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49장. 비밀의 문 (2) 52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244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49장. 비밀의 문 (2) 52화
“아무 소리도 하지 마! 너도 내 편 아니잖아. 그 계집애 편들 거면 그냥 입 다물고 있어. 누구도 나 못 말려. 나는 내가 원하는 자리까지 가고야 말 거니까, 반드시…….”
유정이 저렇게까지 확신하고 있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오 실장의 아이를 가지게 되면 자신이 승리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송 회장님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아직 유정은 모르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되자 오 실장이 나에게 어디 갈 데가 있다며 준비하라고 미리 연락을 했다. 어디 가자고 하면 반드시 가야 하지만 목적지라도 말해 주면 좋겠는데 번번이 나는 항상 도착하고 나서, 또는 출발할 때 목적지를 듣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 가면 미리 간다고 말이라도 해 주지…….
한가하면 유연 씨를 만나려고 했는데…….
한가한 생각도 잠시, 오 실장이 밖으로 나오자 재빨리 일어섰다.
“가자, 가면서 이야기하자…….”
“네, 그러시죠.”
“오늘도 운전은 네가 해라. 부탁 좀 하자.”
“네.”
내가 운전을 하는 날은 반드시 뭔가 구린 게 있다는 뜻이었다. 운전기사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니까 뭔가 좀 더 비밀스러운 장소로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일단 가자.”
차를 타고 가면서 오 실장은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지금 가고 있습니다…… 네. 잠시 후 도착할 겁니다. ……네, 데리고 가고 있어요, 네.”
나랑 단둘이 가는 길인데 데리고 가고 있다는 건 누굴 말하는 거지?
또 누구를 태워 갈 사람이 있나?
“실장님 혹시 또 누굴 태워 가야 합니까?”
“아니야, 그냥 가면 돼.”
“그런데 조금 전에 누구를 데리고 간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랬지…… 그게 너야.”
“네? 저요?”
“그래…… 너도 데려오라길래 데리고 가고 있는 거야.”
“어디를 가시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한 이사네 집.”
갑자기 무언가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갑자기 왜 한 이사가 나를 자기네 집으로 데리고 오라고 했는지는 몰라도, 굳이 데리고 오라고 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전날 밤 은지에게서 온 전화를 안 받은 것도 뭔가 찜찜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혹시 은지가 뭐라고 얘기를 한 걸까?
아니야. 절대로 그럴 리는 없어…….
그건 나에게도 은지에게도 절대로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은지의 남편이 아닌가…….
머릿속이 완전히 엉켜 꼬여 있을 때쯤 차가 한 이사네 집 앞에 도착했다.
오 실장의 집만큼은 아니었지만 여기도 엄청난 저택이었다.
도착하자 우리를 맞아 준 건 다름 아닌 은지였다.
“어서 오세요, 오 실장님. 오랜만에 뵙네요.”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형수님.”
“자꾸 형수님이라니까 뭔가 되게 나이 들어 보여요…… 저 아직 그 정도 아닌데…… 하하핫.”
“제가 완전히 사석에서는 한 이사님을 형님이라고 부르니까 형수님이시죠~ 어떻게 날이 갈수록 예뻐지시는지…… 하하하.”
“그 말은 제가 도저히 못 믿겠네요. 그렇게 예쁜 부인을 가지고 계시면서…….”
은지와 오 실장은 꽤 자주 본 사이인 듯 편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아…… 이 친구는 저랑 같이 일하는 친구예요.”
오 실장이 나를 가리키며 인사를 시켰다.
“네. 알아요. 저번에 후원금 보내 주실 때 오신 적이 있잖아요. 그때 봬서 알고 있어요.”
“아, 그랬구나…… 형수님도 우리 학교 후배죠. 그러고 보니 이 친구랑 같은 학번 아닌가?”
“어쩜 그렇게 자기 남편이랑 똑같은 질문을 하세요? 누가 단짝 아니라고 할까 봐…… 안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일단 들어가서 말씀 나누세요~”
“아, 그래야죠. 들어가자.”
은지가 우리를 실내로 안내했다. 고급스러운 조명 장식이 아주 인상적인 집이었다.
인테리어 된 자재들만 봐도 집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서 오세요, 오 실장님~”
“여긴 집이잖아요. 이제 이 친구도 처음 보는 것 아닌데 말 편하게 해요~ 형.”
“그럴까? 그래~ 적어도 우리 집에서는 그래도 되겠지?”
“그럼요.”
“결혼하고는 우리 집 처음이지?”
“그러네요.”
“그 이전에는 저희 집 자주 오셨나 봐요?”
은지가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뭐 가끔 여기 와서 술도 마시고…… 같이, 파티도 하고 그랬죠.”
“설마 그때 나 말고 다른 여자가 이 집에 있었던 건 아니죠?”
은지가 의심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하하하…… 저는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형님한테 따로 물어보세요.”
“농담은~ 어서 가서 저녁이나 먹지. 자네도 왔군. 함께 가서 먹지~”
왠지 저기 가서 먹으면 체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세 분 안에 들어가서 식사하십시오.”
“왜요? 같이 들어가서 식사해요.”
은지가 오히려 나에게 함께 식사할 것을 권했다.
“저는 괜찮은데…….”
“함께 식사해요. 식사하고 나서 내가 물어볼 것도 있고 해서 일부러 오 실장 통해서 데려오라고 했어요.”
옆에 있던 은지도 몰랐던 사실인지 남편을 한번 힐끔 쳐다봤다.
“저를요? 왜…….”
“너무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야…… 들어가서 같이 식사 하자.”
오 실장까지 저렇게 권하는데 더 거절할 수가 없었다.
엄청나게 큰 다이닝룸과 식탁이었다.
그들 부부가 나와 오 실장의 건너편에 자리 잡았고 모든 음식들은 세팅이 다 되어 있었다.
“식사하면서 나눌 이야기들이 있으니까 아주머니는 먼저 들어가세요.”
한 이사가 이야기를 꺼내자 주방에 있던 아주머니 두 분이 즉시 자리에서 사라졌다.
은지도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남편을 지켜봤다.
“식사하죠.”
뭔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식사 자리에서는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무난히 식사를 끝마치고 자리를 옮겨 술을 한잔하기로 했다. 이렇게 넓은 집에는 용도별로 공간이 다 있는 모양이었다. 술도 모든 게 기본적으로 세팅이 되어 있었다.
“자 한잔, 들지…… 들어요.”
그는 여전히 나에게 어떤 것도 물어보지 않았다. 왠지 그냥 앉아 있는 것도 가시방석인 기분이었지만 정작 은지는 아무렇지 않게 행동 하고 있었다.
우리만 입 다물고 있다면 아무도 모를 사실이었다. 괜히 나 혼자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지훈 씨라고 했죠?”
그가 드디어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 그렇습니다.”
“혹시 성이…….”
“유지훈입니다.”
“그래…… 그랬지…….”
“형님이 젊은 친구들한테 궁금한 게 있다면서 자넬 부른 거야. 그런데 형님은 옆에 와이프 분한테 물어보시면 되지 뭐 하러 지훈이까지 부르셨어요. 둘이 같은 학번이지 않아?”
오 실장이 안주를 먹으면서 말했다.
“나도 그렇게 들었어. 그런데 학교 다닐 때는 몰랐다고 하더군, 그렇지?”
그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왠지 눈빛에서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순간 은지가 긴장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냥 예사롭게 들을 수 있는 질문이기도 했지만 왠지 말속에 뼈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형님도…… 우리도 학교 다녀 봤지만 학번이 같다고 다 알 수가 있나…….”
“그렇긴 하지…….”
한 이사가 수긍했다.
“그런데 엊그제 말야…… 이 여자가 술이 잔뜩 취해서 집에 돌아왔더라고…….”
이야기를 듣던 은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얼어 버렸다. 한 이사를 쳐다보지도 못하고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애쓰는 표정이었다.
갑자기 은지가 술을 마신 이야기를 꺼내자 오 실장도 한 이사가 다른 얘기가 있다는 걸 눈치챈 것 같았다.
“그런데…… 술을 진탕 마시고 들어와서 화장실로 들어가서 어딘가 전화를 하더라고…… 전화를 안 받는지…… 전화 받으라고 고함을 치면서 악을 쓰더니 그 자리에서 잠이 들어 버렸어…… 당신 기억이 나?”
뭔가 기억이 있는걸까?
은지의 표정이 초조함과 불안함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제가…… 그랬어요?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랬다면 미안해요. 그러니까 그 이야기는 그만해요…… 손님들도 계시잖아요.”
은지가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안주인으로서 활발하게 이야기하던 모습은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다.
“손님들도 이 이야기를 궁금해 할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럼 저는 들어갈 테니까 이야기들 나누세요.”
은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
한 이사가 서늘한 음성으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순식간에 공기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네 사람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은지가 자리에 앉았다. 그 모습이 아내라기보다는 마치…… 다소곳하고 말 잘 듣는…… 부하직원 같았다.
“그래서 내가 화장실로 들어갔지. 전화기를 보니까 받는 사람이 ‘훈이’더라고. 훈이…….”
한 이사가 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옆 자리에 있던 실장도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여보…… 그건…….”
“뭐가 그렇게 성급해? 일단 더 들어 봐. 흐흐흐…… 자네는 여기서 말하는 훈이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라…… 그래…… 그런 이야기를 더 해 볼까?”
문득 한 이사가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안에 침이 바짝 마를 정도로 긴장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한 이사는 나의 전화번호도 몰랐고 우리 둘의 관계를 어떻게 유추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 말고는 도리가 없었다.
“평소에는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그 상황을 지켜보니까 호기심이 생기더라고…… 그래서 휴대폰을 뒤져 봤지…….”
그가 악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고 은지는 눈을 감았다.
휴대폰에 뭐가 있다는 거지……?
“찾아보니까 이 사람한테 비공개 SNS가 있더라고…… 거기 보니까 과거 사진이 아주 많더라고…….”
무거운 침묵이 방 안을 맴돌았다.
“현태야 내가 거기에서 누굴 본 것 같니?”
“글쎄요…… 그거야 저도 알 수 없지만 아마 친구 분들 하고 찍은 사진이겠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 실장의 시선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친구였겠지. 그런데 왜 그 친구를 나한테는 모른다고 했을까…… 지훈 씨?”
이제는 정확하게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불편한 오해를 하실까 봐 말씀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한 이사는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오 실장은 조금 놀라는 눈치였다.
“불편한 오해라 어떤 오해를 말하는 거지?”
“그냥 잠시…….”
그가 정확히 어떤 사진을 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따라서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거짓말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럴 때는 그냥 입을 다무는 게 현명했다.
“그냥 잠시 침대에서 뒹군 그런 사이인가?”
“여보, 그건…… 옛날…….”
쫘아악!
날카로운 타격음이 들렸다. 한 이사가 은지의 뺨을 후려친 것이었다.
“닥쳐! 너는 그냥 닥치고 있어. 한 마디도 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