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할 수 없는 제안 72장. 끝을 향해 달린다 / 73장. 자매의 비밀 77화
무료소설 거부할 수 없는 제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387회 작성일소설 읽기 : 거부할 수 없는 제안 72장. 끝을 향해 달린다 / 73장. 자매의 비밀 77화
“사랑하냐구? 그게 궁금해요?”
그의 얼굴 잔뜩 패배감이 묻어났다. 이제 그만 숨통을 끊어 놓아야 할 것 같았다.
“흠…… 사랑하지…… 정신적으로는 물론, 육체적으로도…… 이건 나도 들은 얘긴데…….”
오 실장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그 사람한테 처음 여자로서의 기쁨을 느끼게 해 준 건 내가…… 처음이래. 정확한 대답이 됐길 바래. 후훗.”
나는 바로 문을 열고 나와 버렸다.
“야~!!”
문밖으로까지 그의 고함이 새어 나왔다.
***
[지훈 씨…… 언제 들어와요? 이제 나 조금씩 배도 불러 오고 있단 말이에요.]
이제는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해서 빨리 들어오라고 닦달을 하는 유연이었다.
“이제 진짜 거의 다 된 것 같아요. 이젠 입덧 안 해요?”
[헤헷…… 여기는 맛있는 과일들이 많아서 금방 잘 넘어간 것 같아요. 다른 건 먹기 싫을 때 과일만 엄청 많이 먹었어요.]
“예쁘고 잘생긴 과일들만 먹지 그랬어요? 그래야 예쁜 아기 낳는다고 하던데?”
[안 그래도 예쁘고 맛있는 과일들만 골라먹는 중이에요. 그런데 내가 그런 과일 안 먹어도 우리 애기는 예쁠 수밖에 없어요~]
“왜요?”
[왜긴요? 몰라서 물어요? 엄마가 난데 어떻게 안 예쁠 수 있겠어요? 원판 불변의 법칙 몰라요? 아빠를 닮지 않은 이상 분명히 예쁜 아이가 나오게 되어 있어요~!]
“어어? 아빠는 왜요? 듣기로는 아빠가 엄청~ 잘생겼다고 하던데.”
[뭐 솔직히 못생긴 건 아닌데 소름 끼치도록 잘생긴 건 아니잖아요?]
“와…… 이 여자 안 되겠네…… 몰라서 그렇지 내가 여자들한테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요?”
[아…… 그래요? 동현 씨 형님 와이프가 필리핀 사람인데, 가끔 나랑 같이 시장에 가거든요. 그런데 거기 가면 모든 남자들이 나만 쳐다봐요~ 내가 가면 과일도 더 싸게 주고 생선도 훨씬 크고 싱싱한 것만 준다고요. 이유가 뭐겠어요?]
“그거야 돈 많은 관광객인 줄 알고 그랬겠죠.”
[지훈 씨~!]
“프하하하…… 알았어요. 알았어. 언성 높이지 말아요. 애 떨어지겠어요.”
[내가 잘 품고 있으니까 걱정 말아요.]
이젠 제법 씩씩하고 밝아진 유연이었다. 매일같이 통화하고 안심시켜 주자 지금 있는 곳에서도 적응하고 잘 지내고 있었다.
[여기 앞에 바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죠? 해가 질 때쯤 되면 더 예뻐요. 여기로 신혼여행 온 사람들은 다 손잡고 다닌단 말이에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오현태 만났어요.”
[왜요?]
“유연 씨랑 이혼하라고 했어요.”
[그 사람이 그렇게 해 준대요?]
“쉽게 그렇게 오케이 할 인간인가요?”
[그렇죠?]
짐짓 실망한 듯한 그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꼭 떳떳하게 법적으로도, 유연 씨 내 여자로 만들어서 거기로 갈 테니까. 그러니까 착하게…… 기다릴 수 있죠? 괜히 시장 가서 아저씨들이 과일 싸게 준다고 웃고 다니고 그럼 나한테 혼나요~”
[알았어요…… 사람 미안하게…… 내가 또 뭘 그렇게 웃고 다녔다고 그래요?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지훈 씨나 다른 여자들한테 웃음 흘리고 다니지 말아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여자들이 따르는 타입이라니까…….]
“그래요? 나는 왜 그걸 몰랐지? 앞으로 주변에 있는 여자들에게 잘해 줘야겠네.”
[어? 방금 그거? 우리 아기 으뜸이가 다 듣고 있었어요~! 취소해요~!]
“아~맞다. 취소취소! 이건 무조건 취소예요. 아빠가 잘못 이야기한 거라고 꼭 좀 전해 줘요~”
[한 번만 봐 주는 거예요 다음에 또 그런 이야기 했다가는…….]
“하하, 알았어요. 그러니까 이제 좀 쉬어요.”
73장. 자매의 비밀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리고 있었다.
강 총장이 오 실장과의 조정이혼을 맡아줄 변호사를 소개해 주었는데 그 변호사였다.
“여보세요?”
[이민영 변호사입니다. 오현태 씨 측에서 합의를 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그 대신 검사가 조금 더 적은 형량을 구형하는 걸로 강 총장님과 합의를 봤습니다. 이대로 일을 진행할까요?]
“네. 그렇기 해 주세요. 당사자가 직접 갈 필요는 없죠?”
[네. 나머지 관련된 일들을 제가 다 알아서 처리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드디어 끝이 나는구나…….’
이제 이 생활도 모두 끝인 것 같았다. 하루빨리 마무리를 하고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벌써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어제 지방에 내려가 어머니를 뵙고 그동안 못 드린 인사도 드리고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고도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결혼할 여자가 있다는 것도. 하지만 그게 신유연라고는 아직 말을 하지 않았다. 그건 아직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어제 저녁 늦게 올라왔더니 아직도 몸이 찌뿌드드했다.
샤워를 하고 나오니 오정윤 사장에게서 점심이나 하며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나도 이제 할 일을 다 했으니까 그녀에게 모든 걸 넘기고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착하니 약속 장소에는 이미 그녀가 먼저 나와 있었다.
“왔어요?”
“네. 제가 늦은 거 아니죠?”
“아니요. 오히려 내가 일찍 온 거예요. 앉아요.”
“네.”
그녀도 이미 보고를 받았는지 나하고 오현태 실장과의 합의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정도에서 끝낼 거예요? 난 지훈 씨가 좀 더 차갑고 냉정하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러고 싶기도 했죠. 그런데 한 사람을 완전히 짓밟아 놓는다고 해서 나한테 돌아오는 건 없더라고요. 오 실장 개인이 저지른 잘못들은 법이 알아서 처벌할 사안이지 내가 벌을 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까지인 거 같아요. 그리고 사람을 너무 극한까지 몰아가면 오히려 안 좋을 것 같기도 해서.”
“그래요? 아무튼 의외이긴 했어요.”
“또 조금 있으면 아기도 태어날 텐데 그런 이유도 있구요. 그냥 좀 좋은 마음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요.
“그랬구나. ……아마 태양그룹 대표가 조만간 바뀔 거예요.”
“제가 미리 축하 드려야겠죠?”
오정윤 사장이 차기 대표가 될 것이 확실했기 때문에 내가 장난스레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하, 그것보다도 나와 같이 일해 볼 생각 없어요? 지훈 씨만 괜찮다면 우리는 회사에서도 케미가 잘 맞을 것 같은데 어때요?”
“아~ 이거 혹시 스카우트 제의인가요? 하핫, 너무 고마우신 말씀이긴 한테 지금은 좀 지쳐 있어서 쉬고 싶어요. 주머니가 조금 두둑해지니까 지치면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옛날 같았으면 아득바득 어떻게든 일을 하려고 했을 텐데…… 저한테 그런 제안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잠시 한국 떠나 있을 건데 나중에 혹시 제가 취직 못 하면 그때 채용 좀 부탁드릴게요.”
“흠…… 그럼 거절이라고는 생각 안 하고, 잠시 미뤄 둔 걸로 생각하고 있을게요.”
“네.”
“일도 다 마무리됐는데 언제 떠날 거예요?”
“며칠 내로 떠날 거예요. 한두 명 정도 더 만나야 할 사람들이 있어서 만나고 떠나려구요.”
“아쉽네요. 그렇지만 지훈 씨에게 앞으로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랄게요. 그리고 이거.”
그녀가 내 앞으로 봉투를 하나 내밀었다.
“이걸로 고마운 내 마음이 표현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성의껏 준비했으니까 받아 주면 좋겠어요.”
“굳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
“나한텐 아버지 회사예요.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이 회사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계셨죠. 그래서 고맙게 생각해요. 내 마음이니까 받아 둬요.”
“감사합니다. 이제 백수니까 사양 안 하고 받을게요. 그리고 하나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신성로지스와 관련된 계약 말인데요. 앞으로도 잘 좀 부탁드린다고요…… 아시겠지만.”
“알아요, 무슨 얘긴지……. 처갓집에 어지간히 잘 보이고 싶나 보네요? 그쪽은 걱정하지 말아요.”
“네. 그럼 믿고, 저는 이만 일어나야겠네요.”
“행운을 빌어요.”
***
신경 써서 옷도 입고 미루고 있던 면도도 했다. 오늘은 찾아 뵐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일과 케이크를 사 들고 찾아뵈려고 하니 왠지 정말 사위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 가슴이 두근거렸다.
초인종을 누르자 유연의 어머니로 보이시는 분이 문을 열어 줬다. 선한 눈매와 콧날이 그녀와 닮아 있었다.
“누구신지……?”
“신 사장님 찾아뵈러 왔습니다. 유지훈이라고 합니다.”
“어머? 어…… 그…… 유연이…… 맞죠?”
그녀가 부모님에게 내 얘기를 했다는 이야기를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어머니! 인사가 늦었습니다. 유지훈이라고 합니다.”
까딱하면 이마가 땅에 닿을 만큼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렇게 인사하다 다치겠어요. 들어와요.”
방 안에 있던 신 사장님도 밖으로 나와 나를 맞아주었다.
“어서 와요. 이렇게 또 보네요.”
“그래요. 반가워요.”
두 분은 생각보다 따뜻하게 나를 반겨 주셨다. 그간의 있었던 일을 모두 말씀드릴 순 없었지만, 내가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과 아이 이야기까지 해 드리자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나에게 고마워하며 손을 잡아 주셨다.
“고마워요, 흐윽. 고마워요…… 나는 바라는 거 아무것도 없어요. 그냥 우리 유연이와 행복하게 그렇게…… 잘 살아 주면 돼요.”
유연의 어머니는 계속 내 손을 잡고 우셨다.
“그럼요. 행복하게 잘 살겠습니다. 그리고 좋은 날 정해서 두 분 초대하겠습니다. 아니면 저희가 나와도 되구요.”
“아닐세. 굳이 우리까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네.”
“아닙니다. 유연 씨가 어머니와 아버님을 많이 보고 싶어 해요. 오셔서 아기도 보시고 유연 씨도 보셔야죠.”
“고맙네. 내가…… 내 욕심에…… 그깟, 회사가 뭐라고. 나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좋은 남자 만나서 잘 살았을 텐데…….”
신 사장님은 모든 게 자신의 탓이라며 스스로를 질책했다.
“저는 이틀 뒤에 필리핀으로 들어갈 예정입니다. 조만간 어머님 아버님 꼭 다시 뵙고 싶어요.”
“그런데 자네…… 혹시 유정이 소식알고 있는가? 아니면 혹시 살고 있는 집이라도?”
“집은 알고 있습니다만…… 유정이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요?”
“물어보니까 이제 회사에서 안 나오고 전화도 받질 않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회사에도 안 나온대요?”
“그렇다는구만…….”
오 실장과의 관계가 깨지고 회사도 그만둔 모양이었다. 나도 유정이에게까지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외람된 말씀이지만 지난번에 아버님과 유정이가 회사에서 다투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두 분이 나누었던 대화를 본의 아니게 들었습니다. 어머님에 대한 유정이의 마음의 벽이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마음이 풀어지면 다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요?”
“지금껏 잘못 알고 있었어. 이 사람이 고집을 피웠어도 내가 사실대로 말을 했어야 하는 건데…….”
신 사장이 한탄을 했다. 유연의 어머니도 연신 눈물을 훔쳐 내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혹시 유연 씨나 유정이가 모르는 다른 일들이 있나요?”
“그게…….”
“저한테 말씀을 해 주세요, 아버님. 제가 유정이를 잘 설득해 보겠습니다.”
“사실은 유정이가 잘못 알고 있는 거네. 처음에 내가 이 사람을 만나게 된 건 유정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런 관계가 아니었네. 그때는 이미 유정이 엄마와 내가 거의 남남인 상태였지.”
“그게, 무슨……?”
“젊었을 땐 일이 바빠서 여기저기 신경 쓰느라 집에는 솔직히 많은 관심을 가져 주지 못했어. 그 사이에…… 유정이 엄마가 다른 남자를 알았지. 내 친구였고, 그걸 나한테 들켰네……. 본인도 힘들었고 나도 힘들었지. 그 여자는 한동안 술에 의지했고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미 그때 너무 많이 멀어져 있었어. 그때 이 사람을 만났고 유연이가 태어났어.”
“유정이는 이 사실을 모르나요?”
“이 사람이…… 혹시라도 어린 유정이가 상처받을까 봐 비밀로 하자고 했어. 그래서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는데 그 아이는 어쩐지 자꾸만 어긋나더군. 결국 여기까지 왔고 말이야. 누굴 탓하겠나? 이게 다 우리 잘못인걸.”
유연의 어머니는 계속 울고만 있었다.
“울지 마세요, 어머니.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네요. 제가 유정이 만나서 잘 설득해 볼게요. 똑똑하고 영리한 여자니까 분명히 다시 어머님 아버님 곁으로 돌아올 거예요. 그때 두 분이 다시 따뜻하게 맞아주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 주겠나?”
“그럼요. 저도 이제 식구로 받아 주세요. 가족이니까 당연히 도와야죠. 잘될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계세요.”
나와 두 자매 사이에 있었던 일들을 부모님께 굳이 말씀드릴 필요는 없었다. 어쩌면 이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완전히 아무것도 없었던 상태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질 수는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유연의 집을 나와 바로 유정의 집으로 향했다. 가면서 전화를 걸어 봤지만 받지 않았다. 아직 거처를 옮기지 않았다면 거기에 살고 있을 수도 있었다.
유정이의 집 앞에 도착해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다. 혹시라도 있다면 시끄러워서라도 그녀가 나올 것 같았다.
한참 후 문이 열렸다.
유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