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 4장 이번엔 의붓아비 (1) 3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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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43회 작성일소설 읽기 : 타부 4장 이번엔 의붓아비 (1) 35화
“허어, 몇 잔 안 마셨는데, 왜 이렇게 취하는지 알 수가 없네.”
“어머, 종두 씨. 얼굴은 말짱한 것 같은데요.”
“후후. 그래요? 기분이 좋아서 그런가? 이상하게 술이 빨리 오르네. 윤정 씨. 윤정 씨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말이에요. 오늘은 말할 것도 없고 어제 밤에 참 기분이 좋습디다. 처음으로 윤정 씨랑 단 둘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셨던 그 짜릿한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왜 그런 거 있잖아요.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혼자 가슴 속에 묻어놓고 곁에서 끙끙거리며 바라보던 이성과의 만남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순간 말이에요. 전 어제, 그토록 바라던 소원이 이루어진 거나 진배없었어요. 윤정 씨를 이방에 고이 모셔 재워드리고 집에 가서도 부푼 가슴 때문에 잠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니까요.”
“호호호. 종두 씨는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동안 종두 씨는 저를 짝사랑 했었던 말이에요? 종두 씨……술 많이 취해셨나 보네요. 이제 그만 마시고 빨리 집으로 가세요. 술 그만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에? 어서 일어나세요. 밤도 늦었고 은숙이가 기다리겠어요.”
“아, 아닙니다. 조금 더 있다가 갈게요. 요새 제가 하도 마음이 심란해서 윤정 씨한테 쓸데 없는 농담 좀 한 겁니다. 전 아직 멀쩡하다고요. 그나저나 윤정 씨, 담배 하나 피워도 되겠습니까?”
김종두가 목소리를 잔뜩 깔고 말하자 윤정은 심상치 않은 그의 얼굴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세요. 편하게 피우세요.”
윤정이 허락하자 김 종두는 불을 붙인 담배를 깊숙이 빨아 당겨 연기를 길게 내품었다. 지금 곧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절망스러운 김종두의 얼굴을 윤정이 쳐다보던 바로 그때, 정우는 윤정의 집 담벼락을 소리 없이 뛰어넘었다.
비록 오늘 밤, 세상과 종말을 고할지라도 기필코 윤정을 따먹고 말겠다는 심정은 애비인 김종두와 전혀 다를 것 없는 정우였다.
담벼락을 뛰어넘어 마당에 소리 없이 발을 내딛었을 때, 정우는 윤정이 혼자 쓰는 안방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음을 알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 상관없었다. 그까짓 불이 켜져 있는 게 뭐가 대수란 말인가. 강제로라도 윤정을 덮칠 생각이었다. 기습적인 방문에 그녀가 보일 반응이 몹시 궁금했다.
‘후후. 나를 보면 아마 까무러치겠지? 크크크.’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정우는 지금 가슴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제는 애인이랄 것도 없는 슬기가 연수의 물건을 노련한 포르노 배우처럼 자신을 의식하면서 세차게 빨아주던 도발적인 얼굴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장면이 오버랩 되면서 연수 엄마 윤정이 자신의 물건을 뿌리까지 목구멍 깊숙이 빨아들이는 생각만으로도 정우는 온 몸이 산산조각이 날 것 같은 흥분감에 전신이 바들바들 떨릴 지경이었다.
급한 마음에 정우는 살금살금 소리를 최대한 죽여 불이 켜져 있는 방을 향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정우가 자신들이 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 리가 없는 윤정과 종두는 각자 다른 생각에 몰두해 있었다.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뀌어 있는 김종두를 아무 말 없이 바라보던 윤정은 그가 빨리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기를 속으로 바라고 있었고, 김종두는 나름대로 윤정과 섹스를 할 분위기로 몰아가기 위해 바짝 안달이 나 있었다. 김종두는 말없이 술을 입속에 털어놓았다.
“휴우~”
김종두는 방바닥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술 잘 마시고 말만 곧잘 하던 김종두가 갑자기 왜 이리 심각한 얼굴로 한숨만 자꾸 내쉬는지 영문을 알 길 없는 윤정은 불안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조, 종두 씨……왜 그래요? 혹시 무슨 언짢은 일이라도……”
윤정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김 종두는 홱홱 손을 내저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아무 것도. 신경 쓰지 마세요. 윤정 씨는.”
“……”
윤정은 김종두의 눈치를 살폈다. 잠시 말이 없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윤정 씨는 사는 게 재미있습니까?”
뜬금없는 질문에 윤정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참, 종두 씨도. 사는 게 재미있어서 사는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되겠어요? 그냥 사는 거지요.”
“전 사는 게 재미없습니다. 왜 사는지 이 나이 되도록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겠고요. 휴우~~”
“진짜 왜 그러세요? 종두 씨가 살아가는 게 재미가 없다니요? 남편 잘 떠받들어 모시는 은숙이가 있겠다, 그리고 예쁘고 착한 딸 남주는 말할 것도 없고요. 혹시 정우 때문에 요즘 속상한 일이 있으세요? 걔가 또 무슨 사고라도 쳤나요?”
“어휴, 정우 그 놈의 자식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잘 마신 술이 도로 올라오려고 그러니까요. 아니에요. 그런 이유가. 그리고 마누라가 있으면 뭐 합니까? 그렇다고 제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딸년이 내 마음을 알아주기 하나요?”
“아니, 그거면 됐죠. 아무 걱정 없이 가게 장사 꾸준하게 잘 되고…… 전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네요. 남부러울 것 없는 종두 씨가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네요.”
김종두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시늉을 했다.
“윤정 씨한테 이런 말을 물어봐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 여쭤볼게요. 윤정 씨는 살면서 외롭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윤정은 진지하기 그지없는 김 종두의 질문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종두 씨도 참. 아니, 인간인데, 외롭지 않을 리가 있나요? 살면서 가끔 외롭다고 느끼는 것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잖아요.”
그러자 김종두는 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게 아니에요. 그런 외로움 말고요. 윤정 씨…… 인간의 본능 중에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아세요?”
윤정은 대답대신 김 종두의 얼굴을 쳐다보기만 했다.
“윤정 씨……”
김종두가 윤정을 향해 본격적으로 쌩구라를 날리려는 그때, 정우는 윤정의 방 창가에 몸을 바짝 붙이고 서 있었다. 정우는 긴장하고 있었다. 창가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렴풋이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정우는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듣기 싫은 아빠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새어나와 다급한 마음에 삼분의 일 쯤 열린 창문 틈 사이로 고개를 천천히, 조심스럽게 올려 방 안을 들여다보았다.
아직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이었고, 해충이 방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쳐놓은 방충망의 촘촘한 파란 그물 사이로 윤정과 남자가 마주 앉아 있었다. 윤정을 확인한 정우는 맞은편의 남자를 향해 시선을 재빨리 돌렸다.
‘헉!’
아빠였다. 옆모습은 분명 아빠가 틀림없었다. 놀랍고 어리둥절한 와중에도 윤정이 혼자 있으리라는 처음의 기대가 어긋나버려 정우는 속에서 열불이 끓어올랐다. 이렇게 야심한 시간에 엄마도 없이 어떻게 이 집에 와 있는 것일까.
‘시발! 저 꼰대가 여기서 뭐하고 자빠져 있는 거야?’
지금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정우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창가에서 서성거리는 사이, 윤정을 지긋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던 김종두의 말은 계속 되었다.
“윤정 씨도 아시다시피 인간의 욕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식욕과 성욕 아니겠습니까?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것들이지요. 윤정 씨는……어떻게 해결하세요?”
“네에?”
김종두가 묻고 싶은 의도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노골적으로 흘러나오자 윤정은 민망스러운 나머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김종두의 말대로 혼자 살아온 세월이 길었던 윤정은 누구보다 외로움을 느낀 시간이 많았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오로지 아들만 생각하며 그렇게 잊은 듯 살았다. 정말 욕정이 솟구칠 때는 혼자서 제 몸을 스스로 달래며 그렇게 지내왔다. 윤정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김종두가 계속해서 떠벌였다.
“저는 요새 우울증 비슷한 증세에 시달리고 있어요.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두 가지 중 한 가지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저는 말입니다. 비록 나이를 먹었지만 욕구가 아주 강하거든요. 헛헛! 그런데 활화산처럼 치솟는 욕구를 그때그때 풀어주지 못하니까 아주 죽을 맛입니다.”
말을 잠시 끊은 김 종두의 얼굴은 몹시 괴로운 듯 했다. 듣고 있던 윤정은 미심쩍은 얼굴로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이상하네요. 제가 듣기에는……어휴,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은숙이 말로는 시도 때도 없이 조, 종두 씨가 잠자리를 요구한다고 하던데……”
그러자 김종두가 펄쩍펄쩍 뛰었다. 억울함을 한껏 담은 목소리로 윤정을 향해 하소연했다.
“아, 아니에요. 대체 무슨 소리를 윤정 씨한테 했는지 모르겠지만 집 사람이 괜히 허세를 부린 거예요. 뭐, 우리는 아직 금슬이 좋다는 식으로 윤정 씨한테 자랑하려고 떠벌린 거라고요. 집 사람의 말을 믿습니까? 허어~이것 참!”
밖에서 은밀히 아빠의 얘기를 듣고 있던 정우는 기가 차 썩소를 지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안방에서 떡을 치는 바람에 제 방에까지 엄마의 커다란 신음소리를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제 아빠가 이 늦은 시간에 이 집에 온 이유가 명확해졌다. 자신의 이곳에 온 음흉한 목적과 다를 바가 없었다.
“윤정 씨. 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집 사람과 같이 잠자리를 한 지 벌써 3년이 훌쩍 지났어요. 아주 외롭고 고독해서 미칠 것만 같아요. 이런 제 마음을 이해하실 수 있겠어요? 윤정 씨!”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 종두는 손을 잽싸게 뻗어 윤정의 손을 잡았다. 얼떨결에 김종두에게 손을 잡힌 윤정은 화들짝 놀라 몸을 움츠렸고, 밖에서 그것을 훔쳐보던 정우는 분노에 휩싸여 부릅뜬 눈으로 아빠인 김 종두를 노려보았다.
창문 틈으로 쏘아보는 정우의 매서운 눈초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지 김종두는 윤정의 손을 꽉 쥐고 거의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 윤정 씨! 제가 전부터 윤정 씨를 마음속에 담아두고 좋아했었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눈치 채지 못했나요?”
김종두의 고백에 윤정은 어쩔 줄을 몰랐다. 그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니 장난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낭패감에 사로잡힌 윤정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종두 씨. 지금 술 취했어요? 아무리 저한테라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건데……밤이 많이 늦었어요. 집으로 돌아가세요. 저도 많이 피곤해요. 그만 일어나세요. 네에? 종두 씨.”
윤정의 간절한 부탁에도 김종두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알았어요. 갈게요. 대신 십 분만 더 있다가 갈게요. 이렇게 윤정 씨와 앉아있으면 마음이 말이죠. 뭐랄까. 오랜만에 고향을 찾아간 사람들이 느끼는 것처럼 포근하고 편안해서 그래요.”
“휴우~”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어린 애가 마냥 떼를 쓰는 것과 똑같은 김종두 때문에 윤정은 긴 한숨을 쉬었다. 그의 손아귀에 잡힌 자신의 손을 꼼지락거리며 빼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는 오히려 더 강한 힘으로 잡은 손을 놓아주지 않았다. 조금 더 윤정에게 가깝게 다가온 그의 입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자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