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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18장. 질투, 그리고 확신 22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89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18장. 질투, 그리고 확신 22화

“근데…….”

 

“근데 뭐요?”

 

“100명은 너무 많아요.”

 

그녀가 울상인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는지…….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가슴을 어루만졌다.

 

“이렇게 완벽한 몸매와, 얼굴을 가진 여자를 두고 어떻게 다른 생각을 하겠어요?”

 

“남자들의 그런 말 이제 안 믿어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싫지 않은 눈치였다.

 

“혹시 잊어버렸을까 봐 이야기하는 건데, 당신은 신유연이에요.”

 

“그게 뭐요?”

 

“당신이 어떤 사람이었냐면…… 음, 아니다…….”

 

“왜 또 이야기를 하다가 말아요?”

 

“아니, 이야기하면 또 남자들을 이상하게 볼까 봐…….”

 

“이상하게 안 볼 테니까 이야기해 봐요, 얼른~”

 

이럴 때 보면 영락없는 궁금한 거 많은 아가씨였다.

 

“활동할 때 한 남성잡지에서 빨간색 비키니 입은 적 있지 않아요?”

 

“잡지?”

 

그녀는 잠시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 ‘더 맨’ 그거죠?”

 

“맞아요. 그게 군대에서 제일 인기 있는 건데 내가 말년병장 때 유연 씨가 표지 모델로 나왔어요.”

 

“그런데요?”

 

“내가 그때 살짝 변비가 있어서 화장실 칸 안에 앉아 있는데, 옆에서 뭐가 이상한 소리가 자꾸 들리는 거예요. 탁탁탁 탁탁탁 이런 소리.”

 

“탁탁탁? 그게 뭔데요?”

 

“남자들이 자위하는 소리요?”

 

“예?”

 

“내가 변기를 밟고 올라가서 옆을 보니까 글쎄 그 잡지를 보면서…… 그러고 있더라구요.”

 

“화장실에서 왜 그걸.”

 

그녀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군대는 자기 방이 없잖아요. 그래서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화장실밖에 없거든요. 거기에 어디다 풀 수는 없지~ 휴가는 길게 남았지. 그럴 때 화장실을 오는 거예요. 그런데 또 그냥은 못 하니까 대상이 있어야 하죠.”

 

“그 대상이 나라구요? 그건 좀 싫다…….”

 

“싫을 수도 있는데 조금만 바꿔서 생각을 해 보면 그만큼 당신이 예쁘고 매력 있다는 거잖아요. 모든 남자들의 워너비~”

 

“그래두요…… 근데…… 지훈 씨도 나를 대상으로…… 그래 본 적 있어요?”

 

그녀가 내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 혹시라도 거짓말을 하면 잡아내겠다는 표정이었다.

 

“있어요…….”

 

그녀가 왠지 기분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그런 거 싫다고 그래 놓고 왜 웃어요?”

 

“뭐?! 지훈 씨는…… 괜찮아요…….”

 

이렇게 말하는 유연이 너무 사랑스러워 보였다.

 

“영광인데요? 너에게 자위를 허하노라 뭐 이런 건가? 하하핫.”

 

“부끄럽게 그런 말 하지 마요.”

 

“맨날 부끄럽다면서 자기는 할 말 다 하고 물어볼 거 다 물어보고~”

 

“남자들은 다 그런 거 하는구나~ 요새도 해요?”

 

“아뇨. 유연 씨와의 하루하루를 위해서 참고 있죠.”

 

“칫~”

 

“진짠데…….”

 

“이제 정말 가야 할 시간이에요.”

 

알고는 있지만 너무 보내기가 싫었다.

 

“이렇게 끌어안고 잠들어서, 아침에 같이 눈을 떴으면 좋겠다.”

 

내 말에 그녀는 아무 대답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면 됐다.

 

씻고 옷을 다 입은 후 유연이 내게 말했다.

 

“이번 주말에 일본에 갈 것 같아요.”

 

“남편이랑 같이……요?

 

“네.”

 

임신을 하기 위해선 그녀도 분명 남편과 관계를 가지고 있을 게 분명했다. 남편과 관계를 하지도 않았는데 임신을 하는 건 이상한 일이 될 테니까.

그런데 남편과 다른 나라로 간다고 하니까 왠지 함께 여행을 간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서 과연 둘이 무엇을 할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가슴속이 답답해졌다. 그게 내 표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나 보다. 그녀가 조심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훈 씨? 일본에 가는 거 놀러 가거나 그런 거 아니에요. 현지 파트너 회사가 있는데 그쪽 대표 분이 아내와 함께 온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나도 가는 거예요. 선택할 수 있다면, 나도 가고 싶지 않아요.”

 

“알아요. 아는데, 갑자기 가슴이 꽉 막히네요. 당신을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더 참기가 힘들어져요. 같이 있을 땐 괜찮은데 같이 없으면 생각이 나요. 뭘 하고 있을까 혹시 남편과…….”

 

이건 내 실수였다. 이런 이야기까진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녀가 다급하게 다가와 나에게 안겼다.

 

“그런 생각 하지 말아요. 제발…….”

 

그녀가 울먹였다. 그러려고 했던 게 아닌데 상처를 준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미안해요. 내가 잠시 미쳤었나 봐요.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닌데…….”

 

“나 봐요…….”

 

나는 그녀를 바라봤다.

 

“나는 이미 당신한테 내 마음…… 줬어요. 당신을 믿으라고 말했죠? 당신도 나를 믿어 줘야 해요. 무슨 뜻인지 알죠?”

 

“알겠어요.”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가 어디에서 뭘 하던 우린 서로 믿어야 해요. 눈앞에 보이는 거, 남들이 하는 이야기 말고, 우리가 서로를, 믿어야 한다구요.”

 

“그럴게요.”

 

이제 완전히 그녀의 마음을 확인했다. 지금부터 이 여자는 내 여자다.

 

“나 좋아해요?”

 

그녀가 물어 왔다.

 

“아니요.”

 

잠시 그녀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

 

“사랑해요. 좋아하는 건 이제 그만할래요.”

 

그녀의 대답을 듣기 전에 먼저 그녀의 입술을 막아 버렸다. 어차피 똑같은 대답이라고 생각했으니까,

19장. 또 다른 얼굴

 

 

아침에 눈을 떠서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은 시계를 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에게서 온 문자나 톡이 없는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였다.

여러 가지로 제약이 많은 사람이라 쉽게 연락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 틈바구니를 뚫고 우리는 틈틈이 서로의 안부를 확인했다.

그녀가 나에게 마음을 보여 줌으로서 우리 사이에는 더 이상 남아 있는 장벽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마음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었다.

나에게는 작은 목표가 생겼다. 작은 목표라고 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골리앗과 싸워야 했다.

내가 원하는 목표는 단 하나.

신유연을 가지는 것이었다.

어떤 타협도 있을 수 없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과, 없는 두 가지 상황에서 내가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한 사람을 지나쳐야 했다.

어쩌면 두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오연태 실장과 송연옥 회장.

말 한 마디로 대한민국을 흔들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차근차근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준비를 해야 했다.

 

출근하는 길에 듣는 라디오에서 많은 가수들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문득 그녀가 연기자가 아닌 가수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하루 종일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때 나보다 먼저 출근을 했는지 유연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출근하는 중이에요?]

 

“어떻게 알았어요? 이제 텔레파시 같은 것도 통하나?”

 

[라디오 소리 다 들려요~]

 

“내 목소리 듣고 싶어서 전화 했어요?”

 

[네~]

 

“진짜?”

 

[네.]

 

“왜 이래요? 아침부터 가슴 설레게~”

 

[사실 오후부터 봉사 활동 가 있을 거고 저녁에는 또 무슨 자리에 끌려가야 해서 연락 못할지도 몰라요…….]

 

“알겠어요.”

 

[오늘은 끝나고 뭐 할 거예요?]

 

“글쎄요. 오늘은 딱히 할 게 없는데 그냥 일찍 집에 들어가서 청소하고 쉬어야겠어요.”

 

[어디 딴 여자랑 데이트하러 가는 거 아니죠?]

 

“절대 아닙니다. 집에 들어가서 가만히 발 닦고 잘 거예요.”

 

[알았어요. 밥도 꼭꼭 잘 챙겨 먹고 그래요.]

 

“와~ 또 감동이다.”

 

[뭐가요?]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 말고, 누가 나 밥걱정 해 주겠어요? 하핫, 유연 씨도 좀 많이 먹어요. 조금 더 살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살찌면 밉다고 할 거잖아요?]

 

“아니요. 절대 안 그래요. 살찌면 글래머가 될 수도 있잖아요?”

 

[내가 글래머가 아니라서 싫다는 거예요?]

 

“하핫, 아뇨아뇨. 그런 거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 말아요. 밥 많이 먹고 튼튼해지란 거예요.”

 

[피이…….]

 

“하하핫.”

 

[이제 끊어야 해요. 좋은 하루 보내요~]

 

“유연 씨도 좋은 하루~ 나 말고 다른 남자들한테 많이 웃어 주지 말아요~”

 

[알았어요. 끊어요.]

 

***

 

오전시간에 유정이가 내 자리로 다가왔다.

 

“혹시 오늘 시간 있어?”

 

“왜?”

 

“없으면 나 좀 빌려 주라.”

 

아침에 유연과 통화를 한 게 기억이 났다.

 

“별일 없기는 한데 오늘은 피곤해서 나 좀 쉬고 싶다.”

 

“이렇게 비싸게 굴 거야?

 

“무슨 일인데?”

 

“보고 싶은 공연이 있는데 혼자 어떻게 가?”

 

“그, 썸남? 이랑 가.”

 

순간 유정이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 사람이 못 가니까 너한테 부탁하는 거지.”

 

“그럼 이거 데이트네.”

 

“너 유부남이야? 젊은 남녀가 데이트 한 번 하면 안 돼?”

 

“데이트면 더더욱 안 돼.”

 

“왜?”

 

“내 양심이 그래…….”

 

유정이가 내 표정 여기저기를 뜯어봤다.

 

“그 여자랑 사귀기로 한 거야?”

 

뭐라고 설명하기가 예매했다.

 

“뭐 비슷한데, 아무튼 오늘은 안 돼. 미안~”

 

“됐어~”

 

 

오후엔 일이 있어서 재무팀에 들렀다가 돌아오는 길에 회사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냥 스쳐 지나가려는데 뒷모습이 낯이 익었다.

유정이가 틀림없었다. 함께 이야기하는 상대방 남자는 옷차림이나 외모로만 봐서는 회사 임원이나 중역 정도일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알고 있으니 확실히 우리 회사 식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지? 처음 보는 얼굴인데?’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보기로 했다. 유정이가 나를 등지고 있었기 때문에 티 안 나게 화장실이 있는 쪽 통로로 자리를 이동했다. 그제야 말소리가 좀 들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 집에도 좀 오고 그러지.”

 

“내가 거길 왜 가요?”

 

성격 좋고 서글서글한 유정이가 한 말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싸늘하고 차가운 말이었다.

 

“너도 이제 그만 좀 해. 이제 태양그룹에 입사도 했고 네가 원하는 인생 살 수 있잖아. 엄마랑 동생한테 연락도 좀 하고. 우리도 남들 사는 가족처럼 그렇게 살아도 되잖아?”

 

아마도 유정이의 아버지인 모양이었다.

 

“아버지 입에서 가족이라는 단어가 나올 줄은 몰랐네요. 다른 여자한테 미쳐서 자기 마누라를 헌신짝 버리듯 버리는 게 가족이 할 짓인가요?”

 

“신유정!”

 

“여기 내가 일 하는 회사예요. 이러지 말고 그냥 돌아가세요.”

 

“너희 엄마도 이제 늙었어. 이제 그만하면 용서 해 줄 때도 됐잖아!”

 

“누가 내 엄마라는 거예요? 우리 엄마는 버림받고 그 좁아터진 식당 방구석에서 일만 하다가 자식 얼굴도 못 보고! 죽었어요. 그런데 누가 내 엄마라는 거예요?”

 

서슬 퍼런 유정이의 말이었다.

 

“이제 그만 용서하고…….”

 

“절대, 절대, 용서 안 해…….”

 

유정이의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그 기운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절대 용서 안 할 거야. 우리 엄마가 흘린 눈물! 그 여자한테 당했던 모욕들! 모조리 갚아줄 거야. 남은 일생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피눈물 쏟게 만들어 줄 거야.”

 

멀리서도 보일 정도로 주먹에 힘이 바짝 들어가 팔이 떨릴 정도였다.

 

“제발…… 유정아, 이제 그만하자. 내가 잘못했다고 하잖아. 엄마는 그렇다고 쳐도 한 핏줄인 동생이 있잖아.”

 

“핏줄? 그따위 거. 할 수만 있다면 다 뽑아내 버리고 싶으니까 이제 나 찾아오지 말아요. 나는 엄마도 없고 동생도 없어. 그리고 그 예전에 아버지도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니까 다신 이렇게 찾아오지 마요.”

 

유정이가 몸을 돌리려는 낌새를 느끼고 황급히 몸을 숨겼다. 유정이가 지나가고 나서도 그녀의 아버지는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있었다.

나도 조용히 사무실로 돌아왔다. 남의 가정사에 상관할 바는 아니었지만 유정이와 아버지 간에는 커다란 골이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

지난번부터 유정이에게 뭔가 사연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친부모에게 이렇게나 큰 분노를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다. 내가 본 바로는 분노보다는 증오에 가까웠다.

새어머니와 동생에게 독설을 날리던 유정이의 모습이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았다. 마치 또 다른 얼굴을 가진 사람 같았다.

 

‘괜찮은 걸까?’

 

조금 떨어져 있던 유정이의 표정을 몰래 살펴봤다. 다행히 괜찮은 것 같았다. 그렇게 악다구니를 쓰고, 어떻게 사무실에서 저렇게 완벽히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괜찮은 척해도 그렇게 말하고 속이 오죽하겠어?’

 

괜스레 또 마음이 쓰였다. 아까 전에 그냥 같이 공연 보러 가자고 할 걸 그랬나? 가뜩이나 마음도 안 좋을 텐데…….

이럴 때는 그냥 모르는 척을 해야 하는데 나는 태생적으로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친구랑 한번 놀아주는 건데 그 정돈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개운치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왠지 유연을 속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에이 모르겠다. 이따 저녁에 이실직고 하면 되지 뭐.’

 

그런데 실장님 방에서 나온 과장이 유정이에게 다가가 무언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유정이가 몇 가지 서류를 챙겨서 오 실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20분가량이 흘렀지만 유정이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몇 분이 더 흘러서야 그녀가 문을 열고 나왔다.

조금은 붉어진 얼굴과 약간 눈물이 맺힌 것 같은 표정이었다.

뭘 잘못한 걸까? 깨졌나? 궁금증이 들었지만 알 수는 없었다.

 

어느덧 벌써 퇴근 시간이었다. 오늘은 가장 먼저 퇴근 하는 사람이 오 실장이었다.

아침에 어딘가 가야 한다고 했던 유연의 말이 생각났다.

 

“퇴근 안 해?”

 

다른 사람들이 퇴근 준비를 하고 있던 시간이라 내가 유정이에게 다가가서 먼저 말을 걸었다.

 

“피곤하다면서? 먼저 가.”

 

“실장님한테 깨졌냐? 아까 보니까 표정 완전히 안 좋던데?”

 

“어? 어……. 내가 정리한 자료랑 실장님한테 들어간 자료가 달랐나 봐 그래서 좀 혼났어, 신경 쓰지 마.”

 

“뭐 그런 걸 가지고 애를 혼내고 그러냐?”

 

“내 잘못이지 뭐.”

 

“아까 공연 보러 가자고 했던 거 티켓은 있어?”

 

“왜 같이 보러 가 줄 거야?”

 

시무룩하던 유정이의 표정이 살짝 밝아지는 것 같았다. 거기다 대고 안 된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오늘 하루 안 좋은 일들이 겹친 유정이에게 뭐라도 조금 위로가 되어 주고 싶었다. 물론 유정이는 이런 나의 마음을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자.”

 

그녀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그렇게 좋아?”

 

“응. 그리고 오늘 거기, 꼭 가야 되거든.”

 

어지간히도 보고 싶었나 보다.

 

퇴근시간이라 차가 좀 밀렸지만 다행히 늦지 않게 도착할 수 있었다.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갑자기 유정이가 나에게 팔짱을 꼈다.

 

“야 왜 이래 누가 보면 어떻게 하려고?”

 

“솔로 티내기 싫어서 그러는 거니까 그냥 좀 가자. 엉?”

 

“아, 싫어…….”

 

거부했으나 유정이는 막무가내로 내 팔을 끌어당겼다.

 

“가자~”

 

마지못해 끌려가면서 공연장으로 가기 위해 모퉁이를 도는 순간, 유정이 발걸음을 멈췄다. 덩달아 나도 걸음을 멈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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