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 2장 네 엄마를 따먹고 싶어 (1) 21화
무료소설 타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28회 작성일소설 읽기 : 타부 2장 네 엄마를 따먹고 싶어 (1) 21화
그 시간대는 비교적 한가한 시간대였다. 어떤 일이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힘이 든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윤정이었기에 주방일이 고되어도 가급적 그쪽에서 일하기를 원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날 내실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결근을 해 하는 수 없이 식당에서 막내인 윤정이 홀 서빙을 담담해야만 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들어와 한꺼번에 시켜도 될 일을 일부러 그러려고 그런 것인지 자꾸만 윤정을 호출하는 무리가 있었다. 일행은 세 명이었고 젊은 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이미 술에 잔뜩 취해 있었다. 처음부터 반말이었다.
“어이, 예쁜 아줌마. 아줌마, 혹시 나 몰라?”
셋의 무리 중에 서 있는 윤정의 왼쪽에 앉은 남자가 물었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나이 어린 남자들한테 반말을 들은 윤정이 기분 좋을 리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겉으로 아무런 내색하지 않았다.
“그, 글쎄요. 뵌 적이 없는 것 같은데……전 초면인데요? 잘 못 보신 것 아니에요?”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윤정도 자신에게 질문한 남자의 낯이 익었다. 그러나 그를 어디서 봤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남자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하아~ 시발. 이 아줌마를 어디서 봤더라? 기억이 안 나네. 미치겠다. 나 같이 머리 좋은 사람이 갑자기 기억이 날듯 날듯하면서 안 나면 이거 완전 사람 돌아버리는 건데……”
“시발 놈. 지랄 옆차기 하고 자빠졌네. 넌 새끼야. 술을 하도 많이 처먹어서 기억력이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어. 이 아줌마 예쁘다고 벌써부터 개수작 부리는 거냐? 아줌마는 큰 일 났네. 히히히. 저 새끼는 자기가 한 번 찍은 여자는 반드시 따먹고 마는 불같은 집념으로 똘똘 뭉친 사나이 중에 사나이인데. 낄낄.”
“아, 맞다! 아줌마. 여기 나오기 전에 노래방에 도우미로 나오지 않았어? 파라다이스 말이야. 맞지? 나, 거기서 본 것 같은데? 그치?”
“아닌데요. 사람 잘 못 보셨어요.”
윤정은 불쾌한 감정을 감추고 그들이 어서 나가주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한 병의 술을 주문하기에 술을 갖다 주기 위해 술병을 들고 그들 앞으로 걸어갔다.
아까 윤정을 향해 아는 척을 하던 남자가 정면으로 그녀의 얼굴과 몸매를 끈적끈적한 시선으로 훑어보고 있었다. 윤정은 남자의 눈빛에 마치 자신이 발가벗겨지는 느낌이었다. 죽고 싶을 만큼 수치스러운 기분이 들어 윤정은 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에 다가가서 평상시 같으면 꿈도 꾸지 못할 말을 내뱉고 말았다.
“손님들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이 이상 술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무슨 생각에서 그런 말이 거침없이 입에서 튀어나왔던 것일까. 윤정은 오른쪽 뺨에 날카로운 시선을 느껴 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한 눈에도 험악하기 그지없는 인상을 가진 남자가 술기운에 동공이 반쯤 풀린 눈으로 윤정을 노려보고 있었다. 찔끔한 윤정은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내가 내 돈 내고 술 먹겠다는데, 무슨 개소리야?”
아예 상대를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윤정이 군말 없이 테이블 위에 술병을 내려놓고 돌아섰을 때였다.
“꺄~악!”
윤정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그들 무리 중에 누구의 손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누군가 손을 들어 윤정의 엉덩이를 만졌던 거였다. 아니, 만졌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했다. 손바닥으로 우악스럽게 엉덩이 한쪽을 움켜쥔 것인데,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계속해서 그것을 쥐고 한동안 놓지를 않았던 거였다. 윤정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잠시 그렇게 멍하니 서 있었다.
“우와! 이 아줌마, 얼굴만 예쁜 줄 알았는데, 이 히프 탄력 좀 봐. 죽인다!”
그 소리에 윤정은 제 정신이 돌아왔다. 그래서 그들이 앉아있는 쪽으로 몸을 돌리며 있는 힘껏 손바닥으로 남자의 손을 뿌리쳤다.
“와장창!”
남자의 손을 뿌리친 게 아니라 얼떨결에 휘두른 손에 의해 테이블 위의 음식그릇이 맞아 식당 바닥 위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뿐만이 아니라 김치가 담긴 그릇이며 각종 밑반찬을 담은 그릇 몇 개가 방금 전 윤정을 아는 척했던 남자의 가슴과 바지 위에 떨어져 빠른 속도로 벌겋게 물을 들이고 있었다.
당황한 윤정이 어쩔 줄을 모르며 망연자실 서 있는데, 음식물을 뒤집어 쓴 남자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이 시불 년아! 그깟 엉덩이 좀 주물렀다고 사람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이 개년을 그냥 확!”
처음부터 윤정이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도 사태가 그 지경이 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윤정은 어찌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이 난감한 상황에서 그저 아무 말도 못하고 눈치를 살피는데, 윤정의 시선에 카운터에 앉아있는 여주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한심스럽다는 빛이 역력한 얼굴로 자신을 쏘아보는 그녀의 눈빛을 애써 외면한 윤정은 음식물을 뒤집어 쓴 남자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윤정의 사과가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가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 쌍년아! 너, 이 옷이 얼마짜리인지나 알아? 니 년이 여기서 한 달 내내 일해도 이 옷 못 사. 이거 어떡할 거야? 어떻게 책임질 거냐고!”
‘네 년이 여기서 한 달 내내 이 옷을 못 사.’ 라는 말에 윤정은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화가 난다기 보다는 그 반대로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윤정은 핏기가 완전히 가신 얼굴로 남자에게 물었다.
“제가 변상해 드릴게요. 그리고 그 옷이 얼마나 비싸기에 누나뻘 되는 사람한테 이렇게 함부로 말씀하시는 거죠? 이런 곳에서 일하다고 지금 사람 우습게 보는 거예요? 도대체 그 옷 얼마냐고요? 제가 물어드릴 테니까 옷값이나 말해 봐요.”
윤정의 차분한 어조에 화가 났는지 남자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성큼 다가왔다. 윤정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 년이 지금 사람을 갖고 노는 거야? 뭐야? 너, 뒈질래?”
“흐흐흐.”
“하아! 쌍! 이 여자 보통이 아닌데? 씹새야. 너, 오늘 임자 만났네. 히히히.”
무리 중에 남은 두 사람이 앉아서 낄낄거렸다. 그게 남자의 화를 더 돋운 것 같았다.
“하아~시발. 진짜 이년, 멀쩡한 사람 들었다 놨다 하며 야마 돌리는 수준이 보통이 아니네. 어차피 이 비싼 옷은 니 년이 죽었다 깨어나도 살 수가 없는 옷이야. 좋아! 우리 이렇게 하지.”
“……”
윤정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묵묵히 남자를 쳐다보았다. 남자가 은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줌마. 나랑 밖에 나가서 연애 한 번 하자. 그러면 옷값이고 지랄이고 다 없던 것으로 할 테니까?”
“여, 연애요?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연애라니. 지금 이 남자는 나에게 섹스를 하자고 노골적으로 제안을 하는 것일까? 남자의 속내를 제대로 알 수가 없었지만 아무리 막 되어먹은 인간이라도 그렇지 그게 처음 보는 여자한테 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윤정은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방금 전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가슴에 서서히 커다란 분노의 파도가 출렁거리고 있었다.
밤잠 못자고 고생하면서 나이도 어린놈들한테 이따위 희롱이나 당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은숙이가 제안했던 일을 했던 게 옳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자신이 한없이 측은하게 느껴져 윤정은 고개를 숙였다.
“연애 하자고 하니까 한 번 달라는 소리인줄 알았어? 아줌마. 이거 사람 뭐로 보고 그래? 원래 말투가 걸어서 그렇지 나, 그렇게 막 나가는 양아치 새끼 아냐. 그냥 밖에 나가서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거야. 둘이서 오붓하게.”
윤정은 숙였던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버린 옷 때문에 인상이 구겨졌던 남자의 표정이 진지해져 있었다.
“아까 내가 화가 잔뜩 나서 얼떨결에 욕한 건 미안해. 이까짓 옷 좀 버리면 어때? 세탁하면 되지. 어쨌거나 잘못은 내가 먼저 한 거니까. 아줌마가 하도 괜찮아 보여서 내가 심술궂게 손장난 한번 하다가 결과적으로 이렇게 된 거잖아? 아무튼 손으로 아줌마의 엉덩이를 만진 건 미안하게 됐어. 내가 술 한 잔 살 테니 우리 나가지. 어때?”
평생 사과나 제 잘못을 모르고 살아갈 것 같은 인상을 가진 남자가 부드러운 어투로 말하자 윤정은 잠시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남자의 제안을 거절할까 속으로 망설이다가 윤정이 말했다.
“안 돼요. 보시다시피 지금 일하는 중이에요.”
무미건조한 윤정의 말투에 남자가 카운터 쪽으로 잽싸게 얼굴을 돌려 소리쳤다.
“어이, 누님. 이 여자랑 같이 나가도 되죠?”
윤정은 그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운터에 앉아있던 사장이 윤정의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 살갑게 남자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바쁘지도 않은데 뭐. 딱히 할 일도 없으니까 그렇게 하든가 맘대로 하셔.”
주고받는 말투로 보아 두 사람은 깊은 친분이 있어 보였다.
“자, 나갑시다. 사장님도 허락했으니까. 여기서 고생하는 것 보다 날도 더운데, 나가서 시원하게 맥주라도 한 잔 빨자고.”
윤정은 원망스러운 얼굴로 카운터를 노려보았지만 사장이라는 작자는 고개를 돌리고 딴청을 피우고 있었다. 아무리 윤정에게 월급을 주는 사람이라지만 자신의 동의 없이 제멋대로 판단하고 결정한 그녀가 역겨워 속에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또 다시 일자리를 잡기는 힘이 들겠지만 이런 뭣 같은 곳에서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은숙이 제안했던 대로 정 다급하면 그녀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다. 어떻게 할까 윤정이 머뭇거린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남자가 갑자기 윤정의 팔목을 잡았다.
“아줌마. 나, 성격 급한 사람이야. 빨리 나가자고.”
“아, 아야! 아파! 이 손 놓지 못해!”
윤정은 남자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리고 울분에 찬 목소리로 내뱉었다.
“개새끼!”
생각지도 않은 말이 나왔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었다. 윤정이 힘껏 쏘아붙인 욕을 듣고 남자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더니 급변했다.
“이 시발 년이 뭘 잘못 처먹었나, 나가기 싫으면 그만이지 쌍년이 어따 대고 욕지거리야? 진짜 이게 뒈지고 싶나?”
남자가 다시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때였다. 낯익은 목소리가 식당 안에 크게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