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 4장 이번엔 의붓아비 (2) 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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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79회 작성일소설 읽기 : 타부 4장 이번엔 의붓아비 (2) 36화
“종두 씨. 자꾸 왜 이러세요? 이러다가 연수라도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만 가시라니까요. 아이 참.”
혹시 이러다가 정말 아들이 느닷없이 들이닥칠까 생각하니 갑자기 겁이 덜컥 난 윤정은 힘을 잔뜩 주어 김종두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어렵게 빼냈다.
윤정의 행동에 잠시 말이 없어진 김종두가 화난 눈길로 쳐다보았다. 윤정은 그런 시선이 불편해 고개를 돌렸다. 창가 쪽으로 고개를 돌린 윤정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창틀에서 무언가가 아른거렸다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윤정은 불안한 마음에 창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윤정 씨. 나를 봐요.”
김종두의 말에도 윤정은 창가에서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나를 좀 보라니까요!”
갑자기 화난 사람처럼 높아진 김종두의 목소리에 윤정은 마지못해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윤정 씨는 내가 싫어요?”
“……”
할말을 잃은 윤정은 김종두를 바라보았다. 어느 새인가 그의 눈빛이 붉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사람 말이 말 같지 않게 들립니까? 물었잖아요? 제가. 김종두가 싫으냐고요?”
“종두 씨. 오늘 진짜 왜 이러세요? 제가 언제 종두 씨가 싫다고 했어요? 그리고 묻겠는데, 오늘 저희 집에 무슨 목적으로 찾아오신 거예요? 다른 뜻을 가지고 찾아오신 것 같아 제가 조금 불쾌하고 기분이 언짢아요. 정말 안 가실 거면 은숙이에게 전화해서 모셔가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렇게 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하세요. 아까도 구구절절하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요즘 정말 외롭고 고독해서 그래요. 돈 밖에 모르는 마누라가 제 마음을 알겠어요? 아니면 가족들 중에 누구 하나 제 이런 마음을 알아주는 애들이 있나요? 정말 인간 김종두 외롭고 쓸쓸해서 못 살겠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저한테 그런 하소연을 하면 어떡해요?”
“하아~그래도 윤정 씨는 제 마음을 알아줄 줄 알았어요. 이거 무척 섭섭합니다.”
섭섭해도 할 수 없었다. 평소 다정하고 따뜻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김종두가 솔직히 싫지는 않았다. 남자로서, 또 이성으로서도 충분히 호감이 갔다. 그러나 그는 절친한 친구 은숙이의 남편이었다. 윤정은 친구를 잃고 싶지 않았다.
방금 전에 본 벌겋게 충혈 된 김종두의 눈에는 뜨거운 욕정이 담겨져 있었다. 절대 있어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을 그가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이었다. 절대 안 돼! 윤정은 굳은 결의를 다지고 앉아있던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마지못해 김종두가 따라 일어섰다. 김종두는 이대로 허무하게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먼저 앞장서서 문밖으로 나가려는 윤정의 몸을 뒤에서 억세게 두 팔로 꽉 껴안았다.
“헉!”
느닷없는 김종두의 기습에 윤정은 자지러질 뻔했다. 단단하고 억센 김 종두의 두 팔이 가슴을 옥죄는 바람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가 거칠게 내뱉는 뜨거운 숨결이 닿은 오른 쪽 귓불에 열기가 느껴졌다.
한편 그 장면을 창가에서 목격하고 있는 정우는 이를 갈았다. 당장이라도 창틀을 뛰어넘고 싶었다. 질투심에 눈이 멀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나 정우는 이를 악물며 이성을 찾으려 애를 썼다. 지금 이 상황을 말없이 지켜보기로 작정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조, 종두 씨! 이, 이러면 안 돼요!”
“하아~하아~자, 잠깐만 이대로 있어요. 다른 짓은 안 할 테니까.”
김종두는 거칠어진 숨 때문에 헐떡거리며 있는 힘을 다해 윤정을 껴안았다.
“제발! 이러지 말아요. 은숙이가…… 종두 씨가 이러는 것을 알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나랑 은숙이가 친구 사이라는 것을 잊었어요? 제발 이 손 좀 놔요. 우리 이러면 안 되는 사이잖아요. 종두 씨.”
“괜찮아요. 전부터 집사람도 말했어요. 친한 친구니까…… 정말 친한 친구고…… 외롭게 살아온 윤정 씨니까…… 설사 제가 윤정 씨랑 잠자리를 해도 자신은 전혀 질투나지 않는다고 해도 좋다고…… 정말이에요. 윤정 씨만 좋다면 자신은 전혀 관여하지 않겠다고…… 남편 없이 오랫동안 혼자서 살아온 윤정 씨도 하물며 여자인데, 성적 욕구가 없을 수 있겠냐고요.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당신은 괜찮으니까 윤정이만 좋다면 자신은 모른 척 하겠다고 저한테 분명이 말했어요.”
귓가에 대고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해서 속삭이는 김종두의 말을 듣는 순간, 윤정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가뜩이나 시기심과 질투심이 많고 평소 김종두와의 부부 금슬을 자랑하던 은숙이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었다. 윤정은 말도 안 되는 김종두의 말에 소리를 버럭 질렀다.
“거짓말! 거짓말 하지 말아요!”
뒤에서 아빠의 행태를 숨죽이며 훔쳐보던 정우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괄괄한데다가 불같은 성격을 지닌 엄마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었다. 정우는 소리 없이 히죽거렸다.
“정말이에요. 지금 당장 전화해서 확인 해 보면 될 일 아니겠어요? 제가 아무리 윤정 씨한테 푹 빠져 있다고 해도 그렇지, 나중에 뻔히 알 수 있는 거짓말을 하겠어요?”
“듣기 싫어요! 설사 그렇다 해도 누구 마음대로, 누구 허락도 없이 이런 파렴치한 짓을……아!”
윤정은 말을 잇지 못했다. 물컹하고 단단한 김종두의 혀끝이 귓속을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짜릿한 기분을 느낀 것이 자신한테 얼마 만에 다가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데 마음은 저항을 하고 있는데도 몸은 정반대로 반응하고 있었다. 윤정은 다급했다.
“할짝할짝! 쪽쪽!”
자신의 귓불과 귀속을 파고드는 김종두의 혀가 내는 소리가 요란했다. 남자의 체취를 잊고 살았던 윤정은 이러다가 자신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가슴을 꽉 껴안은 김종두의 손이 젖무덤을 더듬는 찰나 윤정은 눈앞이 흐려졌다.
그 순간, 윤정은 자신의 왼쪽 유방을 꽉 잡은 김 종두의 손길을 강하게 뿌리치며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김종두의 건너편 너머 창가를 향해 무의식적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꺄악!”
윤정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비명에 깜짝 놀란 김종두가 다급하게 물었다.
“왜, 왜 그래요?”
“저, 저기…… 사, 사람이……”
김종두는 창가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뭘 보았기에 그래요?”
주변을 살피다가 윤정에게 몸을 돌린 김종두가 말했다.
“아니에요. 분명히 사람 머리를 보았단 말이에요.”
현관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윤정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아연실색하기는 김종두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서로 잔뜩 긴장한 얼굴을 마주보았다. 누군가가 큰 발걸음 소리를 내며 마루를 성큼성큼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윤정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김종두에게 속삭였다.
“이상하네. 이 시간에 연수가 벌써 들어올 리가 없는데……”
아들의 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를 들은 윤정은 괜히 불안했다.
“윤정 씨. 왜 이렇게 떨어요? 우리가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찮아요.”
다소 침착함을 되찾은 김종두의 얼굴은 몹시 상기가 되어 있었다. 김종두는 윤정을 따먹을 기회를 놓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어쩔 도리가 없었다. 자신의 가게에 나와서 일을 하라는 제안을 거의 받아들인 분위기로 보아 앞으로 얼마든지 윤정을 가질 기회가 생길 것이었다.
“연수가 들어온 것 같으니까 아쉽지만 저도 이제 가봐야겠어요. 윤정 씨가 연수 방으로 가는 사이, 저는 그냥 소리 없이 나갈게요. 그리고 마음의 결정이 서면 내일 저나 집사람한테 시간 날 때 전화 주세요.”
윤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거렸다. 그리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방문을 열려고 팔을 뻗었다. 그런데 그때 김종두가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얼떨결에 김종두의 품에 안겼다 싶었는데, 김종두가 윤정의 뺨에 자신의 입술을 비벼댔다. 윤정은 연수가 들을까봐 소리를 지를 수가 없었다. 입을 굳게 다문 채, 그의 가슴을 두 팔로 힘껏 떠밀었다. 그러나 김종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가, 가만있어 봐요. 윤정 씨. 윤정 씨가 하도 예뻐 그냥 이대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그래요.”
김종두는 뺨에 갖다 댔던 입술을 옮겨 윤정의 입술을 맞대려 했으나 그녀가 황급히 머리를 뒤로 빼는 바람에 입맞춤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 참! 진짜 왜 이러세요? 종두 씨. 연수가 집에 있는데, 정말 어쩌려고 그래요? 빨리 돌아가세요!”
잔뜩 불안한 얼굴로 윤정이 재촉하자 김종두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알았어요. 갈게요. 간다고요.”
윤정이 숨을 죽여 살며시 문을 열고 나갔다. 김종두는 그 뒤를 따라 밖의 인기척을 살피면서 까치발로 현관을 향해 소리 없이 걸어갔다.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김종두는 연수의 방문 앞에 서 있는 윤정을 향해 다정스럽게 손을 흔들었다. 윤정은 미적거리는 김종두 때문에 애가 탄 나머지 급히 손을 내저었다.
“끼익!”
오래된 현관문의 이빨이 어긋나는 소리가 적막한 집안에 크게 울려 퍼졌고, 김종두는 미안해하는 얼굴로 윤정을 흘낏 쳐다보다가 조심스럽게 문 사이로 몸을 빼냈다.
김종두의 존재가 시야에 사라진 것을 확인한 윤정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들 연수의 방문을 두드렸다.
“여, 연수야……안에 있니?”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윤정은 한 번 더 노크를 했다. 안에서 응답이 없자 윤정은 방 문고리를 잡아 천천히 돌렸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문을 열었는데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윤정은 살짝 열었던 문을 조금 더 활짝 열어젖혔다. 그러나 책상에도, 침대에도 그 어느 곳에도 연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방금 전에 김 종두가 나갈 때, 낸 소리처럼 현관문은 비명을 질렀었고 마루를 걷는 사람의 인기척을 확실하게 들었다. 자신만 들은 게 아니었다. 그래서 김종두도 집으로 급히 돌아간 게 아니던가. 윤정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들 방을 연신 기웃거리는데 갑자기 귀에 익은 음흉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크크.”
윤정은 넋이 나갈 만큼 깜짝 놀라 활짝 열었던 문 뒤로 얼굴을 돌렸다.
“캬~ 아악!”
윤정은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문 뒤에 숨어있던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그녀는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두 번 다시 얼굴을 마주하기도 끔찍스러운 정우가 문 뒤에 서 있었던 거였다. 윤정은 자신이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눈을 부릅뜨고 문 뒤에 서 있는 사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윤정을 바라보며 히죽거리고 있는 앞에 있는 인간은 정우가 틀림없었다. 연수가 없는 아들 방에 왜 이 놈이 여기 혼자 와 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윤정이 입을 열었다. 파르르 떨리는 입가 때문인지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너……저, 정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