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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 7장 개같이 당하다 (1) 55화

무료소설 타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타부 7장 개같이 당하다 (1) 55화

“오오~ 우리 윤정 씨. 재주도 좋네. 그거하고 싶어 헐레벌떡 뛰어온 꼰대를 인정사정없이 보내다니. 크크크. 하긴 꼰대뿐만 아니라 어떤 새끼도 여기에 담긴 윤정 씨의 색 쓰는 소리를 들으면 뛰어오지 않을 놈이 한 명도 없겠지? 나 같으면 쉬~웅 하고 날아왔을 거야.”

 

정우가 손에 든 무언가를 들고 그것으로 허공을 가르는 시늉을 했다. 그러더니 윤정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나, 말이야. 이것 몇 번 씩이나 되감기 하면서 반복해서 듣다가 문득 생각나서 물어보는 건데…… 꼰대랑 하면서 정말 좋았어? 하아~윤정 씨의 신음소리를 듣다가 느낀 건데 정말 좋아서 자신도 모르게 낸 신음 소리라면 우리 윤정 씨는 타고난 거야. 쉬운 말로 얘기해서 색골이라는 소리지. 그런 몸으로 남자 없이 어떻게 혼자 살았을까? 흐흐흐.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네. 그까짓 남자 없어도 여자 혼자의 몸으로 연수 그 놈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이 악물고 버틴 거야?”

 

놈이 조롱하며 지껄이는 소리를 묵묵히 듣자니 수치심 때문에 윤정은 숨이 가빠왔다. 애써 냉정을 찾으려고 시선을 잠시 다른 곳에 두었다가 다시 정우를 노려보았다.

 

“쓸데 없는 소리 늘어놓을 것 없어. 정말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암시롱. 흐흐흐. 잘 알면서 뭘 그렇게 노골적으로 물어? 사람 쪽 팔리게. 아이, 시발! 좆 나게 쪽 팔려 미치겠네.”

 

“알았어.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았어. 그런데 이걸 어쩌니? 난 죽었으면 죽었지, 너에게 벌려주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는데. 어디 딴 데 가서 알아보지 그러니?”

 

윤정은 자신답지 않게 거친 표현을 쓰며 비아냥거렸다.

 

“흐응~그러셔?”

 

정우가 자신을 쏘아보자 윤정도 지지 않고 놈을 노려보았다. 마주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서 불꽃이 일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백기를 먼저 든 것은 정우였다. 윤정의 매서운 눈길을 견디다 못해 머리를 수그린 정우의 입에서 낮은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휴우~”

 

놈이 떨어트린 고래를 옆으로 가볍게 절레절레 흔들었다. 양손을 엇갈려 팔짱을 낀 윤정은 그 모습에 득의양양했다.

 

그런데 잠시 후, 전혀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침대 위에 걸쳐 앉으며 윤정과 긴 시간 눈싸움을 벌였던 정우가 갑자기 방바닥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윤정을 향해 무릎을 꿇고 앉은 것이었다. 윤정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치켜뜨고 말았다.

 

“너……”

 

수그렸던 머리를 다시 올린 정우의 눈에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었다.

 

뜻밖이었다. 정우가 흘러내리는 눈물을 애써 참으려는 듯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악마도 이런 악마가 따로 있을까 싶었던, 인간 같지도 않은 더러운 쓰레기만도 못한 놈의 얼굴에서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윤정은 한참을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흐흑……흑흑!”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인간의 얼굴에서 나오는 굵고 진한 눈물은 윤정의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분노마저 서서히 잠재우기 시작했다.

 

무언가 정우에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 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때, 정우가 주먹으로 눈물을 훔치며 드디어 입을 열었다.

 

“나도 아줌마한테 이러고 싶지 않았다고. 흑…… 내가 원해서 아줌마한테 함부로 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방금 전만 해도 친구 엄마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며 자신을 조롱하던 정우가 또 다시 호칭을 바꾸자 윤정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 지 헷갈려 놈이 입을 열기만을 기다렸다.

 

“나는 언제나…… 외톨이었어.”

 

“그, 그게 무슨 소리야?”

 

“……”

 

윤정의 물음에도 정우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아줌마도 잘 알 거 아냐? 내가 우리 집에서 친자식이 아니라는 걸. 걔네들이 지금 집에서 나한테 하는 짓들을 보면 정나미가 뚝 떨어져. 집에 있으면 마치 바늘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숨이 턱턱 막혀.”

 

놈이 흘린 눈물의 정체가 바로 그것이었던가. 윤정은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뜻밖의 상황전개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윤정은 정우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바람에 꾸짖듯이 말했다.

 

“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네 엄마는 친자식에게 쏟는 것 이상으로, 그 보다 더한 애정으로 널 키워왔어. 정우 너, 그런 소리하면 네 아빠, 엄마가 섭섭한 건 둘째치고 벌 받아. 하늘이 무섭지도 않니? 그래. 네 말마따나 네가 네 부모의 친자식은 분명 아니야. 하지만 네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너를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아. 연수를 같이 키우면서 옆에서 수도 없이 봐 왔어.”

 

윤정의 말에 정우가 몹시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언젠가 엄마하고 말다툼을 심하게 한 적이 있었어. 그랬더니 그 여자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알아? 근본도 모르는 놈을 데려다 키웠더니 정말 후회가 막심하다는 거야.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말이야. 데려다 키웠다니? 그 말을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어. 처음에는 엄마의 말이 거짓말인 줄 알았어. 그런데 나중에 남주 누나를 통해 그 말이 진짜였다는 사실을 알고 죽고 싶었어. 난 그때 사춘기여서 예민할 때였거든.”

 

둘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져 그런 소리까지 나오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정우의 말을 들어보니 정말 그랬다면 은숙의 말이 심했던 부분도 분명 있었다.

 

“네가 뭘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엄마가 그런 말을 함부로 했겠지?”

 

그러자 무릎을 꿇고 있던 정우가 벌떡 일어나 대들듯이 고함을 질렀다.

 

“아무리 그래도 그게 아들한테 할 소리야! 할 소리냐고?”

 

딱히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어 윤정은 입을 다물었다.

 

“그때부터 난 막나가기로 작정 했어. 처음부터 개망나니는 아니었다고. 그 이후로 집안은 언제나 엄마하고 아빠, 그리고 친딸인 남주 누나를 중심으로 돌아갔어. 웃으며 화목하게 지내다가도 내가 나타나기만 하면 전부 다 싸늘한 표정으로 돌아서는 거야. 내가 친아들이 아니니까 너희들이 지금 나한테 이렇게 하는 거지? 어디 나중에 두고 보자고 이를 악문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고. 이러니 내가 온전하게 자랄 수 있었겠어? 상처받은 고양이 새끼처럼 거리를 배회할 때 그나마 나를 따뜻하게 받아준 것은 바로 아줌마였어.”

 

“…….”

 

기억해보면 아주 오래전부터 정우를 싫어했던 것은 아니었다. 정우를 나약하고 소심하기 그지없는 아들 옆에 붙여두면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 정도는 당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그가 집에 놀러올 때면 아들한테 하듯 친근하게 대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난 이 집에 놀러 와서 아줌마를 볼 때마다 정말이지 아줌마가 진짜 내 친엄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황홀한 생각을 수천 번도 더 했어.”

 

어려서부터 커다란 상처를 안고 살아온 정우가 안 되었다고 잠시 생각했던 윤정은 그 말에 소름이 쫙 돋았다. 끔찍한 기분에 휩싸이고 있는데, 정우가 다시 말을 이었다.

 

“한 번이면 돼. 두 번도 아니고. 나를 더 이상 나쁜 놈으로 만들지 마.”

 

드디어 정우가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결국 놈은 처음부터 연극을 한 것이었다. 정우에게 잠시 연민을 가졌던 자신이 그렇게 한심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애써 잠재웠던 분노가 다시 윤정의 마음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렇게 할 수는 없어!”

 

“알았어. 나도 더 이상 애걸복걸하기 싫어. 원래 바탕이 그런 놈이었으니까 내 성질 좆같다는 건 잘 알 거야.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날 원망하지 마. 분명히 알아둬. 이거는 아줌마가 자초한 일이야. 아줌마의 사랑하는 아들 연수뿐만이 아니라 이 좁은 동네에 지나가는 개새끼들도 알만큼 다 터트리고 거지 같은 집구석을 떠날 거야.”

 

꿇고 있던 무릎을 펴고 놈이 일어섰다. 그리고 주머니 속을 뒤적거리는가 싶더니 손바닥에 들어오는 음성 녹음기 비슷한 물건을 들어보였다.

 

“이게 보이스 레코더라는 건데 말이야. 아줌마도 아까 들어봤겠지만 꽤 성능이 좋아. 흐흐흐. 분명 그렇지? 잘 있어. 나를 두 번 다시 보기 싫다니 이만 꺼져줄게.”

 

놈이 가려 하고 있었다. 두 번 다시 듣기 싫은 자신의 신음 소리가 적나라하게 담긴 저 끔찍한 물건을 가지고. 그때 윤정의 머릿속에 제 친구의 아버지와 섹스를 벌이며 노골적인 신음소리를 상스럽게 지껄이는 엄마의 음성을 듣는 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들 연수의 얼굴이 고통으로 심하게 일그러지다가 듣기 싫은지 양쪽 손으로 귀를 막는 장면이 떠올랐다.

 

“자, 잠깐만!”

 

경황이 없고 정신이 혼미한 와중에 윤정은 소리를 질러 정우를 불렀다. 정우가 무표정한 얼굴로 뒤돌아섰다.

 

“저, 정말……딱 한 번이면 되는 거야? 한 번이면 되는 거냐고!”

 

놈이 대답대신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이후로 나를 더 요구하면 그땐 너를 죽여 버릴 거야!”

 

이제 곧 아들 친구에게 몸을 대주어야 하는 처참한 상황에 놓인 윤정이 바락바락 절규에 찬 목소리로 집이 떠나가라 고성을 질렀다.

 

악에 바친 윤정의 고함소리를 말없이 듣던 정우가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승리에 도취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로움이 그의 얼굴에 가득 찼다.

 

“걱정하지 마. 나, 아줌마가 생각하듯 그렇게 치사한 놈 아냐. 이제 어떻게 할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줌마가 결정해. 난 지금 몹시 흥분한 상태야. 이 방에서 당장 할까?”

 

이 방은 사랑하는 연수의 방이었다. 그래서 아들 친구와 아들의 방에서 더러운 짓 따위는 결코 하고 싶지 않았다. 윤정은 고개를 힘껏 가로저었다.

 

“죽어도 이 방에서는 안 돼! 그리고 오늘은 할 수 없어.”

 

“뭐야?”

 

윤정의 말에 정우가 몸을 앞으로 튕기듯 다가섰다.

 

“하루만 더 생각 할 시간을 줘. 지금 보다시피 나는 심신이 너무 지쳐 있어. 내가 확고한 결심이 서면 그때 해도 늦지 않아.”

 

그러자 정우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윤정의 안색을 살폈다. 그리고 잔뜩 힘이 들어간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여태껏 기다려왔는데 그깟 하루쯤 못 기다리겠어? 내가 걱정스러운 건 혹시 아줌마가 잔대가리 굴리며 이상한 수작을 부릴 것 같아서 그래. 설마 그런 불미스러운 일은 없겠지?”

 

윤정은 긴 숨을 내쉬었다.

 

“네 마음대로 생각해. 그리고 너랑 우리 집에서 하기는 정말 싫어. 이 집에 네 체취를 남기고 싶지 않아. 마땅한 장소가 있으면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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