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26장. Adult & Toy (2) 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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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7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26장. Adult & Toy (2) 29화
유연이 또 눈을 흘겼다.
“그러다 눈 찢어지겠어요. 저쪽으로 가 봐요”
가게 안쪽에는 수갑을 비롯한 각종 SM도구들과 속옷, 스타킹, 그리고 여성 성기 모양의 자위기구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
“저런 거 써 본 적 있어요?”
유연이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 자위기구를 가리키며 물었다.
“없어요.”
“진짜요?”
“네.”
“에이~ 거짓말 같은데요?”
“사실 거짓말이에요. 저런 것을 쓸 일이 없었죠.”
“왜요?”
“하루도 안 거르고 계속 여자 친구가 있었으니까요! 됐어요?”
독이 오른 표정으로 유연이 따라다니며 계속 진짜냐고 물어 댔다. 그러다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한 물건이 있었다. 그건 바로 바디스타킹이었다. 가랑이 부위가 뻥 뚫려 있고, 또 양쪽 가슴 부위가 훤히 뚫려 있는 원피스 수영복 형태의 스타킹 말이다.
“이게 취향이에요?”
“아, 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넋을 놓고 쳐다보고 있던데…….”
“아니, 또 무슨 넋을 놓고 쳐다봤다고 그래요? 그냥 구경 좀 한 거 가지고…….”
“이제 가요.”
“이거! 사 가지고 가야죠.”
그녀가 냉큼 그걸 하나 집어 왔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구매한 스타킹을 가방에 넣었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그건 언제 입어 줄 거예요?”
“헤헤~ 기대돼요? 한국에 가서요.”
“오늘은…… 안 될까요?”
“오늘……?”
때마침 하필이면 이런 순간에 또 전화가 울렸다. 오 실장이었다.
“네, 실장님. 필요하신 거 구매하시고 식사까지 하셨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뭐래요? 좀 늦어질 거 같대요?”
내가 전화를 끊자 바로 유연이 물었다.
“아뇨. 생각보다 조금 일찍 끝나셨다고, 저녁 식사 자리에 늦지 않게 가려면 지금 돌아가야 할 거라고 하시네요.”
“아…….”
그녀 못지않게 나도 아쉬웠다.
“할 수 없죠. 오늘은 데이트 많이 했으니까 다음 기회를 노려 보자구요.”
“그래두요…… 그럴 줄 알았으면 빨리…… 아니에요.”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유연은 계속 시무룩한 표정이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요? 많이 속상해요?”
“우리 말이에요. 우리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수 있을까요? 이렇게 작은 순간에도 아쉬워하는 내가……. 만약 앞으로 당신 아이를 가지면 어머님이 더 이상은 우리를 못 만나게 할 텐데, 역설적으로 오히려 당신 얼굴 더 보기 힘들 텐데…….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많아져요.”
하나의 작은 불씨가 그녀의 마음을 어지럽혀 놓은 모양이었다.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끼리 함께 있고 싶은 건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작은 욕망을 현실에서 충족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수십, 수백 번 이런 상황을 견뎌 내야 할 수도 있었다.
“유연 씨…….”
“네?”
대답을 하고 있지만 그녀는 여전히 창밖을 바라봤다.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 속이 쓰릴 수밖에 없었다.
달리는 차를 길가에 대고 멈췄다.
“비싼 옷, 좋은 차, 대궐 같은 집은 아마 힘들 거고, 어쩌면 끝없는 경멸의 시선들이 평생 꼬리표처럼 우리를 따라다닐지도 몰라요. 그래도, 내가 함께…… 떠나자고 하면…… 그럴 수 있어요?”
그녀가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래 줄 수 있어요?? 진짜 그렇게 해 줄 수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지금부터 내 꿈은 성공이 아니에요. 유연 씨랑 함께하는 게 내 꿈이에요. 저번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하죠? 유연 씨랑 함께 날아갈 거라고.”
그녀가 다시 한 번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꼭 기억하고 있어요. 천 년이 걸리든 만 년이 걸리든 내가 꼭 유연 씨 데리러갈 테니까…….”
그녀가 나에게 안겨 또다시 흐느끼며 울었다.
“흑…… 못 견디겠어요. 내가 숨 쉬는 공간에 그 사람이 있는 것도 싫고! 내가 자는 침대에서 그 사람 살갗이 닿는 건 정말 미쳐 버릴것 같아요. 그 사람이 내 몸에 손을 댈 때면!! 으흑, 끄으윽…… 지훈 씨가 나 좀 꺼내 줘요. 엉…… 으으흑…… 그 끔찍한 곳에서 나 좀 꺼내 달라고요~!! 흐흑…… 제발! 다 버릴 수 있어. 지훈 씨 제발, 으아…… 으으흑…….”
유연이 내 가슴에 안겨서 통곡을 했다. 그녀의 울음소리 하나하나가 내 가슴에 칼처럼 꽂히고 있었다.
“괜찮아요…… 울지 마요…… 내가 약속했잖아! 데리러갈 거라고!! 나 봐요 나 봐……!!”
그녀의 얼굴이 온통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목이 꽉 막혀 입을 열 수가 없었다. 한 마디라도 더 내뱉으면 나도 눈물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이러한 우리 상황이 슬퍼서가 아니라, 단지 내가 사랑하는 여자가 나와 함께하지 못해 울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당장 그녀를 위해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이렇게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 수 있는 걸까.
가진 게 없어도 훗날에는 실력으로 모든 걸 쟁취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살았다. 그래서 남들이 뭐라 하든 내 속은 자신감으로 차 있었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그런데 내 앞에서 울고 있는 이 조그만 여자를 위해 당장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얼마나 비참한 기분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힘을 길러야 했다. 상대는 골리앗이다.
그를 아무리 노력해도 그를 쓰러뜨릴 수는 없다. 다만 열심히 힘을 키우면 그 옆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울지 마요, 유연 씨…… 응? 울지 마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지훈 씨…….”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의 입술을 찾았다. 가까이 있지만 그립고, 그래서 더 애틋한 우리의 입맞춤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들어 본 사랑한다는 말. 어떤 것으로도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었다.
“하아…… 유연 씨, 내가 잘못들은 거 아니죠? 다시 한 번 해 줄래요?”
눈물이 났지만 또 웃음이 났다.
“사랑한다구요. 웃지 말아요…… 어떡해요? 화장 다 번졌는데…….”
“맞다. 늦겠어요. 빨리 가야 되는데…… 가는 동안 화장 고쳐요. 그리고 고마워요…… 진심을 이야기해 줘서……. 생각해 보니까 나도 아직 이 말을 못 했네요……. 사랑해, 신유연…….”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이어지만 그녀가 날 보고 웃어 주었다.
나는 그거면 됐다.
27장. 너만을 위한 초대
오늘 우리는 향후 태양그룹에 막대한 돈을 투자할 제일교포 3세를 만나러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여러 차례 그 집 사모님이 유연의 팬이라는 걸 강조했다. 또 그쪽 회장님이 소박한 걸 좋아하는 취향이라 너무 요란한 옷은 입지 않도록 당부를 해 두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는지 오 실장이 유연 씨보다 먼저 로비로 내려왔다.
“너도 일찍 나왔구나. 여자들이란 왜 그렇게 준비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쯧쯧, 어차피 가져온 옷 그냥 걸치기만 하면 되는 건데.”
“내려오시겠죠. 오늘 공 잘 치셨습니까?”
“요즘 바빠서 필드에 너무 오랜만에 나갔더니 잘 안 맞네. 집사람이랑 어디 갔다 왔어?”
“백화점에 다녀왔습니다. 사모님께서 필요한 가방이 있다고 하셔서…….”
“네가 고생했다 여자들 쇼핑하는 데 따라다니는 거 그거 못할 짓이야. 그냥 카드 주고 원하는 거 사라고 하는 게 제일 편해.”
“저기 사모님 내려오시네요.”
“그래?”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내린 사람이 유정이었다. 물론 두 사람은 이쪽으로 걸어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쯧쯧, 아무리 배다른 자식이라도 저러면 쓰나…… 같이 있는 내내 내가 불편해 죽겠다. 이럴 줄 알았으면 둘 중 하나는 그냥 떼 놓고 오는 건데. 그래도 모처럼 이런 데 오면 대화라도 하고 좀 더 친해지지 않을까 했더니…… 글렀다.”
두 자매를 두고 혀를 끌끌 차던 오 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우리는 미리 대기하던 차를 타고 이동했다. 난생처음 리무진을 타는 호사를 누렸지만 차 안 공기는 냉랭하기만 했다.
“당신이랑 처형 거기 가서도 그렇게 인상 쓰고 있으면 나도 가만 안 있어. 이건 경고야. 식사는 거기 회장님 내외랑만 하는 거지만, 식사 끝나고 가든파티에서는 다른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하고 해야 되는데 계속 그렇게 뚱한 표정으로 있을 거야? 향후 투자를 결정할 텐데 어그러지면…… 알아서 해!”
두 여자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조심할게요.”
“주의하겠습니다.”
오 실장이 언성을 높이자 그제야 둘이 동시에 대답을 했다.
“여기 어느 정도는 놀러 온 게 맞지만. 오늘 같은 자리는 비지니스야. 그만큼 중요한 자리라고.”
차는 어느새 고급주택가에 도착해 있었다.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잘사는 동네 분위기는 다들 비슷한 것 같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정말 완벽히 정리된 어떤 조각을 보는 기분이었다.
자로 재단한 듯 완벽하게 딱 떨어지는 나무들과 정원 상태가 뭔가 실수하면 안 되라고 경고를 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안내를 받아 안쪽으로 들어가니 오십 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성과 하늘색 계열의 기모노를 차려입은 여인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푸근한 인상의 두 사람이었다.
제일교포 3세라고 해도 한국말은 잘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유정이 계속 통역을 해 주어야만 했다.
유정은 생각이상으로 능숙하게 일본어를 구사했다. 지난번 불어를 할 때도 그러더니 정말 언어 쪽으로는 탁월한 여자였다.
기모노를 입은 사모님은 연신 유연을 보며 팬이라며 유연을 칭찬했다. 한동안 그녀의 손을 잡고 놓을 줄을 몰랐다.
식사 자리에 와서도 유연이 과거에 연기했던 작품의 캐릭터를 이야기하며 그녀에게 관심을 표했다. 회장 사모님은 유연이 나왔던 드라마와 영화를 거의 모두 본 듯했다. 역시 일본의 덕질은 세대 차이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회장이란 사람도 와이프가 좋아하자 기분이 흡족한 모양이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이루어졌다. 회장 사모 덕분이었다. 문제는 식사가 거의 끝나는 와중 터지고 말았다. 회장 사모가 신경 써서 만든 음료라며 주스를 권했고 다들 한 모금씩 마시고는 맛있다며 칭찬을 했다.
하지만 유연은 표정이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어디가 안 좋은 건가? 유연이 곧 조심스럽게 오 실장에게 뭔가 이야기를 했다. 오 실장이 놀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처, 아니, 유정 씨…… 사모님께 혹시 주스에 복숭아가 들어 있냐고 물어봐요.”
유정이가 통역을 하자 사모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조금이라는 제스처를 보여 주고 있었지만 복숭아가 들어 있는 모양이었다.
“약간이지만 조금 들어가 있답니다.”
“어떡해요? 조금 있으면 피부도 뒤집어지고 그럴 텐데, 호흡이 가빠지고 쇼크가 올 수도 있어요.”
유연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그러게 확인을 해 보고 먹었어야지.”
회장 내외 앞이라 목소리를 높이진 않았지만 억지로 화를 참는 목소리였다.
“미안해요. 마시고 나서 알았어요.”
“어떡해야 돼?”
“숙소에 해외 다닐 때마다 항상 가지고 다니는 약이 있어요. 조금 쉬어야 하구요. 시간이 필요해요. 가든파티 도중에 돌아올게요. 한두 시간이면 될 것 같아요.”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자리인지 알지?”
오 실장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나지막하게 유연에게 말했다.
“알고 있어요. 2시간이면 돼요. 당신 사업 방해할 생각 없으니까 걱정 마요.”
유연이 오 실장과 대화를 하고 있는 사이 통역을 하기 위해 기다리던 유정은 별거 아니라는 듯한 표정으로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기괴한 느낌마저 들었다. 어떻게 동생이 아프다고 하는데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궁금했다.
“알았어. 유정 씨,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이 사람이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어서 잠시 숙소로 가서 약을 먹고 와야 할 것 같다고 전해요. 시간이 지체하면 발진이 생기거나 쇼크가 올 수 있어서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겠다고 말씀 드려요.”
“네.”
유정이가 통역을 하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유연의 안부를 살피던 사모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미안함을 표현했다. 유연이 침착하게 사모를 향해 괜찮다고 웃어 주었다.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었구나……. 그래서 표정이 그런 거였어.’
그때 오 실장이 나를 손짓해 오라고 했다. 내가 황급히 다가가자 귓속말로 조용히 말을 전했다.
“지훈아…… 같이 가서 돌봐주고, 한두 시간 내로 여기 데려와야 돼. 이따 오는 손님들 상당수가 집사람 얼굴 보러 오는 거라구. 신유연을 보러 오는 자리에 그 사람이 없다는 게 말이 돼? 얼른 데리고 갔다 와. 혹시라도 다른 일 생기면 연락하고.”
사람이 아픈데도 어떻게든 자신의 잇속만 챙기려는 오 실장에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아야 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유연이 더 힘들지도 모른다.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유연을 부축해 재빨리 집을 나왔다.
회장 내외는 유연을 걱정하며 이리저리 살펴주었지만 오 실장은 그저 그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자기 아내가 어떻게 되든지 상관도 없는 인간이었다. 그저 자신의 사업이 우선인 저런 인간에게 신유연이라는 여자는 지나칠 정도로 과분했다.
그래서 저자는 유연을, 가질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