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부 8장 치욕적인, 너무나 치욕적인 (1) 6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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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20회 작성일소설 읽기 : 타부 8장 치욕적인, 너무나 치욕적인 (1) 62화
“어? 어디 갔지?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빠른 손놀림으로 바지주머니를 뒤적거리며 정우가 윤정을 쳐다보았다. 정말! 이 개새끼를!
윤정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놈은 끝까지 자신을 조롱하고 있었다. 윤정은 정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서슬이 시퍼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까불지 말고……후우! 빨리 내놔!”
“가만 있어봐. 분명히 이 주머니 속에 넣어갖고 왔단 말이야. 이, 이게 어디 갔지?”
뒤적거리던 주머니를 또 뒤적거리며 정우가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놈의 얼굴에는 진지한 구석을 눈을 뜨고 찾아보려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넌 정말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이야. 개새끼! 그래, 이제 어떡할 거야? 어떡할 거냐고!”
울분에 찬 목소리로 윤정은 악다구니를 썼다.
“아, 시발! 귓구멍 찢어지겠네. 가만히 좀 있어봐. 어떻게 된 거지? 아, 맞다! 채, 책상 위에 놔두고 왔네. 이런 된장!”
“뭐! 뭐라고!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어쭙잖은 변명에 윤정은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이었다. 지금 펄펄 끓어오르는 심정 같아서는 당장 놈을 죽여 버리고 싶었다.
“지금 당장 집에 가서 그거 가지고 와!”
“아, 진짜!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지금 이 새벽에 들어갔다 나더러 무슨 욕을 처먹으라고 집에 갔다 오라는 거야?”
내내 태평한 얼굴 표정을 짓던 놈이 갑자기 진지한 척 했다. 놈의 뻔뻔한 수작에 질릴 대로 질려 넌더리가 났지만 윤정은 분노를 꾹꾹 억누르며 물었다.
“그럼 지금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우선 이렇게 해. 오늘은 그냥 집으로 돌아가. 그 물건 말이야. 집에, 내 책상에 분명히 있다고. 윤정 씨한테 잘 보이려고 옷 갈아입다가 바지 갈아입을 때, 주머니에 챙긴다는 것을 깜빡했어. 나를 믿어 줘. 다음에 만나면 그땐 꼭 줄게. 뻥치는 것 아니라니까. 하아~시발.”
정우의 말을 믿고 싶지도 않았지만 더욱 짜증스러운 것은 녹음기를 받기 위해서 놈의 얼굴을 또 봐야한다는 사실이었다. 그 순간, 그것을 포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같이 치솟아 올랐다. 윤정은 이내 고개를 젓고 말았다. 윤정은 화를 가라앉히고 타이르듯 물었다.
“알았어. 네 말이 믿기지는 않지만……언제 줄 건지 분명하게 말해.”
“나야 이따 가라도 만나면 당장 주고 싶지만 오늘은 안 될 것 같아. 애새끼들하고 약속이 있거든.”
씩 웃으며 말하는 놈의 얼굴을 바라보다 윤정은 한숨을 쉬었다.
“지금 내 심정을 너도 잘 알 거야. 내가 너를 믿을 수가 없어서 그래. 난 하루 빨리 그것을 받고 싶어. 네가 그것을 가지고……혹시 무슨 나쁜 마음이라도 품을까봐……너무 걱정이 돼.”
“근데 진짜, 이 아줌마가 사람을 뭐로 보고 그딴 식으로 말하는 거야? 걱정할 거 없어. 분명히 준다니까 그러네.”
“알았어. 나, 먼저 나갈게. 정우야. 아줌마가 제발 이렇게 부탁할게. 네 말대로 나는 네가 하라는 대로 다 했어. 그러니 너도 사내답게 약속을 지켜. 아줌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지?”
“거, 참! 말 되게 많네. 윤정 씨의 아름다운 얼굴을 쳐다보니 또 슬슬 욕정이 동하네. 후후. 배터리도 충전이 다 되었겠다, 윤정 씨……우리 쌕 한 판 더 때릴까?”
옷을 다 챙겨 입은 윤정과 다르게 여전히 알몸인 정우가 사타구니로 손을 뻗어 절반쯤 기지개를 켠 성기를 쥐고 그녀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왔다. 놈의 행동에 기겁을 한 윤정은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문 쪽으로 재빨리 움직이면서 다시 한 번 놈에게 다짐을 받았다.
“너, 약속 꼭 지켜. 아줌마는 네게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릴 거야.”
그 말을 끝으로 윤정은 서둘러 신발을 신고 모텔을 빠져 나왔다. 이미 어둠을 잡아먹고 세상을 점령한 아침의 밝은 햇살에 윤정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왠지 부끄러웠고 자신이 수치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빠른 발걸음으로 집 쪽을 향해 걷자 그제야 정우와 있었던 간밤의 일들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재생이 되었다. 어젯밤에 정우랑 벌였던 섹스가 마치 꿈속에서 일어났던 일 같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었고 되돌릴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친 윤정은 일부러 다른 생각을 떠올리려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것은 헛수고에 다름 아니었다. 간밤에 있었던 추악한 기억이 다른 상념이 파고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휴우~ 어젯밤에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친하게 지냈던 친구의 아들과 그런 낯뜨거운 짓거리를 하다니. 아무래도 자신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아닌가 싶었다.
갑자기 은숙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녀의 얼굴을 머릿속에서 과감하게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녀가 서 사장을 통해 자신에게 한 짓은 정말이지 친구라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윤정은 자신에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그러나 이내 집이 가까워 수록 마음은 무거워져만 갔다. 집으로 돌아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들 연수의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윤정은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해 어디론가 아무도 없는 곳에 숨어서 소리 내어 울고만 싶었다. 집으로 돌아왔지만 연수가 들어온 기척은 다행히도 없었다.
빈 집에 혼자 남겨진 윤정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누웠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슴이 두근두근 요동을 쳤지만 워낙 정우에게 시달린 그녀인지라 곧 깊은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얼마나 죽은 듯이 잠을 잤을까. 언뜻 눈을 뜬 윤정은 시야에 들어온 시계의 바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세상에! 시간이 이미 늦은 오후였다.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난 윤정은 허둥대다가 밖으로 나가 아들의 방문을 열었다. 그러나 연수는 없었다. 아침에 이미 퇴근해서 밥을 먹고 잠을 잤을 연수가 일어나 벌써 또 일을 나간 시간이 하염없이 흘렀던 거였다. 차라리 굶을지언정 제 손을 밥을 찾아먹지 않는 연수는 윤정이 깊은 잠에 빠져있었을 때, 밥을 달라고 그녀를 불렀을 게 틀림없었다.
아들에 대한 미안감에 잠시 멍하니 서 있던 윤정은 다시 힘없는 발걸음으로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나서 불현듯 생각이 들어 급하게 휴대전화를 들었다. 아직 저녁도 되지 않은 이 시간에 정우에게 연락이 왔을 리는 없을 터였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놈에게는 연락이나 문자조차 없었다. 윤정은 미간을 찌푸렸다. 기다리고 있던 정우 대신에 그의 아빠인 김 종두에게 숱한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이제 두 번 다시 그 인간을 볼 이유는 없었다.
비록 은숙에 대한 보복 심리로 그의 남편인 김종두와 섹스를 했지만 그게 계기가 되어 정우에게 약점을 제공한 빌미가 되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처절하게 뼈에 사무친 후회를 한 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한 번은 정우를 더 만나야하겠지만 놈의 양심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오라는 정우는 안 오고 김종두가 찾아온 것은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갈 무렵이었다.
윤정이 모른 척하자 그는 유리창이 부서져라 밖에서 현관문을 두드렸다. 윤정은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옆집에서 충분히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난동과 다름없는 두들김이었지만 이미 속으로 굳게 다짐한 바가 있는 윤정은 그냥 귀를 닫았다.
그리고 잠시 후, 윤정은 휴대전화를 들었다. 애비가 밖에서 자신을 만나고 싶어 했지만 윤정은 그의 아들과 연락을 취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신호가 가도 정우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에 윤정은 짧은 간격으로 계속 놈에게 전화를 시도했다.
“빌어먹을 새끼!”
나중에는 숫제 전화기를 꺼놓았다. 열이 받은 윤정은 씩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밖에는 기다리다 지쳐 김 종두가 그냥 돌아갔는지 한동안 시끄러웠던 현관 쪽이 조용했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정우와 연락이 되지 않자 윤정은 피를 말리는 기분이었다.
그날뿐만이 아니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놈에게는 일절 연락이 없었고 그래서 어떻게 보냈을지 모를 정도로 윤정은 멍한 상태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정우에게 전화가 온 것은 사흘 뒤, 깊은 한 밤중이었다.
“야!”
윤정은 당장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가슴을 목소리로 대신했다.
“너, 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됐어. 오래 기다렸지? 윤정 씨. 내가 말이야. 바빠서 도통 시간을 낼 수가 있어야지. 그건 그렇고 지금 집밖으로 나와.”
전화가 일방적으로 툭 끊겼다. 윤정은 쏜살같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집 문 밖에는 차가 서 있었고, 그 차에 기대어 정우가 팔짱을 끼고 윤정이 나오기만을 기다린 정우가 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손을 올렸다.
얼핏 본 차가 김종두의 차라는 것을 윤정은 잘 알고 있었다. 그 차에 몇 번 얻어 탔던 적이 있어서 김종두의 차라는 것은 확실했다.
“오랜 만이네. 우리 윤정 씨. 뭐야? 얼굴이 왜 그렇게 핼쑥해? 흐흐흐. 내 물건 맛을 한 번 보고 나더니 며칠 안 하니까 미칠 것 같고 거기가 근질근질해? 킥킥!”
윤정은 놈의 면상을 노려보면서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그거 가지고 왔어?”
“……”
정우가 주머니 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김 종두와 자신이 섹스를 벌이면서 음탕하게 지껄인 내용이 노골적으로 담겨져 있던 음성 녹음기였다.
보이스 레코더. 즉 음성 녹음기를 보자마자 윤정은 그것을 향해 재빠르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정우의 손이 더 빨랐다. 놈은 그것을 쥐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보고 싶었던 윤정 씨를 며칠 만에 만났는데, 자기 볼 일만 보고 그냥 쏙 가버리면 안 되지이~~ 인간적으로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
“그럼 뭘 어, 어쩌라는 거야? 허튼 소리 하지 말고 그거 이리 내놔.”
윤정은 불안해졌다. 한 번 몸을 주고 나면 정우가 자신을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점점 더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후후. 우리 드라이브나 할까? 이것저것 할 얘기도 있고. 자~ 타시지.”
정우가 조수석 쪽의 문을 열었다.
“시, 싫어! 난 너랑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당장 그 물건 내놓고 돌아가!”
그러자 놈이 피식거렸다.
“너무 매몰차게 그러지 마. 윤정 씨랑 나랑 말이지. 이제 우리는 보통 사이가 아니잖아? 나이를 초월해 서로의 부끄러운 거시기까지 핥고 빨아준, 말하자면 말이지 떼려야 뗄 수 없는 그런 깊은 관계가 된 거라고. 거기다가……흐흐흐. 윤정 씨는 내 정액까지 한 방울도 남김없이 속으로 꿀꺽꿀꺽 삼킨 나의 사랑스러운 여자야.”
분명 그랬던 기억이 있다. 윤정은 귀를 막고 싶었다. 그러나 그런 행동을 하는 대신에 낮지만 앙칼진 목소리로 놈에게 말했다.
“너…… 이 자식! 대체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난 정말 네가 하자는 대로 다했어. 그러니 이제는 제발 나를 그만 좀 괴롭혀.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내가 뭘 어떻게 윤정 씨를 괴롭혔다고 그래? 서로 같이 즐긴 거 아냐? 말은 바로 하자고. 그날 밤엔 당신도 완전 뿅간 눈치던데? 말해봐. 분명 좋았지? 하아하아~흐응흐응! 흐흐흐.”
놈이 윤정의 신음소리를 흉내 냈다. 윤정은 밀려오는 모멸감을 애써 꾹꾹 눌러 참았다.
“너저분한 소리 집어치워! 그 물건이나 빨리 주고 가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