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63장. 준비완료 (2) / 64장. 폭풍 속으로 (1) 68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489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63장. 준비완료 (2) / 64장. 폭풍 속으로 (1) 68화
집으로 돌아오니 모든 게 다 엉망이었다. 옷들은 다 헤집어져 있고 물건들은 바닥은 나뒹굴었다. 어차피 내 집도 아니었고 내 돈으로 산 물건도 없었다. 그다지 애착이 있을 리 만무했다.
이제 이 집과도 헤어질 때가 됐나 보다. 내 집이라고 했지만 그들이 이렇게 쳐들어와도 내가 아무 소리 못하는 걸 보면 내 집은 아닌 모양이었다.
계속 여기에서 버티는 것 보다는 그냥 나가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필요한 옷들과 중요한 짐들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혹시라도 누가 따라붙는 사람이 있을까 봐 몇 번이나 주변을 확인해야 했다.
차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고 지나가다가 지하철역 근처에 차를 세우고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백업해 둔 USB를 가지고 다니다가 혹시라도 걸리면 위험했기 때문에 보관해 둘 곳이 필요해서였다.
돈이 엄청 많은 사람들은 은행 저장고를 활용하겠지만 나는 그럴 상황도 아니었다.
한적한 지하철 물품 보관함에 안에 USB를 넣고 문을 잠갔다. 한 달 정도 장기보관도 가능한 것 같았다.
밖으로 나와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눈에 띈 모텔 하나를 잡았다.
어둡고 퀴퀴한 방이었다. 씻지도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워 버렸지만 계속 유연의 모습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
일주일이 지나도록 계속 회사는 나갔다. 앞에서 사라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보이면서 있는 게 나았다.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요즘 들어 부쩍 선거 관련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사람들의 이목을 많이 끄는 기사는 태양그룹 오현태의 정계진출과 여당 당대표이자 차기 대권주자 조관웅에 관한 것이었다.
더불어 오 실장의 정계진출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태양그룹 주가도 연일 요동치고 있었다. 회사는 연일 전화가 빗발쳐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뭔가 큰 것이 다가오고 있다는 예감이 경종을 울렸다.
가장 걱정되는 건 나와 유연이 소통되지 않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유연이 그들의 난교파티에 끌려오는 것이었다. 유연이 있어야 파티가 열릴 수 있는 상황이라 연락이 된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었다.
‘결국 우리 둘 다 험한 꼴을 볼 수밖에 없는 건가?’
저녁시간.
모두들 퇴근하느라 분주한 사이 오 실장이 나를 불렀다. 그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니 그가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부르셨습니까?”
“이번 주 토요일 저녁에 시간 비워둬.”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
“저녁 8시까지 한 이사네 집으로 오면 돼.”
“혼, 자요?”
그가 나를 흘깃 쳐다보며 웃는다.
“그럼 혼자 오지 누가 같이 오나?”
“유정인…….”
“걘 됐어…… 이번엔 걔가 낄 자리가 아니야.”
결국엔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유연은 어떻게 하지…….”
“그날 보자고. 아마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을 거야. 기대하라고.”
“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급하게 은지에게 메일을 보냈다.
[은지야, 이번 주 토요일에 거기에서 파티가 있을 거야. 자세하게 누가 참석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난 거물급 인사가 참여할 것 같아. 미리 준비할 수 있겠어? 너한테도 위험한 일이 될지 모르겠다. 정말 미안해.]
띠링.
그리고 메일을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답 메일이 도착했다.
[오늘 옆집 2층으로 커다란 침대들이 여러 개 올라갔어. 새로 뭔가를 정비하는 것 같아. 일하는 아줌마들 시켜서 구석구석 청소도 계속하고 있어. 그 사람이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아마 대단한 사람이 오는가 봐. 그리고 카메라는 그날 당일 설치해야 할 것 같아. 당일은 준비하느라 바빠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할 테니까, 잘하면 성공할 수 있을 거야.]
은지와 연락을 마치고 나는 바로 오정윤에게 전화를 걸었다.
“시간 되시면 좀 뵙고 싶습니다. 드릴 말씀도 있고요.”
[그래요? 그럼 지난번 만났던 곳에서 봐요. 준비해서 나가면 1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그럼 조금 있다가 뵙겠습니다.”
선선한 강바람에 이제 제법 가을 분위기가 나고 있었다. 이번 겨울이 지나갔을 때는 여기 말고 조금 더 따뜻한 곳에서 유연과 함께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오정윤의 차가 도착했다. 그녀가 전조등을 깜빡여 나에게 표시를 해 주었다.
가까이 가자 그녀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
“오랜만이에요. 그사이 날씨가 많이 바뀌었죠?”
“네.”
“보자고 한 이유가 뭐예요?”
한밤중인데도 불구하고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약속했던 자료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 오 실장과 함께 굴러가는 톱니바퀴들을 한 번에 부숴 버릴 수 있다는 그 증거요?”
“네.”
“그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고, 직접 내가 눈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고, 진짜 보자고 한 이유가 뭐예요?”
“제가 그 자료를 가지고 오면 저와 함께 강 총장을 만나 주십시오.”
“강 총장? 강 총장이라며…… 검찰의?”
“네. 맞습니다.”
그녀는 내 말을 듣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긴 포기해요. 우리가 끼어들 틈이 없는 사이야.”
“원래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자신이 살기 위해서 누군가의 손을 놓아야 한다면, 또 기꺼이 그렇게 할 사람들입니다.”
“어지간히 자신 있는 표정이네요.”
“저도 여기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어 볼 생각입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조심해요. 상대들이 도망갈 수 없는 코너로 제대로 몰아갈 수만 있다면, 우리도 충분히 승산이 있으니까…….”
“네.”
“그런데 혹시 오 실장에게 무슨 원한이 있어요?”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지만 그녀가 궁금해 하는 표정까지 숨겨 주지는 못했다.
“원한이라기 보단 꼭 다시 되찾아야 할 것이 있어서요.”
“뭔진 모르겠지만, 이번 일이 성공하면 내가 책임지고 돌려줄게요. 그럼 행운을 빌어요.”
“네. 고맙습니다.”
이제 모든 건 유연에게 달려 있었다.
‘그녀가 그 순간을 잘 견딜 수 있을까…… 나도 참아 낼 수 있을까…….’
64장. 폭풍 속으로
오늘이 어쩌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한 날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하고 무서웠다.
나 혼자라면 어떻게든 이겨 내고 해결해 보겠지만 문제는 여리고 순한 유연이었다. 같이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역겨운 악귀 같은 놈들이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고 있는데 그녀가 버텨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다 때려치우고 유연을 데리고 그저 도망이라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평생을 불안에 떨면서 초조하게 살아야 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시계만 바라보고 있어야 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서서히 해 가지고 있었다.
이제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
내가 도착했을땐 이미 오 실장과 한 이사가 그의 집 거실에서 뭔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왔나…… 난 저놈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 감쪽같이 나를 속였잖아.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놈이야. 저놈 눈빛도 마음에 안 들고 말이야. 오 실장 아내랑 아무 사이 아니라곤 장담 못해. 안 그래?”
“그건 두고 보면 곧 알겠죠.”
그가 나를 보며 웃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유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데려오지 않은 건가?’
그랬다면 정말 다행이었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아직 손님들이 오실 시간이 멀었다는 건지 일하시는 분들이 음식들을 위해서 왔다 갔다 하고 다니는 게 보였다.
그사이에서 은지가 아주머니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그녀가 살짝 나를 보고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잘 성사되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그리운 님이라도 찾으시나?”
한 이사가 나를 향해 비아냥댔다.
“걱정 마. 공주님은 방 안에 잘~ 모셔져 있으니까. 오늘의 피날레를 장식할 사람이거든. 모두~에게 사랑받겠지. 평생 잊지 못할 넘치는 사랑을…… 말이야…….”
언젠가 한 번은 저 면상에 주먹을 꽂아 넣어 주고 싶었다. 꼭 그럴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기대와는 달리 유연이 여기에 있는 모양이었다.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아직 시간이 좀 있으니까 다녀오라고…… 이제 슬슬 긴장이 좀 되는 모양이지.”
거실 쪽에서 좀 외진 곳에 있는 화장실이었다. 2층 계단으로 올라가는 것과 가까워서 그들이 있는 곳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이 방들 어딘가에는 유연이 있겠지만 내가 찾아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소변을 보고 손을 씻고 나오지 누군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은지였다.
나를 보고 그녀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조용히 하라는 표시였다. 아마 2층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나 보다.
“아슬아슬하게 설치했어…….”
주위를 살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은지가 말했다.
“잘했어. 혹시 여기에 신유연 어디 있는지 알아?”
“어. 1층 소파 뒤에 있는 방.”
나는 주머니에서 폰 두 개를 꺼내 은지에게 내밀었다. 은지에게 줄려고 들고 온 대포폰과 내 대포폰이었다.
“이거 대포폰이야. 연락이 혹시라도 어려워질 수도 있으니까 네가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건 신유연에게 좀 전해 줘. 나는 그 방에 들어가 볼 수 없으니까 이걸 건네주면서 내가 줬다고만 하면 돼. 할 수 있지?”
“해 볼게.”
결의에 찬 은지의 모습이었다.
“고마워. 먼저 가.”
이럴 줄 알았으면 유연을 위해 핸드폰 하나를 더 가져올 걸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은지가 먼저 거실 쪽으로 나갔고 나는 한참 뒤에 다시 화장실 앞을 벗어났다.
잠시 후 은지가 음료수를 들고 뒤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는 게 보였다. 하지만 한 이사와 오 실장은 은지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여기가 자신들의 홈그라운드이기 때문인지 그들은 아주 편해 보였다.
삼십 분이 지나자 일하시는 분들이 모두 밖으로 빠져나갔다. 곧 손님들이 들어오신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그들만의 파티가 곧 시작되려는 모양이다.
‘과연 어떤 사람들이 여기에 올까, 그리고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가장 먼저 도착한 건 강 총장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총장님~”
한 이사와 오 실장이 그에게 인사를 건네자 그도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에게 악수를 청했다.
“하하. 어려운 자리 만드느라 수고했어요.”
“아닙니다. 그리고 함께 오신 파트너분이 아주 미인이십니다.”
“그런가? 이런 자리에 나만 좋을 수 있나? 다른 사람들도 다 좋아야지~ 안 그런가?
오늘따라 유난히 그의 얼굴에 기름기가 껴 보였다. 강 총장의 옆에는 그때 말했던 미인대회 출신의 여자가 서 있었다. 얼핏 봐도 상당히 키가 크고 몸매가 좋아 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온몸에 완전히 밀착되는 붉은색 계열의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이런 자리를 어려워하지도 않고 생글생글 웃으며 강 총장의 옆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확실히 끌려온 사람의 얼굴은 아니었다. 아마도 이렇게 함께 다니는 대가로 엄청난 지원을 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앉아서 기다리시죠.”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