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 6장 우리 꼰대랑 좋았나봐? (7) 5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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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타부 6장 우리 꼰대랑 좋았나봐? (7) 54화
윤정의 울분에 찬 거친 욕설에 정우가 깜짝 놀란 듯 했다. 정우는 윤정을 잠시 쏘아보다가 피식거렸다.
“호오~ 생전 욕이라는 것을 전혀 모를 것 같던 윤정 씨의 입에서 난데없이 욕이라니. 굉장히 섹시하고 와일드하게 들리네. 한 번 더 해봐. 욕을 처먹어도 기분 나쁘기보다는 왠지 귀엽게 느껴지는 걸? 더 해 보라니까. 후후후.”
“좋은 말 할 때 나가! 그리고 두 번 다시 이 집에 발들이지 말고 부탁이니까 연수도 만나지 마. 난 네 얼굴만 보면 역겨워서 미칠 것만 같아! 그러니 제발 나가달라고!”
윤정의 붉어진 얼굴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정우의 심드렁한 얼굴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나, 오늘 윤정 씨 만나러 온 거 아니야. 그러니 신경 좀 끄셔. 연수한테 볼 일 다 마치면 가지 말래도 어련히 안 갈까봐 그래? 윤정 씨. 내가 좀 역겹더라도 참아줘. 원래 이렇게 생겨 먹은 걸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연수, 지금 이 시간에 집에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네가 더 잘 알지 않아? 아침에 다시 와. 그때 보면 되잖아?”
목소리를 조금 낮추어 윤정이 타이르듯 정우에게 말했다. 윤정의 말을 듣고 있기나 한 것인지 산만하게 보이던 정우의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허어~참! 알다가도 모르겠네.”
윤정은 정우의 머리가 돌아간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정우의 눈동자가 연수의 방 옆, 욕실 문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윤정은 정우의 시선이 뜻하는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정우의 발걸음이 연수의 방 쪽으로 향했다. 윤정은 정우를 따라 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정우의 팔을 거칠게 잡았다.
“연수도 없는 방에 네가 거길 왜 들어가는 거야!”
그러자 몸을 돌린 정우가 섭섭한 눈길로 윤정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하! 시발! 이거 정말 너무하네. 이거. 내가 연수랑 학교 다닐 때, 이 집에서 먹고 자고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윤정 씨는 기억 안 나? 아! 물론 나는 친구 엄마의 아름다운 미모에 완전히 뻑 가서 매일이라도 오고 싶어서 환장 했었지. 숫제 이 집에서 살고 싶었어. 윤정 씨를 향한 내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어린 나이에 얼마나 노심초사 했었는지 알아? 나, 기특하지?”
“듣기 싫어! 이상한 소리 늘어놓지 말고 어서 당장 돌아가란 말이야!”
윤정은 있는 힘껏 정우의 두툼한 팔을 잡아당겼다. 그런데 그때였다.
(그래요. 여기다 깊이 박아 넣고 싶어요. 제발……이리 와요. 아!)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윤정과 정우 두 사람의 서 있는 빈 공간에 작게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여자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윤정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런 윤정의 얼굴을 바라보며 정우가 음침한 미소를 입가에 드리웠다.
(……)
무언가 뒤척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아까 들렸던 여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욕조 위에 다리 올려요.)
“……?”
윤정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몸이 휘청거렸다. 여자의 목소리는 바로 자신의 목소리였다. 김종두와 저 욕실 안에서 섹스 할 때, 자신이 음탕하게 지껄이던 바로 그 소리였다.
갑자기 거실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앞의 사물이 온통 회색빛으로 보이며 눈앞이 어두워졌다. 자신의 목소리는 정우의 바지주머니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김종두와 윤정이, 한데 어우러져 내는 신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윤정은 귀를 막고 싶었다.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 그만 해!”
윤정은 음탕한 신음을 내지르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듣기 싫었다. 윤정은 잡고 있던 정우의 팔을 세차게 흔들었다. 하지만 정우는 들은 척도 않고 요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아하아~더 세게!…… 해요!…… 여보!…… 나, 미쳐!…… 아흑아흑!……)
“이 개새끼야! 그만 하라고! 어서 당장 끄지 못해!”
윤정은 미치기 일보직전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가 있단 말인가! 미친 듯이 격한 몸동작으로 정우의 어깨를 마구 쳐댔다.
“알았어. 알았다고. 잠깐만. 여기서 죽이는 음성 야설이 한 편 나올 거야. 들어봐.”
(…… 처음으로…… 당신의 정액을 맛보고 싶어서 그래요. 자궁 안에다 모조리 쏟아 부으면 안 돼요…… 아흑!…… 다, 당신…… 정액 먹고 싶어요…… 아, 알았어요? 아!)
미치다 못해 그럴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죽고만 싶었다. 윤정은 자신을 향해 치를 떨었다. 정우의 손이 바지주머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더 이상 쾌락과 희열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윤정과 정우, 두 사람의 사이에 숨이 막힐 듯한 적막감이 잠시 흘렀다. 적막감을 먼저 깬 것은 정우였다. 익살스러운 몸짓을 하며 정우가 입을 열었다.
“어우! 당신의 정액을 맛보고 싶어서 그래요. 자궁 안에다 모조리 쏟아 부으면 안 돼요. 흐힝~흐힝~ 당신, 정액 먹고 싶어요…… 윤정 씨. 내가 이 부분 듣다가 딸딸이 세 번 쳤다는 거 아냐. 아주 그냥 돌아버려요. 카아~ 흐미. 지금도 꼴리네. 흐흐흐.”
윤정은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며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가슴이 옥죄어왔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할 지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유, 윤정 씨! 안에 있어? 윤정 씨!”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현관 쪽으로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종두였다.
“알아서 잘 판단해. 난 연수 방에 있을 테니까. 저 인간 보내놓고 나랑 잠시 얘기하던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저 인간한테 나, 여기 있다고 하고 들여보내던가. 어떻게 되든지 간에 지금 흘러나왔던 기가 막히게 야한 색 소리는 우리 윤정 씨가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더 사랑하는 아들 연수도 듣게 될 거야. 그러니 잘 생각해서 행동하는 게 좋을 걸?”
정우가 성큼성큼 아들 방으로 걸어갔다. 윤정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내렸다. 윤정은 눈물을 재빨리 훔치고 현관문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문 앞에 잠시 서서 윤정은 호흡을 가다듬었다.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그런 느낌이었다. 현관문의 손잡이를 잡으려다 윤정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정우가 들어간 아들의 방을 잠시 노려보면서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집에 있으면서 전화는 왜 받아? 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열린 문 사이로 윤정의 얼굴을 확인한 김종두가 목청을 높였다. 윤정은 말없이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내가 당신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그런 거…… 없어요.”
“그런데 왜 날 피해? 그건 그렇고 날 여기다 계속 세워둘 거야? 우선 안에 들어가서 얘기하자고.”
김종두가 안으로 들어오려 몸을 움직였다. 윤정은 재빨리 그의 몸을 가로막았다.
“오늘은 그냥 돌아가요.”
윤정은 시선을 내리깔고 차갑게 말했다.
“뭐라고? 다, 당신 진짜 왜 그래?”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김종두는 윤정의 안색을 살폈다. 며칠 안 보던 사이에 너무나도 달라진 그녀였다.
“안에 정우가 와 있어요.”
“뭐?”
깜짝 놀란 김종두가 발밑으로 시선을 떨어트렸다. 과연 윤정의 말대로 집에서 자주 보았던 운동화가 현관에 놓여 있었다. 분명 정우의 신발이었다. 그간 윤정을 만나지 못해 몸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던 김종두였다.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찾아왔던 이 집에, 거기다가 윤정의 방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어 나름대로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있었다.
맥이 풀리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생각지도 못한 불청객의 등장에 화가 나면서도 몹시 허탈했다.
“그 놈의 자식이 늦은 시간에 이 집엔 왜 온 거래?”
김종두가 벌레 씹은 얼굴로 윤정에게 물었다.
“난들 알아요. 아마 연수 보러 왔겠지요.”
김종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섣불리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생각 같아서는 정우가 있든 말든 그냥 윤정의 방으로 그녀와 함께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윤정과 뜨거운 섹스를 나누며 열흘 치 그 이상의 분량이 쌓여있는 욕정을 오늘 밤 마음껏 원 없이 풀고 싶어 미칠 것만 같았다.
“끄응! 허어~ 이거 참!”
정말이지 환장할 노릇이었다. 원수가 따로 없었다. 빌어먹을. 에이! 모르겠다! 김종두는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윤정의 팔을 가볍게 뿌리쳤다.
“왜 이래요?”
윤정이 앙칼지게 소리치며 김 종두를 제지했다.
“그 자식이 있건 말건 난 안으로 들어가야겠어.”
“누구 마음대로요? 오늘은 제발 그냥 돌아가요! 안으로 들어가면 당신이 할 짓은 뻔한데, 안에 있는 정우가 우리를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뭘 어떻게 생각해? 정우, 저 자식이 설사 당신과 우리 일을 안다고 해도 괜찮아. 그 놈이 집사람한테 고자질해도 괜찮다고.”
윤정과 섹스를 해도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마누라의 든든한 응원을 업은 김종두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의 철딱서니 없는 행동에 어처구니가 없어진 윤정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해요? 전에 은숙이가 당신한테 뭐라고 했는지 내 알 바가 아니지만 세상에…… 누구보다도 제일 친하게 지내는 친구랑 자기 남편이 불륜에 빠지는 것을 두 손 들어 환영할 여자가 어디 있어요? 그냥 당신 마음을 떠 보려고 그렇게 말한 것뿐이에요. 아까 가게에 놀러갔다가 걔, 마음을 뼈저리게 확인 했다고요. 마누라가 넌지시 떠 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당신, 바보예요?”
“…….”
윤정의 말에 김종두는 할 말을 잃었다. 윤정의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이상하긴 이상했다.
욕심 많고 질투심 많기로 둘째라면 자지러질 여편네였다. 물론 윤정의 예쁜 외모와 온몸에서 풍기는 그녀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가게 매상을 올리려고 했던 것은 분명했다.
그러나 내뱉었던 말과는 달리 자신보다 서 사장에게 먼저 윤정의 몸을 접수하라고 부추긴 것으로 보아 중간에 여편네가 변덕을 부린 것 같았다.
“돌이켜 보니 저도 잘못한 것 같아요. 어쩌다가 종두 씨랑 그렇고 그런 관계까지 갔지만 그게 그토록 후회스러울 수가 없었어요. 이제…… 두 번 다시 우리 서로 마주치지 않기로 해요. 집을 떠나 긴 시간 동안 생각한 결론이에요. 그러니 앞으로 저를 찾지 마시고…… 우리 일은 다 잊으세요. 난 벌써 다 잊었으니까.”
차갑다 못해 냉정하기 그지없는 윤정의 말투에 김종두는 앞이 캄캄했다. 잊으라니. 이제 시작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나도 허무하게 끝이 나려 하고 있었다. 윤정의 몸이 주었던 쾌감을 만 분의 일도 아직 맛보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김종두는 윤정과의 만남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절망스러웠다. 뭐라고 얘기할 틈도 주지 않고 윤정이 문을 닫으려 했다.
“자, 잠깐! 왜 이리 차갑게 굴어? 다, 당신이 그 동안 무슨 생각을 했는지 잘 알겠어. 그래도 이러면 안 돼. 나, 당신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아. 나도 생각할 시간을 줘야지. 사람 참. 왜 이리 매정해? 난 당신 없으면 하루도 못 살 것 같다고.”
허겁지겁 양손을 잡고 울상을 짓고 있는 김종두의 모습에 윤정은 속에서 묘한 쾌감이 일었다. 이목구비가 큼직큼직한 은숙의 얼굴이 갑자기 떠올랐다. 자신의 남편이 내 손을 잡고 하소연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 가세요. 나, 몹시 피곤하단 말이에요.”
“아, 알았어. 갈게. 대신 한 마디만 더 하고 갈게. 나, 말이야. 조만간에 큰 결심을 할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줘. 알았지? 난 정말 당신 없으면 하루도 살 수 없어. 응?”
“큰 결심을 하시든 말든 알아서 하세요.”
거기까지 말하고 나서 윤정은 김종두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문을 닫아버렸다. 자물쇠마저 채우고 돌아서니 왠지 마음이 뿌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시야에 들어온 연수의 방문이 보이자 윤정은 그새 우울해지고 말았다. 악마 같은 정우의 얼굴을 떠올리고 나서 윤정은 이를 앙다물었다. 어쨌거나 지금 상황에서 그 놈을 피할 방법은 없었다.
죽기 살기로 부딪혀야 할 일이었다. 아들의 방 앞에 다가선 윤정은 아무 망설임 없이 문을 활짝 열었다. 아들의 침대에 팔자 좋게 누운 정우의 얼굴을 보자 속에서 욕지기가 일었다. 정우가 몸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