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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39장. 친구라서…… (2) 43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324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39장. 친구라서…… (2) 43화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그녀는 유골함을 끌어안고 놓지 않았다.

한강 둔치 근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그녀를 부축해 이제 파릇파릇한 잔디가 무성한 곳으로 갔다. 혜진이 걸음을 멈추고 유골함 뚜껑을 열었다. 얕은 바람이 살랑거리는 날씨였다.

 

“우리 현우가 좋아하겠어요. 오랜 시간 동안 병원에만 있었는데 이렇게 바람 타고 멀리멀리 많이 돌아다녔으면 좋겠어요…….”

 

“그렇겠네요…….”

 

“어디 좋은 데 데려가 본 적이 없어요. 아파서 못 가기도 했고, 조금 더 크면, 조금 더 시간이 많아지면 그때 가자고 항상 미루어 왔거든요…… 그래서 우리 아들 데리고 어디 나와 본 기억이 여기 한강밖에 없어요…… 참 못난 엄마죠?”

 

“아니에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현우 생각날 때 여기 올 수도 있고, 현우도 마음껏 돌아다니다가 엄마가 생각나면 여기로 오겠죠.”

 

“네.”

 

말을 마친 그녀가 품속에서 조그만 캡슐 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리고 그 작은 병에 남은 현우의 유골을 덜었다.

 

“여길…… 떠나고 싶어요. 이 나라에서는 아픈 기억들이 너무 많아서 있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 현우도 좀 데려다주려구요.”

 

“완전히…… 떠날 생각인 거예요?”

 

“네. 이제 웃음 팔고 술 팔고 그러지 않아도 돼요. 그럴 이유도 없고…… 이제 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려구요…….”

 

그녀의 결정을 내가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혼자 외롭지 않겠어요……?”

 

“우리 현우 없으면 어디든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도 외롭게 살아온걸요.”

 

그녀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됐어요…… 이제…… 가요.”

 

차를 타고 오면서 혜진 씨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뭐 좀 먹을래요?”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설렁탕 먹으러 갈래요? 국물이 진한 집 있는데.”

 

“길 알려 줘요.”

 

아무것도 먹지 않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씩씩한 걸 보면 걱정을 덜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렁탕 가게에 앉아 함께 설렁탕을 먹었다.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웠다.

 

“사람이 참 간사하죠…… 이렇게 먹으니까 또 힘이 생기고…….”

 

“혜진 씨는 혜진 씨 인생이 있잖아요. 이제 혜진 씨를 위해서 살아요.”

 

“알겠어요…… 나보다 나이도 어리면서 맨날 그렇게 오빠 같은 소리만 하고…….”

 

“그럼 내가 오빠 할까요? 나는 오빠라는 소리만 들어도 기분 좋던데…….”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실없는 농담을 던졌다.

 

“진심으로 고마웠어요.”

 

내 농담에 살짝 웃음 지은 그녀가 진심으로 나에게 고맙다고 이야기를 했다.

 

“뭐가요? 우리 친구 아니었어요?”

 

“살면서 그 흔한 친구가 나한텐 한 명도 없었어요. 우리가 시작이 좀 그렇긴 했지만…… 지훈 씨는 정말 좋은 친구였어요. 항상 잘되길 기도할게요.”

 

그녀는 다시는 못 볼 사람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 가게는 어떻게 할 거예요?”

 

“원래 내 것이 아니었어요. 나는 그냥 말 그대로 얼굴 마담이죠. 실제로 소유주는 따로 있어요. 내가 그만둔다고 해도 또 누군가 그 자리로 오면 그만인 거죠.”

 

“이제 떠나면 다시는 못 보는 거예요?”

 

“다시는 안 올 거예요.”

 

그녀의 결심은 확고해 보였다.

 

“그럼 오늘이 우리가 보는 마지막 날이겠네요.”

 

“아마 그럴 거예요. 아~ 주소 하나만 적어 줘요.”

 

“주소는 왜요?”

 

“우리나라를 떠나면 세계를 돌아볼 생각이에요. 우리 현우하고 함께…….”

 

그녀가 현우의 유골이 든 캡슐을 손에 꽉 쥐었다.

 

“우와~ 멋진데요.”

 

“돌아다니다가 예쁜 도시들이 있으면 엽서 사서 보내 줄게요. 친구니까 그 정도는 해도 괜찮죠?”

 

“그렇게 해 주면 나야 고맙죠. 그럼 답장은 어디로 해요?”

 

“못하죠. 나는 매일매일 옮겨 다닐 거니깐…… 그러다가 정말 좋은 곳을 만나면, 거기가 어디든 거기에서 눌러 살 생각이에요.”

 

“그래요. 어디에 있든 건강하게만 있어요.”

 

“지훈 씨에 대한 고마움…… 정말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또 그 소리…… 오늘 힘들었을 텐데 그만 일어나요.”

 

“그래요. 그리고 지훈 씨?”

 

“왜요?”

 

“아니에요, 차로 가면서 이야기해요.”

 

40장. 혜진의 조언

 

 

차 안에서 할 말이 있다던 그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말해 준 목적지에 도착하고도 조금이 지나서야 그녀가 입을 열었다.

 

“지훈 씨…….”

 

“네.”

 

“지훈 씨는 좋은 사람이에요…… 처음 봤을 때부터 알 수 있었어요…….”

 

“아니에요…… 그냥 그렇게 보이는 거지…….”

 

“그런데 지훈 씨…….”

 

“네.”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그냥 나이가 좀 더 많은 사람이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들어요.”

 

“그럴게요.”

 

“지훈 씨하고 오 실장은 어울리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내가 말하지 않아도 지훈 씨가 더 잘 알고 있잖아요? 왜 그 사람 옆에 붙어 있는지, 나는 모르겠지만 이제 그만하는 게 어때요? 내가 볼 때는 한없이 위험해 보여요.”

 

역시나 냉철한 여자였다.

 

“알아요. 위험한 거…… 처음에는 욕심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지켜야 할 게 있어요. 그래서 그만둘 수도 도망칠 수도 없어요. 그럴 생각도 없구요.”

 

그녀가 날 또다시 물끄러미 바라봤다.

 

“지켜야 하는 게 있다는 건 그만큼 또 하나의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걸 지키다가 본인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거 알고 있지 않아요?”

 

혜진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알고는 있죠…… 그런데 이젠 멈출 수 없는 기차에 올라탔어요, 끝까지 가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승산이 있는 싸움 같아요?”

 

승산이라…….

 

“싸움이라는 말도 어울리지 않네요. 그렇게 거대한데 어떻게 싸움이 가능하겠어요?”

 

“그러니까요. 법이나 언론, 공권력 위에 존재하는 사람이에요.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고 있어요? 사람 한 명쯤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그냥 밟아 버릴 수도 있다구요.”

 

“그래서 거기에 맞게 싸움할 생각이에요. 정당하게 맞붙어서 싸울 수 없으면, 도망가기 위한 싸움을 할 생각이에요.”

 

혜진이 내 눈빛을 주시했다.

 

“여자……군요.”

 

반박할 수 없을 때는 침묵해야 한다.

내 눈빛을 살펴보던 그녀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혹시…… 그건…… 아니죠?”

 

“그게 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 맞을 거예요.”

 

“지훈 씨! 이건 미친 짓이에요. 하다못해 조그만 회사도, 술집 여자도, 자기가 허락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이 갖는 꼴을 못 보는 사람이에요. 오 실장이 알게 되면 절대로 그냥 내버려 두지 않을 거예요!”

 

“알아요.”

 

“목숨이 달린 문제라구요~! 무슨 뜻인지 몰라요?”

 

“그래서 더더욱 그만둘 수 없어요. 나 혼자 도망쳐 버리면 그 사람 혼자……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견뎌야 할 테니까…… 이젠 목숨 같은 거 아깝지 않아요. 우리 어머니한테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 사람을 대신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정도면 내가 도망갈 수 없는 이유가 설명이 됐을……까요?”

 

“진심이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듣지 않겠죠?”

 

“미안해요…… 혜진 씨가 걱정해 주는 마음만 잘 받을게요.”

 

“내가 그 세계에 발을 담그면서 생각했던 건 여긴 진흙탕이 아니라 시궁창이다, 였어요. 나도 그런 곳에 있었으니까 할 말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지훈 씨가 본 건 빙산의 일각 수준이에요…… 앞으로 더 더럽고 역겨운 것들을 계속 견뎌 내야 할 텐데 그럴 수 있겠어요?”

 

“나보고 오빠 같은 말만 한다고 하더니 이제 혜진 씨가 누나 같은 말만 하네요. 알아요……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이겠죠. 각오는 하고 있어요. 견뎌야죠. 왜냐하면 나한테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거든요.”

 

혜진이 처음으로 수긍하는 표정을 보여 주었다. 나를 이해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역시…… 사랑에 미친 남자는 지극히 단순하군요……?”

 

힘든 상황일 텐데도 그녀가 날 위해 웃어 주었다.

 

“네. 저는 지금 엄청 단순해요. 내 미래에 그 여자가 있는 거, 그거 하나만 보고 가거든요. 그래서 그 과정에서 생기는 어떤 일들이라도 다 견딜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내가 해야 할 일이고…….”

 

“누군지 알 것 같지만, 모르는, 그 여자는…… 행복하겠네요.”

 

“아직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알겠어요.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건…….”

 

“뭐 나한테 더 해 줄 이야기 있어요?”

 

“요즘 오 실장 행보가 심상치 않아요.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 면면만 봐도 그렇고…… 뭐 짐작 가는 거 있어요?”

 

“있긴 한데 왜요?”

 

“뭔가 이상해서요. 그렇게까지 광범위하게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고…… 분명 그 이전의 행보와는 확연하게 달랐거든요…….”

 

“괜찮을 거예요…….”

 

“한경이라고 알죠? 그때 같이 온…….”

 

“한준일 이사요?”

 

“네. 요즘은 결혼하고 나서 조금 뜸한 편인데, 지금 시점에서 오 실장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사람이 그 사람일 거예요. 두 사람이 서로의 치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자 전략적인 동지 관계예요. 돈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더욱더 견고한 편이죠. 한 이사를 눈여겨보는 게 좋을 거예요.”

 

“충고 고마워요 참고할게요.”

 

“왠지 걱정만 한 보따리 안겨 주고 가는 것 같네요……”

 

“아녜요. 충분히 새겨들을 만한 말 이었어요. 이제 다 왔다~”

 

“그리고 지훈 씨…… 어떠한 순간이라도 완벽히 준비가 되기 전까진 발톱을 드러내지 말아요…… 혹시 지훈 씨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사람이…… 흠…….”

 

“뭘요?”

 

“아니에요…… 너무 예전 일이었으니까…….”

 

“뭐가요?”

 

“아니에요, 아무튼 조심 또 조심하라구요…….”

 

그녀를 배웅하기 위해 함께 차에서 내렸다. 내가 먼저 그녀에게 악수를 청했다.

 

“고맙다고 먼저 말하고 싶고…… 어디에 있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지훈 씨도, 그동안 고마웠어요. 얼굴 보고 인사하는 것도 지금이 마지막이겠네요. 한번 안아 줘도 돼요.”

 

대답 대신 내가 팔을 벌렸다. 그러자 그녀가 나를 안았다. 왠지 모르게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기왕 싸울 거면…… 절대로 지지 말아요. 그런, 인간쓰레기들한테…….”

 

작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고 그녀가 떠나갔다.

 

***

 

출근길에 유연한테서 전화가 왔다. 나에겐 세상에서 가장 기분 좋은 울림이었다.

 

“여보세요?”

 

“나예요. 운전 중이에요?”

 

“유연 씨 혹시 나 훔쳐보고 있었어요? 오늘은 라디오도 안 틀었는데 어떻게 알았어요?”

 

“블루투스나 스피커폰으로 이야기하면 소리가 조금 울리거든요…… 헤헷.”

 

“예리한데…… 유연 씨는 출근했어요?”

 

“네. 출근했다가 또 행사가 있어서 가는 길이에요.”

 

“무슨 행사가 그렇게 많아요?”

 

“내가 또 타이틀이 장학재단 이사장이잖아요. 그래서 여기저기 많이 다녀야 해요. 그 덕에, 그 핑계로 지훈 씨도 만나러 가는 거고…….”

 

“아~ 그런 거였구나. 그럼 더 많이 다녀도 좋겠어요~”

 

“오늘은 나랑 가깝게 지내는 언니가 직접 후원하는 행사라서 가봐야 해요.”

 

“그 언니는 되게 착하신 분인가 봐요. 좋은 일도 많이 하시고…….”

 

“그런가 봐요…… 아~ 다왔어요. 오늘은 오전 내내 여기에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알겠어요. 얼른 가 봐요.”

 

“운전 조심해서 하고~ 시간 날 때마다 내 생각해요…… 나처럼!”

 

“난 늘 하는데 유연 씨는 시간 날 때만 하는구나…… 이거 좀 실망이네요.”

 

“아니에요…… 나도 늘 하는데…….”

 

뾰루퉁한 목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져 왔다.

 

“농담이에요 농담. 오늘 하루도 잘 보내요~”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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