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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부 9장 그래, 나도 똑같이 해주마 (6) 75화

무료소설 타부: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05회 작성일

소설 읽기 : 타부 9장 그래, 나도 똑같이 해주마 (6) 75화

손님들 때문에 밖에는 나가봐야겠고 또 연수에게 딸의 말 못할 고민이라는 것도 들어야 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은숙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며 갈팡질팡하는 모습이었다. 연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은숙과는 달리 자신한테 갑자기 여유가 찾아온 것 같았다.

 

“아줌마. 지금 바쁘시죠?”

 

“으응…… 단골손님이 곧 온다고 전화가 와서 언니들, 아니…… 아무튼…… 어휴!”

 

하는 말에 두서가 없었다. 그래서 연수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줌마. 여기는 새벽에 한가하죠? 지금은 손님들이 많이 밀려 올 때 아닌가요?”

 

“아무래도 그, 그렇지. 뭐.”

 

“그럼 이렇게 해요. 제가 오늘 말고 내일 밤, 조금 한가하다싶은 늦은 시간에 찾아뵐게요. 그럼 되겠지요?”

 

“그게 나로서는 편하기는 한데, 연수야! 우리 남주한테 정말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니지?”

 

걱정스러운 빛을 만면에 가득 띠운 은숙이가 연수의 손을 잡았다.

 

“지금 말씀 드리려면 시간이 좀 걸릴 텐데. 별 일 아니니까 너무 걱정 안하셔도 돼요. 아줌마. 아무튼 제가 내일 들릴게요. 그리고 남주 누나한테는 제가 괜히 입 싼 놈이 되기 싫으니까 모른 척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제가 오늘 여기 들렸다는 것도 당연히 말해서도 안 되고요. 자세한 것은 내일 말씀 드릴 테니까요. 잘 아시겠죠?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연수가 머리를 꾸벅거렸다.

 

“그래. 알았어. 아무튼 잘 가라. 연수야.”

 

연수는 노래방을 나왔다. 개 같은 놈의 엄마와 앞으로 일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자신도 가늠할 수 없었다. 엄마가 받았던 고통과 아픔을 은숙이 아줌마에게 고스란히 되돌려 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아까 아줌마와 나란히 앉았을 때, 얼핏 보았던 묵직한 젖가슴의 윤곽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뜨거운 욕정은 있었지만 그것을 풀 대상이 없었던 연수로서는 가슴 속에 복수심 말고 다른 감정이 벅차오르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었다.

 

연수는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짐작한 대로 엄마는 돌아오지 않았다. 텅 빈 집에 홀로 있자니 무언가 말할 수 없는 질투심이 끓어올랐다. 제 방에 돌아가 자리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자꾸만 눈앞에 발가벗은 엄마와 정우가 교미하는 뱀처럼 한데 어우러져 섹스를 나누는 광경이 떠올라 미칠 것만 같았다.

 

결국 연수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정우를 만나러 어젯밤에 나갔던 엄마가 들어오는 기척을 느낀 것은 늦은 아침이었다. 어쨌거나 그제야 안심이 된 연수는 잠을 이룰 수가 있었다.

 

낮에 자리에서 일어난 연수는 먼저 엄마의 방문을 열었다. 엄마인 윤정은 죽은 듯이 잠이 들어있었다. 얼굴이 상당히 초췌해보였다. 조금 시간이 지나 엄마가 일어났지만 모자 사이에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일이 터진 것은 그날 밤이었다. 늦은 밤에 은숙을 만나려고 제 방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던 연수는 밖에서 들려오는 연이은 소음에 신경이 곤두섰다. 누군가가 차의 경보음을 계속해서 울리고 있었다.

 

연수는 창문을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낯이 익은 얼굴이 차밖에 서서 연거푸 경보음을 울려댔다. 빨리 나오라고 독촉하는 경보소리에 연수의 눈에 갑자기 살기가 솟구쳤다.

 

낯익은 얼굴은 정우였다. 저 짐승만도 못한 개새끼가 짜증난 얼굴로 엄마를 빨리 나오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연수는 밖으로 뛰쳐나갔다. 한달음에 달려 나가 놈 앞에 서니 놈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곧 얼굴이 돌변했다. 기다리던 윤정보다 먼저 튀어나온 연수를 본 놈이 비굴한 웃음을 만면에 가득 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발 놈. 너, 오늘 알바 안 나갔냐? 아무튼 오랜만이다. 새끼…… 그 동안 잘 지냈냐?”

 

“저쪽으로 가서 잠깐 나랑 얘기 좀 할까?”

 

놈이 피식거렸다. 그 역겨운 얼굴표정을 보자 연수는 놈을 죽여 버리고 싶은 충동을 가까스로 눌렀다.

 

놈을 죽여 버리고 싶다는 충동은 집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점점 연수의 마음에서 옅어져 갔다. 공터가 다가올수록 그 자리에 놈에 대한 두려움이 본능적으로 차오르고 있었다. 이윽고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공터에 다다랐다.

 

오로지 선제공격만이 살길이었다. 먼저 앞장서서 걸어갔던 놈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로 돌아보려는 순간, 연수는 있는 힘껏 면상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크윽!”

 

방심했던 놈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뒤로 비틀거렸다. 하지만 바닥에 넘어지지는 않았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놈이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놈이 바닥에 쓰러졌다면 연수는 그를 올라타고 깔아뭉개 버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놈은 쓰러지지 않았다. 놈이 같잖다는 얼굴로 입가를 손바닥으로 문지르고 버티며 서있자 연수는 당황했다.

 

“어휴! 시발……찌질한 새끼가 주먹이 제법 매서운데? 히힛! 야, 이 새끼야! 다 쳤냐? 살다보니 네 놈한테 맞는 날도 다 있구나? 헛!”

 

놈이 자신을 향해 한 발자국 다가오자 연수는 그만큼 뒤로 물러섰다. 놈의 눈동자가 이글거리고 있었다.

 

“방금 전에는 사람 죽일 듯이 갈구더니 왜 뒷걸음을 치실까? 어이, 아가. 이리와 봐. 하아 시발. 진짜 돌아버리겠네. 지금 시간 없어 죽겠는데……일이 왜 이렇게 꼬인다냐?”

 

“…….”

 

놈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연수는 겁에 질린 자신의 모습이 한심스러웠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 여기서 놈과 사생결단을 내야 한다. 그렇게 다짐한 연수는 아랫배에 힘을 주었다.

 

연수의 얼굴에서 비장함을 엿본 것일까? 놈이 잠시 흠칫거렸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그런 연수가 가소롭다는 듯이 놈이 비아냥거렸다.

 

“야, 이 시발 연수야. 한 판 하려고 작정하고 개긴 거면 빨리 덤벼! 이 개새야! 이 엉아, 지금 떡 치러 가야 되는 몸이라서 진짜 바쁘거든. 빨랑 덤벼.”

 

놈의 말에 연수는 눈을 부릅떴다. 연수는 고함을 버럭 질렀다.

 

“그 떡친다는 대상이 우리 엄마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그건 부질없는 희망일 뿐이었다. 제 두 눈으로 엄마가 모텔 안에 들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지 않았던가. 연수의 물음에 놈은 말없이 서 있다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악마의 미소가 따로 없었다. 연수는 소름이 돋았다.

 

“그……래. 새끼야. 왜 그러면 안 되냐?”

 

“개. 새. 끼.”

 

연수는 한 글자 씩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철면피도 저런 철면피가 있을까. 세상에! 친구 엄마의 몸을 품은 놈이 어쩌면 이다지도 당당하고 의기양양할 수 있을까.

 

“너……”

 

연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내쉬는 호흡이 자꾸만 거칠어져 갔다.

 

“야, 이 새끼야. 흥분하지 마. 그러다가 훅 가는 수가 있단다. 그리고 네 엄마한테 물어보면 알겠지만 나하고 네 엄마하고 한두 번 했는지 알아? 이걸 수십 번도 더 했다.”

 

놈이 오른 손의 엄지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며 음흉하게 웃었다.

 

“이…… 시, 시발 새끼!”

 

연수는 수치심과 모멸감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네 엄마한테 확인해보면 알겠지만 내가 강제로 네 엄마를 따먹지는 않았다. 우린 서로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 내 말이 거짓말인지 당장 가서 확인해봐. 새끼야.”

 

“지랄 같은 소리 하지 마! 우리가 친구로서 몇 년을 사귀었는데, 내가 너라는 새끼의 본바탕을 모른다고 생각해? 말 같잖은 소리 나불거리지 마!”

 

“허어~ 이 시발 놈! 그 동안 엄청 컸네. 너, 자꾸 엉깔래? 이게 왜 자꾸 사람 말을 못 믿고 지랄일까?”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놈의 얼굴에는 초조함 같은 게 비쳤다. 놈이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지금쯤 자신의 재촉에 못 이긴 엄마가 집밖으로 나와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에 놈은 잔뜩 조바심이 나있을 터였다. 놈이 서둘러 말했다.

 

“한 판 하던가, 아니면 말든가 더 이상 나한테 볼 일이 없으면 나는 이만 가봐야겠다. 네 엄마가 눈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을 거야.”

 

숫제 엄마를 제 애인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놈의 말투에 연수는 큰 소리로 맞받아쳤다. 정말 속에서 열불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까지 마! 가긴 어딜 간다는 거야! 가면 죽여 버릴 거야!”

 

연수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 으름장을 놓자 놈도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는지 불쾌한 얼굴로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 새끼가 진짜 뒈지려고 작정했나? 이리와! 시발 놈아!”

 

놈이 우악스러운 손으로 연수의 멱살을 잡았다. 연수는 그의 손목을 꽉 잡고 손길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점점 더 꽉 조여 오는 힘을 풀 수가 없었다. 그런데 놈이 잠시 후에 잡았던 멱살을 스르르 놓아주었다. 연수는 그 틈을 이용해 절절히 애원하는 목소리로 놈에게 호소했다.

 

“제, 제발……우리 엄마를 가만히 놔둬. 네가 입장 바꿔 생각해봐. 내가 은숙이 아줌마, 네 엄마를 건드리면 좋겠어? 좋겠냐고!”

 

그러자 놈이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웃음을 옅게 머금은 얼굴로 대답했다.

 

“전에 내가 너한테 몇 번이고 말했을 텐데. 우리 엄마…… 쳇, 사실 친 엄마도 아니지만 말이야. 네가 하겠다고 뜻만 비치면 내가 그 여자를 먹게 도와주겠다고 말 했지. 아니, 그 여자가 별로면 남주 누나는 어때? 말만 하라고. 나, 그렇게 의리 없는 놈 아냐. 나만 재미 보겠다는 게 아니라고. 친구 사이에 그럼 안 되지. 흐흐흐.”

 

말 같잖은 소리에 연수는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너야 은숙이 아줌마가 네 친엄마가 아니니까 그런 식으로 함부로 말 할 수 있지만 나는 다르다고. 나를 낳아준 친 엄마야. 생각해봐. 어떤 놈이 제 엄마가 친구한테 협박에 못 이겨 농락당하는 것을 가만 보고만 있겠냐고! 제발 부탁이다. 정우야. 우리 엄마 좀 그만 괴롭혀.”

 

“그렇게는 못 하겠는 걸? 나, 말이야. 네 엄마…… 아니, 윤정 씨한테 완전 푹 빠진 거 있지? 네 엄마, 얼마나 죽이는 지 아냐? 넌 모를 거야. 떡 칠 때 말야…… 요부도 이런 요부가 따로 없다. 그 동안 정숙하고 단아한 줄로만 알았던 네 엄마가 그 짓할 때 어떤 줄 아냐?……이건 섹스만 했다하면 완전 색골이다. 색골. 크으!”

 

놈이 진저리를 치는 시늉을 했다. 연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놈은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탈을 썼지만 개만도 못한 짐승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비록 엄마인 윤정과 살갑게 지내는 아들은 아니었지만 연수는 그 누구보다도 엄마를 사랑하고 있었다. 엄마를 색에 완전 미친 여자로 묘사해놓고 엄마의 몸동작이 떠오르는지 미친놈처럼 히죽거리는 놈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분노 때문에 연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야! 이 시발 새끼야!”

 

연수가 고함을 지르며 불끈 쥔 주먹을 들어 놈의 면상에 대고 힘차게 날렸다. 그 순간, 얼굴에 둔탁한 충격이 왔다. 연수는 눈앞이 팽 도는 아찔함을 느꼈다. 몸이 휘청거리며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을 느끼는 찰나, 연수는 그만 의식을 잃고 말았다.

 

“시발 놈이 어디서 자꾸 개기는 거야? 뒈지려고.”

 

놈이 내뱉듯 지껄인 그 말이 마지막으로 귀 언저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연수가 눈을 떴을 때, 둘이 있던 공터에는 아무도 없었고 저 혼자 차디찬 땅바닥에서 누워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연수는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자신이 놈을 향해 주먹을 날린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윽!”

 

턱 쪽에서 통증이 왔다. 턱이 산산조각 난 것처럼 얼얼했고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아파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연수는 비틀거리며 집을 향해 뛰어갔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턱 쪽 부분이 연거푸 울리는 충격으로 인해 고통이 배가 되자 인상을 찌푸리며 연수는 집이 가까울수록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엄마가 만나자는 놈의 요구를 매정하게 묵살하고 집에서 자신을 기다리기만을 간절히 기원했다.

 

“엄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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