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44장. 스릴 (2) / 45장. 탄로 (1) 47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55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44장. 스릴 (2) / 45장. 탄로 (1) 47화
유정이가 살짝 나를 노려봤다.
“내 인생이야.”
“맞아, 네 인생이야. 너나 나나 인생이라는 건 한 번밖에 없잖아. 그런데 누구를 미워하고 망가뜨리는 데 네 인생 전부를 걸 셈이야?”
나를 쳐다보는 유정이의 눈빛이 흔들렸다.
“내가…… 뭘…… 망가뜨린다는 거야?”
이경이가 나를 무섭게 노려보고 있었다. 속으로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 자신을…… 말하는 거지. 그렇게 남을 미워하는 데 너무 애쓰지 말라는 이야기야. 이제 아버지도 옛날 그런 아버지가 아니잖아. 나이도 많이 드셨고…….”
“네가 착각하는 게 하나 있는데…… 나이가 먹었다고 해서, 시간이 흘렀다고 해서, 내 상처가 아물진 않아. 아직도 나는 이렇게 고통 받고 있는데…… 당사자들은, 시간이 지났으니까 다 잊으면 된다고 생각을 하더라고. 이건 너무 불공평하지 않아?”
“유정아…….”
“난 내 방식대로 살 거야. 절대로 후회 같은 거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날 설득할 생각하지 마. 우리 엄마를 도로 살려낼 거 아니면…….”
유정이의 눈빛은 날이 갈수록 차가워져만 갔다. 항상 잔뜩 벼린 칼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칼끝이 누구를 향해 조준되어 있는지도 나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오늘은 퇴근 시간부터 사람들이 바쁘게 설치고 있었다. 얼마 전 회사에서 대량으로 뿌린 공연티켓이 있었는데 오늘이 그 마지막 공연 날이었다. 아마도 다들 퇴근 후 거기로 갈 생각들인가 보다.
“지훈 씨는 안 가?”
“혼자서 거기 어떻게 가요? 과장님 재미있게 다녀오세요.”
“그래. 그럼 나도 먼저 퇴근 할 테니까 준비해서 가.”
“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무실의 모든 사람이 자리를 비웠고 유정이만 자리에 남아 있었다.
“퇴근 안 해?”
내가 먼저 유정이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먼저 가. 나는 아직 할 일이 있어.”
“그래? 실장님도 아직 퇴근을 안 하시네…….”
“할 때 되면 하시겠지…….”
“그래…… 그럼…… 나 먼저 간다…….”
“어.”
똑똑.
“실장님, 퇴근 안 하십니까?”
내가 그의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물었다.
“어…… 나는 오늘 할 일이 있어서…… 다른 직원들도 다 퇴근 했을 텐데 너도 일찍 들어가.”
“그래도…….”
“하하핫…… 나는 상사가 남아 있다고 직원들 퇴근 안 하고 그러는 거, 못 보는 사람이니까 너는 가서 너 할 일 해. 다른 직원들도 다 퇴근했잖아.”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그래. 내일 보자.”
그 어떤 사람도 회사에 남아 있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1분 1초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곳이 회사니까 말이다. 다만 유정이와 오 실장이 함께 남아 있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걸렸다.
‘에이…… 회산데 뭐…… 그리고 그 둘이 뭘 하던 내가 무슨 상관이야…….’
서둘러 차를 가지고 회사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10분 정도가 지났을 때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뭐야? 어디 사고라도 났나? 이렇게 막히는 길이 아닌데…….”
차가 완전히 멈춰 버려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 위해 휴대폰을 찾았다. 없었다. 당연히 있어야 할 핸드폰이 주머니에 없었다.
이놈의 정신머리! 분명히 가지고 온다고 챙겼는데 내가 그걸 어디다 둔 거지……?
곰곰이 생각을 하고 나서야, 오 실장에게 인사하기 위해 휴대폰을 책상 위에 두고 그다음에 바로 퇴근 해 버린 게 기억이 났다.
어차피 길은 막혔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유턴을 했다. 사람들이 대부분 퇴근한 회사는 더욱 한산했다. 특히나 우리 부서가 있는 층은 경비 아저씨들도 돌아다니지를 않았다. 워낙 보안장치가 잘되어 있는 탓이었다.
카드를 찍자 문이 열렸다. 하지만 사무실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할 일이 있다더니 그 사이에 벌써 퇴근한 건가?
내 자리로 가보니 핸드폰은 역시나 내 책상에 있었다. 그리고 다시 돌아서 나가려는 찰나 오 실장의 방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이 보였다.
그냥 나가는 게 맞겠지……? 하지만 내 발걸음은 이미 오 실장의 사무실로 향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분명 두 사람의 음성이 들려왔다.
45장. 탄로
인간의 호기심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이건 아니라고 하면서도 움직이고 있는 내 발걸음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지난번 일식집에서 있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내가 그 둘의 관해서 확신을 하게 된 계기였다. 굳이 눈으로까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확실한 증거가 필요했다.
문 앞에서 귀를 가져다 대고 들으니 예상대로 끈적한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하앗…… 아아…… 아아…….”
“누가 오면 어떻게 하려고 그렇게 소릴 질러 대?! 헉헉.”
“아흐앙…… 이런 거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앙…… 더 세게!”
“역시 음탕한 년이야. 훌륭해…… 헉…… 나 혼자 먹기 아까울 지경이야, 후…… 우…….”
오 실장의 거친 호흡 소리가 문밖까지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뒤이어 들려오는 말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나눠 먹었어요? 아흐앙…… 내가 다른 남자들에게, 아아…… 박히는 게 그렇게 좋았어? 아앙…….”
“너도 좋아했잖아…… 일본 놈들이 그 시커먼 물건으로 쑤셔 주니 좋다고 교성을 질러 댄 게 누군데?”
“아흑, 그건…… 당신이…… 시킨 거잖아…… 아흑…….”
“어쨌든 너도 즐겼으면 된 거잖아…… 다음번에도 같이할까?”
“아아응, 난…… 상관없어. 당신이 그때처럼…… 많이 사정할 수 있다면…… 몇 명이라도 상관없어…… 아응, 내 안에 많이 싸주기만 한다면…… 아흑.”
“대단한 암캐야. 너 같은 것들은 돈 주고도 살 수가 없지…… 타고나야 하는 거니까 말이야…… 헉…….”
“하아앙, 더 세게…… 박아줘~! 아흑…… 그렇게.”
오 실장의 사무실은 전부가 유리로 되어 있었고 지금은 블라인드로 다 가려진 상태였다. 하지만 문의 윗부분, 그러니까 천장에서부터 아래로 30센티 정도까지는 유리가 그대로 있었다.
어차피 그 정도의 키가 큰 사람이 아니면 볼일이 없었으니까 거기에는 블라인드도 없었다.
조금 떨어져 있던 책상 앞의 의자를 끌고 와 그 위로 올라섰다. 그러고 나서도 까치발을 들고서야 사무실 속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 실장의 책상 위에 유정이 걸터앉아 있었다. 유정의 치마는 이미 허리까지 올라가 있었고 팬티와 스타킹은 한쪽 다리에 걸쳐진 상태였다.
책상 위에서 활짝 다리를 벌리고 앉은 유정의 꽃잎 사이로 오 실장이 연신 펌프질을 해 대고 있었다. 그는 바지 지퍼만을 내린 채 열심히 앞뒤로 움직이고 있었다.
몰래 휴대폰을 꺼내서 동영상 버튼을 눌렀다. 약간의 소음이 있기는 했지만 안에까지 들릴 정도는 아니었다. 휴대폰 카메라가 그들이 책상 위에서 벌이는 행동을 적나라하게 옮겨 담았다.
혹시라도 만약을 위한 준비는 얼마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상대에게 불리하고 나에게 유리한 자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어느 정도 녹화가 되자 휴대폰을 끄고 다시 내려왔다. 다리도 아팠고 혹시라도 눈에 띄게 되면 큰일이었기 때문이다. 또 너무 먼 곳이라 안에서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문 앞으로 다가가 녹음을 해 보려고 했지만 휴대폰 성능이 아무리 좋아졌어도 안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를 선명하게 녹음하기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냥 영상으로만 만족해야 할 것 같았다.
“하앙, 싸 줘요…… 내 안에. 아흑, 깊숙하게…… 찔러줘요…… 아흑…… 그렇게.”
“헉헉, 좋아?…… 그래서 나보고 여기서 하자고 한 거야? 넌 알고 있었지? 내가 이런 곳에서 하면! 으흑…… 극도로 흥분할 거라는 거.”
“하응~ 아앙! 난 그냥…… 당신이 기뻐하는 걸 보고 싶어요. 하앙, 싸주세요…… 아흑…… 나…… 갈 것 같아…….”
“후우, 헉헉…… 아, 나도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으흑…….”
따리리리 리리리링.
순간 너무 놀라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뜨려 버렸다. 소리의 주인공은 당연히 내 휴대폰이었다.
다급한 나머지 우선은 떨어지면서 튕겨 나간 휴대폰을 주으려는 순간, 벌컥 하고 문이 열렸다. 벌게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오 실장이 거기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황급하게 옷을 수습하고 있는 유정이 보였다.
그 찰나에 사정을 했는지 유정의 허벅지를 거쳐 하얀 액들이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너, 뭐하는 놈이야?!”
깜짝 놀랄 만큼 큰 음성이었다.
“죄송……합니다…… 휴대폰을 잊어버리고 가서…….”
오 실장이 화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는 사이 뒤에 있던 유정은 옷을 다 챙겨 입은 모습이었다. 마저 입지 못한 스타킹은 손에든 채 말이다.
“너…… 일단 들어와…….”
그가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늘 드나드는 공간이었지만 오늘은 더 불편해져 버린 오 실장의 사무실에 우리 셋이 함께 앉았다.
“어디까지…… 봤어?”
“본건 아니고 듣기만…… 했습니다.”
솔직한 내 말을 들은 두 사람의 표정이 일그러져 있었다.
“후우…… 넌 왜~! 아으…….”
나를 향해 뭔가를 말하려던 오 실장이 주먹을 쥐며 분을 삼켰다.
“유정이 넌 집에 가 있어. 나중에 연락할 테니까.”
오 실장의 호칭은 더 이상 처형이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 가 있어!”
그가 일갈하자 유정도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정이 떠나고 나서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책상 제일 아래 칸을 열고 조그마한 나무케이스를 꺼냈다. 케이스를 열자 일렬로 나열 된 담배들이 나왔다.
담배를 태우는 그의 모습은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깊숙이 빨아들인 다음 흰 연기를 내뿜었다.
“후우…… 담배 안 하지?”
“예전에 끊었습니다…… 담배 태우십니까?”
“가끔 한 대씩 태운다…… 오늘은 너 때문이고…….”
담배 가치를 쥔 손으로 그가 나를 가리켰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따지고 보면 네가 죄송할 일은 아니지…….”
왠지 오 실장의 얼굴을 쳐다보기가 민망해 나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오 실장이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냥 핸드폰만 가지고 갔어야 하는 건데…… 실장님께 무례를 범했습니다.”
“하하하~!”
오 실장의 웃음에 당황한 건 나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은 웃음이 터질 상황은 아니었다.
나를 질책하거나 나무라야 정상인 상황이었다.
“사내 녀석이 그 정도로 주눅이 들어서 큰 일 하겠니?”
이건 무슨 말이지? 정말 자신이 뭘 하다 들킨 건지 기억을 못하는 건가?
분명 오 실장은 자신의 처형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다가 나한테 들킨 상황이었다. 그게 큰일이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일이 이 사람에게 큰일인지가 궁금할 지경이었다.
“그게…….”
“그래 네 입장에서는 충분히 놀랄 수도 있겠지. 그래 놀란 건 놀랐다치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 나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 있니?”
나야 어차피 알던 사실을 눈으로 확인한 것뿐이었다. 오 실장이 나에게 이런 식의 질문을 하는 건 어차피 뻔한 이유였다. 그가 나에게 확인하고 싶은 것은, 내가 정말 자기 사람인지의 여부였다.
내가 정말 자기 사람이라면 자신이 보여 준 이깟 일 따위는, 그에게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나는 더 도발적으로 나가 볼 생각이었다.
“전혀 바뀐 게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