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노예 (창고의 비밀) 24화
무료소설 축사노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193회 작성일소설 읽기 : 축사노예 (창고의 비밀) 24화
"와아.......!"
그리고 그곳에는 송아지 한 마리가 기둥에 매여 있었다. 어딘가 아픈지 눈물이 글썽글썽한 송아지를 보면서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송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음무우~"
"그래, 그래. 착하지. 이 송아지는 왜 여기에 있는 거에요?"
"다른 송아지들이 덩치가 작다고 뿔로 들이받고 합니다. 그래서 일단 병도 살펴보고, 또 손이 많이 가니까 일단 따로 데려다놓고 있는 겁니다."
"그렇구나... 특별 취급이네요?"
"뭐... 어쩌다 보니."
"음머어~"
"그래, 그래. 착하지?"
송아지를 보면서 즐거워하는 유리를 보면서 호준은 집 마당에서 유리의 캐리어를 들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형준을 바라보았다.
"아,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이..."
간절하게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은 유리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형준이 창고의 문 틈 사이로 슬쩍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네? 아, 형준씨도 이리 오세요. 여기 송아지 엄청 귀여워요... 앗!"
갑자기 손을 핥는 송아지의 작은 혓바닥에 유리가 깜짝 놀랐으나, 곧 자신의 손을 마음대로 핥도록 내주었다. 더럽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도시에서만 살았던 유리에게 있어서 이런 감각은 처음이었기에 신기한 것이 먼저였다.
"시, 싫다. 형준이는 거기 죽어도 안 들어간다."
'송아지를 무서워하기라도 하는 걸까?'
싫다는데 굳이 데리고 들어올 이유는 없고, 또 형준이 기다리고 있으니 유리는 아쉽지만 일단 창고에서 나와야 했다. 창고에 있던 송아지 덕분일까.
긴장하고 있던 유리의 분위기가 많이 풀어져 있었다.
"아가씨, 나 빨리 가야한다. 그러니까......"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 유리를 재촉하고 있는 형준의 모습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아, 네. 그냥 짐 놓고 가셔도 되는데."
"할미가 이거 들어주고 오라고 했다."
"그럼 저 방 안에 놓아주세요."
유리의 말에 형준은 허겁지겁 들고 있던 캐리어를 방 안에 던져놓고 유리와 호준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호준의 집을 벗어났다.
"왜 저러시지?"
삼순이 할머니가 형준을 시켜서 짐을 들고 보냈을 때에도 처음에 싫다고 억지를 부리다가 삼순이 할머니가 빗자루를 들어올리고 나서야 울상이 되어서 따라온 형준이었다. 평상시 형준이라면 유리를 마중나간다고 도와준다고 신나서 따라왔을 텐데 말이다.
"삼순이 할머니네랑 제가 안 친하니까... 저랑 같이 있으면 삼순이 할머니가 혼냅니다."
"그래도 이번에는 할머님이 보내신 건데."
"노인분들 성격 알지 않습니까? 자기가 시키고서도 괜히 화를 내고."
그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뭔가 기분이 찝찝했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니 유리는 일단 자신의 짐을 풀었다.
* * *
"음머어~"
일반적으로 시골에서 기르는 소들은 온순하고 착해 보이는 이미지가 있고, 그것은 유정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로 소들과 같이 지내게 된다면, 그들의 주인이고 서열이 위라는 것을 심어준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녀처럼 소와 똑같이 취급받는 존재는 소들에게 있어서도 자신들보다 우월한 사람이 아닌, 비슷한 급의 동물로 취급해버린다.
그런 상황에서의 소는, 문 너머에서 위협적인 울음소리를 내고 일부러 쾅쾅 문을 들이받아 유정을 오들오들 떨게 만드는 그야말로 맹수나 다름이 없었다.
"흐윽... 흐윽... 아... 아아아악..."
축사에 갇혀있는 유정은 소들에 대한 공포와 자신의 팔뚝과 무릎에서 고통을 느끼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곳까지 끌려오면서 난 상처는 흙이 묻은데다가 제대로 씻지도 못해서 덧나고 있었고 상처가 화끈거리면서 타오르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녀의 상처를 소독할만한 소독제는 물론이고, 그냥 물로 헹궈낼만한 물 자체도 거의 없었다.
그나마 있는 것이라고는 자동으로 축사에 배급되는 사료와 물이 나오는 여물통인데, 지금 그녀가 갇혀있는 이 곳은 지금까지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아 시스템이 꺼져 있어 고여있는 썩은 물이 남아있을 뿐.
퀴퀴한 냄새가 나고 이끼가 끼어 있는 물을 보면서 유정은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처를 움켜쥐고 바라보고 있었다.
"우으으으으......"
재갈이 물려서 우는 소리도 내지 못하고, 말도 하지 못한다. 소처럼 웅얼거리는 소리밖에 내지 못하고 소들이 사는 축사에 갇혀 있으며 소처럼 묶여 있었다.
마치 그리스-로마신화에 나오는 이오처럼 정말로 소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상처의 세균감염으로 인해 열이 올라오기 시작하자 머리가 어지러워지고 감금상황에서의 극단적인 상황 발생으로 인해 현실성이 점점 무뎌지고, 가장 처음에는 그럭저럭 지낼만하게 풀어주다가 점점 상황이 좋지 않게 변하자 그 때가 좋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전의 평범한 삶은 기억나지 않고 단지 옷이라도 입혀주고 매트에서 자게 해주고 밥이라도 잘 챙겨주던 그 때를 그리워하는 비참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으으... 우으으으......"
피딱지와 진흙이 말라붙어 상처가 너무나도 욱씬거리고 아파왔기에 유정은 신음소리를 내면서 물이 고여있는 여물통으로 다가가서 그곳의 물에 상처를 집어넣었다.
"흐으으으으으으!!"
처참한 비명소리는 재갈에 가려져서 울려퍼지지 않았다. 유정의 상처를 도려내는 듯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으나, 아직 상처에 묻어 있는 단단하게 굳은 진흙은 떨어지지 않았다.
"흐으으!! 으으으으!!"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고통스러웠지만, 유정은 본능적으로 이 진흙, 세균 투성이인 이것을 조금이나마 닦아내지 못한다면 자신의 목숨이 멀쩡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면서도 자신의 팔뚝과 무릎을 이 더러운 물로 씻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은, 이곳 강금리의 공기가 맑아서 내린 비도 나름대로 맑았다는 것이었다. 이끼가 끼어있다고는 하지만 부패할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어서 유정의 상처는 처음 걱정보다는 깔끔하게 씻겨나갈 수 있었다.
"흐으윽... 흐으으윽..."
"음머어~"
진흙과 딱지가 떨어지고 피가 배어나오는 상처를 보면서 유정은 울었지만 이곳에서는 그 누구도 그녀의 울음소리를 들어주지 않았다. 지친 유정은 소의 변 흔적이 남아있는 바닥에 누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여물통에 반쯤 팔과 몸을 얹은 채 엎드려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야만 했다.
호준의 축사는 호준이 자리를 비우더라도 소들의 기본적인 사료나 물을 배급할 수 있는 자동화 설비가 되어 있었다. 이번에 유정이 들어오고 문을 닫으면서 비어있던 유정의 자리에도 소가 들어와 있는 것으로 센서가 판단하였고, 아침이 되자 고여있던 여물통이 기울어지며 물을 흘려낸다.
그리고 잠시 후, 여물통에 근처 펌프에서 퍼올리는 냇물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한다.
"......으으..."
여물통에 기대어 자고 있던 유정은 갑자기 물이 빠지는 소리와 여물통이 움직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지만 추운 곳에서 제대로 된 의복도, 바람을 막아주는 것도 없이 잠들어 있었기에 바로 몸살에 걸려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어제 상처를 닦아내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깨끗한 물이 다시 차오를 줄은 몰랐기에 더러운 물로 씻어내는 바람에 유정은 상처부위가 곪아오르기 시작했고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있어서 가장 큰 고통은 바로 굶주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