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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노예 (비오는 날) 28화

무료소설 축사노예: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조회 1,206회 작성일

소설 읽기 : 축사노예 (비오는 날) 28화

 

사과를 해서 상대방의 분노를 가라앉일 수도 있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은 반대였다. 영순의 부인이 평소에 했던 행실에서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사실 지금 상황은 더러워진 지금의 기분을 화풀이하기 딱 좋은 상황이기도 했다.

".....만혀..."

여성에게, 임산부에게 말도 안 되는 폭행이 가해지고 있었다. 얼굴에서 피가 튀고 이가 뽑혀 나올 정도로. 호준은 자신의 솥뚜껑만한 주먹으로 그녀의 얼굴을 있는 힘껏 후려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영순의 표정은 점점 참혹하게 구겨지더니, 결국 손을 들어올린 호준의 팔을 붙잡았다.

"그만혀!! 이 미친놈아! 그만 혀라고!!"

"시발! 너 많이 컸다! 지금 너 좋으라고 해주는 거니까 가만히 있어!"

이미 분노해서 눈이 뒤집힌 호준에게 한 방 얻어맞고 나가 떨어진 영순.

예전부터 그러했다. 겉으로는 친구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영순은 호준에게 절대 반항할 수 없었다.

호준이 정해진 선까지만 영순은 접근할 수 있었고, 그 선을 넘거나 아니면 호준의 기분이 나쁘면 영순은 그냥 얌전히 그에게 당해야만 했다.

어차피 호준과 영순, 단 둘 밖에 없는 이 강금리에서는 호준이 절대적인 강자였고 영순은 그를 이길 수 없었으니까.

보기 좋은 달콤한 단어, 이 마을에 남은 젊은 두 청년이라는 말만 남아있지 실제로 영순은 호준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시발 놈아! 내 마누라 건드리지 말라고!!"

하지만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영순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공포를 이겨낼 수가 있었다.

지금 상황에 떨어진 영순에게 있어서, 자신의 부인의 배에 다른 놈의 애가 들어있다거나, 지금까지 속였다거나, 다른 여성단체랑 짜고 자신과 이혼하여 재산을 뜯어낼 생각을 한다는 내용은 이미 머리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의 가장 소중한 부인이 지금 저 미친 놈에게 얻어맞고 있었으니까!!

"으아아아!!"

영순은 5살 때, 호준에게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을 때처럼 호준을 향해 양 주먹을 쥐고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자신의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같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아이와 자신의 부인을 지키기 위한 필사적인 발버둥이었다.

"이 새끼가 감히?"

하지만 호준이 뒤로 돌아서 영순의 턱을 올려치자 영순은 아무 것도 못하고 자신의 혀를 씹어버렸다. 5살 이후 제대로 싸우는 시늉조차 해보지 않은 영순, 일반적인 사람보다 농사를 지어서 근육은 발달했다고 하지만 그것은 호준도 마찬가지인데다가, 기본적인 심리 자체가 달랐다.

영순은 사람을 때린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지금 자신의 부인을 건드리지 못하게 막으려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호준은 사람을 팬다는 일, 그러다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황에 처한다 해도 전혀 망설임이 없을 사람이었다.

"등신 새끼가!!"

이제 목표는 바뀌었다. 호준의 분노가 영순에게 향했고, 영순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으로 얻어터지고 있었다.

처음 주먹에 혀를 물어버리는 바람에 입에서 피가 줄줄 새어나오고, 콧잔등이 주저앉고 눈을 얻어맞아 부풀어오르기 시작했지만 호준은 주먹질을 멈추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덩치차이가 나고, 덩치 차이보다 큰 것은 역시 싸움을 하면서 임하게 되는 마음가짐이었다.

"커헉!!"

결국 피를 토하고 쓰러진 영순. 호준의 몸은 격렬한 움직임으로 인해 빗방울 사이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우으으으......"

앞니가 부러진 채로 배를 감싸고 있는 영순의 마누라를 보면서 호준은 자신의 발을 들어올렸다.

"아, 안 돼!"

하지만 영순이 그 상황에서도 필사적으로 기어와서 자신의 부인의 배를 몸으로 가렸고, 호준은 그대로 영순의 등을 잘근잘근 짓밟았다.

"큭! 크윽!"

아까 갈비뼈를 얻어맞아서 금이 갔는데도 불구하고 영순은 어디서 그런 독기가 났는지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조금만 세게 때려도 아프다면서 질질 짜고 호준에게 봐달라고 할 텐데, 지금은 호준이 장화신은 신발로 걷어차도 억지로 버티면서 자신의 부인을 지키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호준이 인상을 찌푸린다. 단순히 영순이 자신에게 반항하는 일을 가지고 불만을 가진다고 보기는 힘든, 무언가 복잡한 심경이 가득 담겨있는 표정이었다.

"호구 병신 새끼... 퉤! 니가 뻐꾸기냐? 남의 새끼 애를 밴 그딴 년을 데리고 살게?"

"이 시발 새끼야! 내 마누라 욕하지 말라고!!"

"이 새끼가......"

"이이이익!!"

영순은 호준에게 상대가 되지 않았다. 영순도 강금리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운동부족인 현대인들보다는 나름대로 신체능력이 좋고 힘이 센 편에 속했지만, 노동을 할 때 사용하는 근육과 사람을 팰 때 사용하는 근육은 전혀 달랐다.

그리고 호준은 단순히 농사를 할 때 쓰는 근육만이 아니라 사람을 팰 때 사용하는 근육도 발달되어 있었고, 키나 덩치... 아예 체급이 1단계도 아니고 2단계는 차이가 날 정도로 호준은 영순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피를 흘리고 눈이 풀려가면서도 영순은 지키고 있었다.

"병신 호구새끼야!!"

악에 받쳐서 소리를 지르는 호준을 보면서 영순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등신새끼! 평생 그렇게 살아라! 한국에 와서 말도 배울 생각도 없고! 너 같은건 좋아하지도 않고 뱃속에는 다른 놈 애를 달고서 너한테 사기친 썅년이랑 같이 평생 살아라!!"

"시... 시발..."

거의 울듯이, 아니 절규하듯이 영순이 소리쳤다.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여!!"

"등신새끼!"

호준은 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오는 상태로 몸을 돌렸다.

아니꼬웠다.

보고 있다보면 구역질이 올라오고 속이 뒤집히는 것만 같아서 호준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몸을 돌렸다.

* * *

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이제는 조금씩 쿠르릉거리면서 번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번 소나기는 금방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 있었다. 우비를 입고 일하던 강금리의 사람들도 다들 집으로 돌아가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할머니들은 급하게 이불과 옷을 걷어들이고 있었다.

"비 많이 오네......"

유리는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다가 밖에서 쏟아지는 빗소리가 신경이 쓰여 TV를 끄고 밖으로 나왔다.

마치 하늘에 구멍이 뚫리기라도 한 것처럼 쏟아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유리는 예전의 일을 떠올렸다.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정은 비가 싫어서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고, 유리는 반대로 우비에 장화를 신고 나가서 물 웅덩이를 밟으면서 놀았다.

그러다가 엄마한테 혼나고, 울면서 언니 방에 들어가고......

'어디에 있는 걸까'

이제는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한국처럼 안전한 국가에서, CCTV가 널려있어서 마음먹고 숨으려고 해도 숨기 힘든 현실에서 이렇게 사라져있다니.

차라리 어떤 남자와 눈이 맞아서 사랑의 도피를 했다, 아니면 유리가 보기 싫어서 더 이상 세상에 구애받고 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생각했다면 모르리라.

'이 개자식은......'

하지만 그녀를 찾는 것은 오직 부모님과 유리밖에 없는 것 같았다. 직장 동료들은 프로젝트를 하다가 잠수탔다고 화를 내고 있을 뿐이었고, 남자친구는 유리가 출발하기 직전에 바람을 피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어릴 때에는 좋아하던 오빠였지만 그 모습을 보고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나미가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어디에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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