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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25장. 사진 속 우리 / 26장. Adult & Toy (1) 28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3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25장. 사진 속 우리 / 26장. Adult & Toy (1) 28화

백화점에서 내리자마자 그녀는 내 손을 붙잡고 재빨리 명품 매장으로 뛰어가다시피 달려갔다. 그리고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한 브랜드 매장으로 가서 어떤 가방을 하나 집더니 그대로 계산해 달라고 했다.

직원도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유연은 빨리 계산과 포장을 해 달라고 했고 직원들이 정신을 차린 듯 신속하게 움직였다.

 

“왜 그렇게 서둘러요? 천천히 해도 되잖아요? 무슨 물건을 보지도 않고 그냥 사요?”

 

그랬더니 그녀가 팔짱을 끼고 나를 돌아본다.

 

“남자들은 정말 눈치가 없는 건지 모르겠어요.”

 

“왜요?”

 

“내가 정말 쇼핑하려고 여기 온 것 같아요?”

 

“아……닌가? 왜 해외 나가면 사람들이 쇼핑 많이 하잖아요.”

 

“한국에서도 같은 브랜드의 같은 가방 널렸거든요?”

 

“그런데…… 아…… 아! 미안해요, 아~!”

 

“쇼핑한다고 해 놓고 아무것도 안 사 오면 의심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여기 와서 아무 가방이나 고르고, 밖에 나가서 진짜로 데이트하려고 한 건데…… 그런 것도 모르고…….”

 

그녀가 입을 삐죽삐죽 내밀며 서운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에이~ 나도 다 생각하고 있었어요.”

 

“뭘? 생각했는데요? 지훈 씨 계획부터 말해 봐요.”

 

“일단 차를 여기다 두고 걸어 다니면서 같이 구경해요.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같이 손 붙잡고 다니지도 못하는데 여기에서는 좀 그래도 되지 않을까요? 유연 씨가 불편하지 않겠어요?”

 

슬쩍 그녀의 눈치를 봤다. 그러자 그녀가 씩 웃는다.

 

“그렇게 내 손에 잡고 싶었으면 진작 얘기 좀 하지. 그렇게 어려울 거 없어요. 이제 은퇴한 지도 오래됐고, 어디 보자~~ 이렇게 하면 되겠죠?”

 

유연은 한쪽에 진열된 선글라스를 끼고 나에게 물었다. 그녀의 얼굴이 작은 건지 선글라스가 큰 건지 모르겠지만 얼굴의 반 정도는 가려질 것 같았다.

 

“어때요? 감쪽같죠? 이 정도 하면 한국인 관광객도 못 알아 봐요.”

 

“하긴 태양그룹 사모님이 길거리 걸어 다닌다고 생각이나 하겠어요?”

 

그때 직원이 포장이 다 되었다며 가방을 들고 나왔다. 우리는 직원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으며 재빨리 백화점을 나왔다.

 

그녀의 손을 잡고 거리로 나왔다. 일본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라는 말에 걸맞게 많은 인파들이 몰려나와 있었다. 오히려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는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누구도 우리를 주목하거나 의심 어린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이런 환경이라면 그녀와 나도 편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날씨가 더워 마주잡은 손에 땀이 났지만 그녀의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더웠는지 아이스크림을 사 달라고 해서 사줬더니 나머지 한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먹으면서 쉼 없이 구경하고 조잘대는 그녀가 소녀 같았다.

 

“유연 씨, 덥지 않아요?”

 

“조금요?

 

“그쪽도 라운딩 끝나고 식사까지 하고 오신다고 했으니까 우리는 조금 빨리 점심 먹어요. 그래야 조금 더 놀 수 있죠.”

 

“그래요.”

 

“일본에 오면 사람들이 뭘 많이 먹어요?”

 

“비싸고 좋은 곳들이야 많죠. 그런데 우리, 오늘은 그런 데 가지 말아요. 그냥 길거리 다니다가 눈에 띄는 집이 있으면 먹어요.”

 

“난 상관없는데 괜찮겠어요?”

 

“물론이죠~ 나도 그런 여행이 하고 싶었단 말이에요.”

 

“그게 뭐 어려운 일이라고 가요.”

 

 

조금 한적한 뒷골목 쪽으로 들어가니 군데군데 작은 식당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거, 먹어요…….”

 

유연이 가리킨 간판에 뭐라고 커다란 일본 글자가 쓰여 있었다.

 

“소바잖아요.”

 

“일본어 잘 못한다면서요?”

 

“말을 잘 못하는 거지. 저 정도는 읽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메뉴판 사진만 봐도 알겠구만.”

 

“헤헤 가요~”

 

유연이 신이 나서 내 팔을 끌고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영화에서나 보던 일본 식당 주인의 특유의 인사 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점심시간은 전이어서 다행히 손님이 없었다.

테이블이 고작 세 개에 불과한 식당이었다. 영업 하냐고 물으니 이제 막 시작했단다.

유연이 날씨가 더우니 냉모밀 소바를 먹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먹어요.”

 

유연이 얼른 육수와 함께 면을 먹기 시작했다. 한 젓가락을 집어 그녀의 작은 입속으로 면을 밀어 넣었다. 그리고 오물오물 씹고 육수를 한 모금 마시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와~ 대박! 이거 빨리 먹어 봐요. 육수도 마셔 보고~”

 

나도 한 젓가락 먹어 보니 정말 맛있었다.

 

“솔직히 별로 기대 안 하고 왔는데 너무 맛있어요. 그래서 좋아요.”

 

“맛있으면 먹고 더 시켜요 더 사 줄게요.”

 

“아니에요. 딱 1인분만 먹을 거예요~”

 

“근데 다 먹고 어디로 갈까요?”

 

“나 아직 못 해 본 거 있어요.”

 

“그게 뭔데요?”

 

“다 먹고 가르쳐 줄게요.”

 

식사가 끝나자 유연은 내 팔을 잡고 또 어디론가로 향했다. 주위를 연신 둘러보며 무언가를 찾는 것 같았다.

 

“유연 씨~ 우리 어디 가는 거예요?”

 

“일단 잠자코 따라와요. 아~ 저기 있다.”

 

유연이 내 손을 잡아끌고 간 곳은 어떤 건물 안에 있는 스티커 사진기였다. 어렸을 때 또래 여자아이들이 찍는 걸 많이 보았지만 그 이후로는 한국에서는 잘 보지 못한 것 같은데 일본에는 아직 남아 있었다.

 

“이거 찾았어요?”

 

“우리 둘은 아직 같이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잖아요.”

 

“그렇긴 하네요.”

 

“그러니까 찍어요. 빨리~”

 

“그래요 들어가요.”

 

신난 아이 같은 표정으로 조르는 그녀에게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고, 그걸 남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건 찍어 두고 보기 위한 것인데, 우리 둘의 사진은 어디 보관할 곳도 없었고 남들에게 보여 줄 수는 더더욱 없었다.

사진을 찍는다 해도 우리 둘만 아는 곳에 감추어 두어야만 하는 사진이 될 게 뻔했다. 그래서 함부로 사진을 찍지도, 찍자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유연은 신이 나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고 나에게도 그런 걸 요구했다. 나도 그녀가 원하는 대로 이런저런 표정을 지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사진을 찍을 때, 그녀가 나에게 입을 맞췄다. 아래쪽은 뚫려 있었지만 위쪽은 천막처럼 가려져 있어서 가능했다.

우리가 했던 모든 행동들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겨 나왔다. 유연이 가장 예쁜 사진 하나를 고르고 나머를 전부 나에게 주었다.

 

“나는 가지고 있기 힘드니까 지훈 씨가 가지고 있어요…….”

 

“알았어요. 그런데 그거 가지고 다니면 안 되는 거 알죠?”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현실이 그랬다.

 

“내가 바본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다 넣어 둘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혹시나 하는 마음이에요.”

 

유연이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뭘 그렇게 흐뭇하게 쳐다보고 있어요?”

 

“이것 봐요.”

 

그녀가 내민 스티커 사진 속에는 개구진 표정과 엽기적인 표정, 그리고 우리가 키스하는 모습까지 모두 다 담겨 있었다.

 

“내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유연 씨는 하나같이 다 잘 나왔네요.”

 

사진을 보던 그녀의 눈에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차올랐다.

 

“사진 잘 찍었는데 왜 울려고 해요?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요? 다시 찍을까요?”

 

“그게 아니라 갑자기 눈물이 났어요.”

 

“왜요? 예쁘게 잘만 나왔는데.”

 

“사진을 찍어 놓고 보니까 내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이는 거예요……. 연기할 때 빼고,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들이나 신문에 나오는 표정들을 보면 무표정하거나 잔뜩 굳은 표정들뿐인데…… 나도 이렇게 행복하게 웃을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으으, 흐윽…… 흐윽…….”

 

결국 눈물이 방울져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살포시 그녀를 안아 주자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마음 놓고 우는 유연이었다.

 

“행복해 보여서 우는 거라니까 내가 봐 주는 거예요. 큰일 났다, 유연 씨~ 이렇게 눈물이 많아서…… 앞으로 정말 힘들고 커다란 일들이 많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괜찮아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젠. 지훈 씨가 내 옆에 있어 줄 거잖아요…….”

 

“맞아요. 어떠한 경우에도 그럴 거예요.”

 

밖으로 나오니 아까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다.

 

“지훈 씨는 어디 가보고 싶은데 없어요?”

 

“글쎄요~ 솔직히 말하면 여기가 처음이고 뭐가 유명한지도 모르겠고 어디가 좋은지도 잘 모르니까…… 그런데 어디든 유연 씨랑 가면 다 재미있을 것 같아요.”

 

그녀가 잠시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알겠다!”

 

“뭘요?”

 

“지훈 씨가 흥미로워할 만한 곳을 알 것 같아요.”

 

약간의 사악한 느낌마저 들 정도의 웃음을 날리고 그녀가 또다시 나를 끌고 앞장서서 길을 걸었다.

 

“어디로 가는 건데요?”

 

“나도 자세하게는 몰라요. 옛날에 나랑 같이 일했던 코디 언니가 거기 가 봤다고 했는데 아마 지훈 씨도 좋아할 것 같아요.”

 

유연과 난, 한 블럭을 더 지나 어느 골목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그 건물 입구에 익숙한 색채와 영어 알파벳이 보였다.

 

<adults…… toys…….>

 

유연을 돌아보자 그녀가 그 어느 때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거 확실히 지훈 씨 취향저격 맞죠?”

 

“하하하핫. 아니 어떻게 이런 데 올 생각을 했어요?”

 

“일본은 막상 다니다 보면 이런 가게 되게 흔해요. 우리나라처럼 다 가려져 있지도 않고, 저기 봐 봐요~ 밖에서도 다 보이고.”

 

“그렇긴 한데, 괜찮겠어요? 나도 들어서 아는데 저기 들어가면 오만 가지가 다 있을 텐데? 아마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예요.”

 

“괜찮아요 여기까지 온 건데 들어가요~ 그리고 지훈 씨 취향저격인 그 아이템으로…….”

 

“그 아이템으로……?”

 

“내가…… 해 줄게요…….”

 

“뭘요?”

 

“그거.”

 

“그거 뭐요?”

 

유연을 놀리는 게 재미있었다.

 

“세……엑스……요…….”

 

“가요~ 내 취향대로 고를 거예요. 나중에 뭐라고 하기 없기!”

 

“알았어요~!”

 

26장. Adult & Toy

 

 

가게 안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넓고 많은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손님 중 절반이 여자란 사실이었다.

 

“우와…… 여기 완전 신기해요~!”

 

유연이 가면 하나와 채찍을 집어 들고 말했다.

 

“목소리 좀 낮춰요.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해요?”

 

“에이~ 대충 보면 일본사람 중국사람 티 나요.”

 

“그래도.”

 

조금 더 걸어 들어가자, 길이 별, 굵기 별 기능 별 딜도들이 즐비하게 줄지어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유연의 입이 떡 벌어졌다. 저럴 때 보면 꼭 아이 같다.

 

“이것 봐요~ 하핫~ 막 움직이면서 돌아가요.”

 

“유연 씨~? 그것 좀 내려놓고 이야기해요. 한국에서는 안 그러던 사람이 왜 그래요 갑자기…… 하하하.”

 

윙윙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전동 딜도를 내가 뺏어서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한국 아니니까 그렇죠~ 여기 신기한 거 너무 많은 거 같아요.”

 

“그렇게 호기심이 많았던 사람이 지금껏 어떻게 참고 살았어요?”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요?”

 

“나 때문이라는 거예요?”

 

“그럼 누구예요? 나한테 그런 걸…… 그러니까…… 그렇게, 느끼게 해 준 사람이, 지훈 씨가 처음인데…….”

 

“아…… 오 선생님 만나게 해 드린 것 때문에 그러시는 거구나~”

 

“오 선생님이라뇨?

 

 

갑자기 등장한 오 선생이란 말에 그녀가 눈을 똥그랗게 하고 물었다. 나는 한 발짝 더 다가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여 주었다.

 

“오르가즘이요.”

 

“프…… 흐흐하…… 하하하, 크흐흐…….”

 

유연이 잠시 멍해졌다가 뒤늦게 이해를 했는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다.

 

“아…… 배 아파. 흐흐, 그걸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아니면 지어 낸 거예요?”

 

“나도 직접 들은 적은 없어요.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듣기만 했어요.”

 

“누구한테요?”

 

“전 여자…… 아, 그게…… 전에 알던 여자 동기요! 동기!”

 

그녀의 눈빛이 날카로워지며 나를 쏘아봤다.

 

“아~ 여자 동기로 시작해서 끝내 여자 친구가 되어, 지훈 씨를 통해 오 선생님을 만난, 그분이요?!”

 

“하하, 무슨 질투도 그렇게 예쁜 얼굴로 해요?”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하지 말아요?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그녀가 뒤돌아서면서 또다시 다른 물건들을 뒤적이면서 나에게 말했다.

 

“헤어진 지 오래 됐어요?”

 

“조금요.”

 

“얼마큼 좋아했어요. 얼마큼이요?”

 

유연은 관심 없는 듯 다른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며 계속 나를 추궁했다. 이대로 가다간 계속 시달려야 할 것 같았다. 한 걸음 더 다가가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얼마큼 좋아했는지 궁금해요? 그런데 나는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당신 만나고 나서부터 내가 그전에 누구를 만났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나.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까 억지로 그 사람들 꺼내려고 하지 말아요. 이미 내 기억 속에서 지운 지 오래니까…… 한 마디만 더 하면 다른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입을 막아 버릴 거예요. 내 입으로,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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