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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할 수 없는 제안 71장. 만나자마자 이별 (1) 75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482회 작성일

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71장. 만나자마자 이별 (1) 75화

새벽같이 일어나 유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유연 씨 이제 곧 엄청난 일이 일어날 거예요. 유연 씨한테는 아무 일 없을 테니까 놀라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면 돼요. 그리고 오늘 오전에 오정윤 사장님이 집으로 갈 거예요. 오정윤 사장님에 나오실 때, 배웅한다는 핑계로 여권 챙겨서 유연 씨도 함께 대문까지 나와요. 다 내버려 두고 몸만 오면 돼요. 꼭 나와야 해요. 필리핀에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을 마련해 두었어요. 거기 가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

 

동현이에게도 연락해서 오늘 유연이 떠나게 될 거니까 옷과 신발 모자 같은 것도 좀 준비를 해 주고, 떠나는 순간까지 좀 도와 달라고 부탁했더니 당연히 그렇게 해 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그녀에게서 문자가 왔다.

 

[꼭 그렇게 할게요. 우리 함께 있을 수 있는 거 맞죠?]

 

‘오늘은 아니라도…… 꼭 그렇게 될 거예요…… 유연 씨…….’

 

 

오전 9시 모든 일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미리 편집해 둔 동영상을 미리 오정윤 사장에게 보내 주었다. 곧 유튜브에 올리고 각종 대형 포털 사이트와 여러 커뮤니티에 일제히 업로드할 예정이었다. 언론사로 보낼 것들도 벌써 출발을 한 상태였다. 조금 있으면 거의 모든 언론사에서 받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저것을 생각하는 동안 벌써 저 앞에 오정윤 사장의 차가 도착했다. 대문 앞에서 내린 그녀는 내가 있는 차량 쪽을 돌아보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초인종을 눌렀다.

내가 어제 미리 부탁을 해 두었기 때문에 그녀도 이미 알고는 있었다. 오늘은 송연옥 회장이 회사로 출근하지 않는 날이었기 때문에, 들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나올지는 이제 오정윤 사장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녀가 배웅을 핑계로 유연을 대문 앞까지만 끌고 나오면 되었다.

현실적으로 지금 시점에서 저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외부인이 오정윤 사장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다른 대안은 없었다. 그래서 어제 따로 그녀에게도 내가 이런 일을 하는 목표가 유연이었음을 알렸다.

놀라는 눈치이긴 했지만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게 되어서 시원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을 뿐이었다. 진짜 애지중지하는 동생의 와이프였다면 절대로 그런 소리를 못했겠지만 말이다.

 

‘어…… 저건…….’

 

그때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문을 열어 주러 내려 온 사람이 도우미 아주머니가 아닌 양복을 입은 신체 건장한 남자였던 것이다.

딱 봐도 풍기는 이미지가 사설경호업체 직원 같았다. 지난번 사건 이후 오 실장이 그녀를 믿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오정윤 사장이 남자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되면 나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유연의 주위에 여자들만 있으면 내가 무력으로 그녀를 차에 태우고 달리면 그뿐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어떻게 하지……?’

 

정해진 시간까지는 공항으로 가야 했다. 그 비행기를 타고 유연이 한국을 먼저 떠야 내가 무슨 일을 해도 할 수가 있었다. 서둘러 주머니 속에 있던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한쪽에 찔러 두었던 명함을 꺼내 들었다. 일전에 내가 불렀던 퀵서비스 아저씨였다.

 

‘그래 이렇게 하면 될지도 몰라…….’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그의 음성이 들리기를 기다렸다.

 

[여보세요?]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지난번에 산삼 배달 맡겼던 사람입니다. 기억하시나요……?”

 

나는 다짜고짜 인사와 동시에 지난번 이야기를 했다. 빨리 그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함이었다. 천천히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아, 아~! 산삼 알죠알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또 도와줄 거 있어요?]

 

“아저씨 지금 여기까지 10분 안에 와 주실 수 있어요? 제가 너무 급해서 그래요.”

 

[지금 있는 곳이 어딘데요?]

 

“서초동이에요.”

 

[아…… 그럼 지금 바로 갈게요. 운이 좋았네요. 조금만 늦었으면 시간을 못 맞출 뻔했는데. 10분 정도 걸릴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 일이에요?]

 

“아, 오늘은 별거 없어요. 그냥 여자분 한 분 태우고 공항까지만 데려다주시면 돼요.”

 

[그게 다예요?]

 

“네. 그런데 누가 쫓아오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안전하게 빨리 데려다주기만 하면 돼요.”

 

[아무튼 알았어요. 이거 오늘 또 첩보전 하나 찍겠구만.]

 

경호원 한 명 정도라면 내가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었다. 그 사이 그녀가 여기를 빠져나가면 되는 거였다.

잠시 후 아저씨가 도착했다. 나도 차에서 내려 그에게 일단 태우면 멈추지 말고 무조건 달리라고 지시를 해 줬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저 집 안에 있으면 모든 게 불안했다. 유연이 편안해져야 나도 편안할 수 있었다.

핸드폰을 열자 뉴스 면이 온통 난리였다. 그리고 오현태 실장이 대형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예정대로 계획이 진행되고 있나 보다.

 

‘이제 그만 나와야 할 텐데…… 더 늦으면 오히려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수도 있어.’

 

그때 오정윤 사장에게서 문자가 왔다

 

[지금 내려가요.]

 

“아저씨, 준비해 주세요. 이제 곧 내려올 거예요.”

 

“알았어요. 그럼 시동 걸어 놓을게요.”

 

잠시 후 현관문이 열렸다.

아까 보았던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가 먼저 대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고 그 뒤로 오정윤 사장이 나왔고 그 뒤에 유연이 따라 나왔다. 집에서 입는 편한 옷차림을 한 그녀였다.

내가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에게 간단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한 번 먼저 쳐다보고 자신도 따라서 인사를 했다. 양복 차림을 한 내 표정을 보고 오정윤 사장의 기사 정도로 생각했나 보다.

내 얼굴을 확인한 유연은 벌써부터 울 것 같은 얼굴이었다. 기회는 한 번뿐이었다. 나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후우…….”

 

천천히 거리를 좁혀 그에게 다가가 재빨리 ‘그곳’을 걷어 차 버렸다. 남자가 손을 내려 방어하려고 했지만 내 발에 좀 더 빨랐다.

 

“으악~!”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지며 남자가 앞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유연의 팔목을 잡아끌고 재빨리 대기하고 있던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그녀를 태웠다.

오 사장도 재빨리 대기하고 있던 차에 몸을 싣고 자리를 떠났다.

 

“유연 씨…… 얼른 가요.”

 

놀라서 커진 그녀의 눈은 더 커져 있었다.

 

“지훈 씨는요? 같이 가요. 나 혼자는 못 가요. 안 가요!!”

 

뒤를 돌아보니 남자는 아직도 바닥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그는 허리춤에 있던 무전기로 어딘가 연락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안에 누군가가 더 있다는 이야기였다.

 

“가야 해요. 시간이 없어요!”

 

“싫어요. 그냥 같이 있을래요.”

 

“공항에 가면 내 친구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곧 유연 씨한테 전화할 거예요. 가서 기다리고 있기만 하면 돼요! 무서울 거 없어요. 사랑해요.”

 

나는 그녀의 입술에 짧게 입맞춤을 해 줬다.

 

“지훈 씨, 제발 같이…….”

 

“아저씨, 출발해 주세요!”

 

순간이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내 눈에서 멀어져 가고 있었다.

 

“지훈 씨~!!”

 

유연이 골목을 벗어나자 집안에서 양복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를 보고 쫓아오기 시작했다.

싸움이라면 당연히 내가 지겠지만 뛰는 거라면 자신이 있었다. 나도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여기를 벗어나 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한참을 뛰었다. 뒤를 돌아보니 아직 한 놈이 포기하지 않고 따라오고 있었다.

 

“헉헉…… 그만 좀 따라오지…… 후우…… 후우.”

 

저만치 앞에서 어떤 커플이 택시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그들이 내린 택시를 재빨리 내가 낚아챘다. 놈이 아직 따라오고 있었다.

 

“아저씨, 빨리 출발이요!”

 

택시기사가 별 성질 급한 놈 다 보겠다는 듯이 나를 한 번 쳐다보고는 빨리 차를 출발시켰다. 간신히 쫓아오던 남자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우…… 하아…….”

 

나는 재빨리 동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공항이야. 안 그래도 지금 전화해 보려고 하는데.”

 

“지금 가고 있을 거야. 내가 해 볼게. 조금만 더 기다려 주라.”

 

“알았다. 너도 올 거야?”

 

“가야지…… 이따 보자.”

 

전화를 끊고 나는 퀵서비스 아저씨에게 대신 전화를 걸었다. 혹시라도 뒤에 탄 유연이 실수라도 할까 봐 모든 게 조마조마했다.

 

[여보세요?]

 

“저예요, 아저씨~!

 

내가 아저씨라고 말하자 앞에 있던 택시기사가 나를 돌아봤다.

 

[지금 공항으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운전 중인데 전화 받으실 수 있으세요?”

 

[요즘은 블루투스로 다 됩니다.]

 

“그 사람…… 괜찮아요?”

 

[아니요~ 안 괜찮아 보이는데, 아까부터 계속 울어요, 그것도 엉엉.]

 

“아저씨, 죄송한데 제 대신 울지 말라고 좀 전해 주세요…… 뒤따라가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네? 아하…… 이거 쑥스럽게.]

 

내 말을 큰 소리로 전달하는 아저씨 목소리가 들렸다.

 

[알겠답니다. 그리고 사랑한답니다. 털끝만큼이라도 몸에 흠집 내서 오면 혼구멍을 내 주겠답니다. 근데 이걸 내가 왜 전하고 있는 거야……? 허허.]

 

“알겠습니다. 아저씨, 감사합니다.”

 

***

 

요금을 더 줄 테니까 빨리 가 달라고 하자 택시기사 아저씨도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요금을 내고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공항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휴대폰을 꺼내 유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계속 달리다 드디어 그녀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새 청바지와 티셔츠, 그리고 모자까지 완벽히 갖추고 있는 그녀였다.

옆에 동현이가 이미 그녀와 함께 있었다. 다행이 연락이 돼서 챙겨 준 모양이었다.

다짜고짜 달려가 뒤에서 그녀를 안았다. 옆에 있다 깜짝 놀란 동현이가 나를 미친놈처럼 쳐다봤다. 내가 잠시 손짓하자 녀석이 잠시 우리에게서 멀어진다.

유연이 고개를 돌려 나를 확인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으앙…… 흐윽…….”

 

“울지 마요. 사람들 다 쳐다봐요…… 오는 내내 울었다면서 아직도 눈물이 남았어요?”

 

마치 오랜만에 만난 엄마를 놓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그녀는 내 품에 안겨 계속 눈물을 쏟아 냈다. 잠시 그녀를 진정시키고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나마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1시간 정도 남았다.]

 

동현이가 나에게 문자를 보내 남은 시간을 알려 주었다.

유연은 눈물을 닦으면서도 계속 내 손을 만지고 얼굴을 만지고 여기저기를 확인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요? 아픈 데나……?”

 

“봐요. 나 멀쩡하잖아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유연 씨하고 우리 아이 걱정만 해요.”

 

“보고 싶었어요…….”

 

그녀가 다시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눈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내 입술을 찾아 훔쳤다. 더 이상 그녀에게 다른 사람들의 눈 따위는 관심사가 아닌 모양이었다.

 

“유연 씨…… 동현이에게 이야기 들었겠지만 곧 있으면 떠날 거예요. 필리핀에 가서 도착하면 사람들이 나와 있을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내가 갈게요.”

 

“정말 같이 가면 안 돼요? 혹시라도 지훈 씨가 안 오면 나는 어떻게 해요?”

 

오늘은 세상의 걱정을 다 짊어진 듯한 표정을 짓는 유연이었다.

 

“유연 씨가 거기 있으면 어디든 가요. 나 믿고 거기 가서 조금만 기다려요. 나는 여기서 다 정리하고 유연 씨를 떳떳한 내 여자로 만들어서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요. 평생 도망 다니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확실하게 해 둘게 있어서 그러니까 지금은 먼저 가 있어요.”

 

“정말 조금만 기다리면 나한테로 올 거죠?”

 

“그럼요. 내가 아직 유연 씨랑 못해 본 게 얼마나 많은데…… 난 아직 오빠 소리도 한 번 못 들어 봤는데…….”

 

“프헷, 그게 뭐예요?”

 

이런 상황에서도 내 농담에 웃어 주는 그녀였다.

 

“내가 거기 가면 이제부터 호칭은 무조건 오빠예요. 얄짤 없이 오빠예요. 그러니까 내가 갈 때까지 어색하지 않게 많이 연습해 둬요…….”

 

유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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