 정우의 욕정을 잠재우는 것이 급선무였다. 윤정의 물음에 정우가 강한 호기심을 보였다.
“뭘 어떡하자는 거야?”
“저기…….”
나름대로 급하게 떠오른 생각을 제안하려고 입을 열다가 윤정은 도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정말이지 낯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어쩌자고 그런 못된 계획을 스스로 생각하고 말았는지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그리로 숨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윤정이 다문 입을 한참이 지나도 열지 않자 정우는 무거운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윤정은 마음이 차분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금 전에도 말했듯이 나를 죽이기 전에는 너랑 몸을 섞을 더러운 짓 따위는 절대 없을 거야. 그래서 너한테 묻고 싶은 말인데…… 네가 나랑 하고 싶은 건 물론 내가 마음에 들어서겠지?”
“응.”
정우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를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구나. 이렇게 다 늙어빠진 내가 무슨 매력이 있다고 나한테 그런 더러운 욕정을 품는지. 기가 막힐 따름이야. 정우. 너, 말이야. 나를 보면 막 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니? 솔직하게 말해 봐.”
“제 눈에 안경이야. 다른 여자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아. 오로지 아줌마하고만 하고 싶어 죽을 것 같아. 전에 얘기했잖아. 아줌마는 내가 꿈꾸어 왔던 이상형이라고.”
“휴우~ 그래. 알았다. 네 말을 들어보니 아주 이해가 가지 않은 건 아냐. 그래서 하는 말인데, 네가 나를 강제로 덮쳐도 나는 죽어도 너랑 할 수 없어. 그것만은 확실해. 대신 이렇게 하자.”
거기서 윤정은 잠시 말을 끊었다. 윤정이 하는 말을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는지 팔짱을 낀 정우가 한 발짝 더 앞으로 다가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