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학교 (운명) 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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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67회 작성일소설 읽기 : 노예 학교 (운명) 22화
선하가 점점 무너져가고 있다는 건 명백했다. 피부는 온통 쓸려서 군데군데 피가 났고, 눈에 띄게 부어오른 부분도 많았다. 저건 분명히 피멍이 될 것이다. 낙인처럼…….
“아하하하하. 누가 죽였니? 멀쩡하게 살아 있잖아. 얘 정말 웃긴 애네. 자, 얼른 씻고 돌아가기나 해.”
안타깝긴 하지만 유정은 선하가 원하는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고개까지 젖히고 아주 재밌다는 듯 깔깔 웃는 유정을 잠시 멍하니 보던 선하는 비틀비틀 일어나서 욕실로 들어갔다. 물소리가 들렸지만 유정은 따라가지 않았다. 지금 선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유정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거울을 깨고, 그 유리로 목을 그어버리면 된다. 편해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 충동은 강렬할 것이다. 더 나아진다는 희망 따위, 실은 어디에도 없으니까.
그러나 선하는 씻는다고 깨끗해지지도 않을 몸을 기계적으로 샤워한 뒤 비척비척 나왔다. 아직도 눈물은 흐르고 있었지만, 입은 다문 채였다.
유정은 선하를 11기 공용 감옥으로 데려다 놓고 곧 사라졌다. 넋이 나가 울고 있는 선하를 혜영과 상미가 번갈아 보다 귓속말을 했다.
“쟤 공사가 제대로 안 되나 봐요? 내가 저 얼굴 저 몸매면 진작 공사 따서 나갔겠구만.”
“그러게? 저러다 확 돌아서 죽는 거 아냐?”
속닥거리던 두 사람이 선하를 툭툭 건드렸다. 어깨를 두드리고, 발끝으로 발목을 건드려보기도 했다. 그러나 선하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뭐해요.”
조금 늦게 돌아온 윤주가 그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선하는 최대한 몸을 웅크리고 무릎을 끌어안은 채 멍한 얼굴로 눈물만 줄줄 흘리고 있었고, 혜영이 발을 뻗어 선하의 발목을 툭툭 차고 있었다. 상미는 선하의 어깨를 건드리다가 재미가 없어졌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다.
“왔어? 공사는 잘 돼? 얜 돌았나 봐. 아예 반응이 없네.”
공사는 창녀들의 은어로, 돈 좀 쓰는 손님의 현지처나 첩 노릇을 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가게는 나가지 않고 그 손님의 상대만 하게 되고, 가끔 정식으로 계약서까지 쓰기도 했다. 윤주가 알기론 혜영은 그런 업계에서 오래 살았던 여자고… 상미는 혜영한테 그 말을 배운 것 같았다. 상미는 밖에서 몸을 안 팔았다고 하니까.
여기서 손님을 잡는 건 그것과 조금 차이는 있지만… 결국 비슷한 짓이니 그런 단어를 쓰는 듯했다. 그러나 윤주는 창녀 같은 그 단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하야? 이선하.”
상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윤주는 한숨을 쉬며 선하 옆에 앉아서 선하를 흔들었다. 멍한 선하를 보다 못해 끌어안아 보기도 했지만, 그래도 선하는 반응이 없었다. 문득 겁이 덜컥 났다.
“너도 참 미련하다. 솔직히 난 민지 대신 얘가 죽었어야 한다고 봐. 내일 수업까지 정신 안 돌아오면… 교관이 가만 있겠어? 좀 상냥한 교관이면 사형장 데려가 줄 거고, 장 교관 같은 미친개면 그냥 쳐죽이겠지.”
“너 그거 알아? 여기서 죽으면 지하에 화장터 있다? 우린 가족이 없으니까 뼛가루라도 돌려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호적도 없어졌겠다, 어차피 너나 나나 쟤나 우린 전부 거기서 활활 탈 운명이야.”
윤주는 빈정대는 그녀들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들으며 선하의 등을 두드려보고, 뺨도 톡톡 쳐봤지만 선하의 눈은 텅 빈 채 윤주를 인식하지 못했다.
“…선하야…….”
불안하고, 무섭고,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참담한 심정에 시달리고 있어도 시간은 흘렀다. 다시 아침은 왔고… 선하는 그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자 부풀어 오른 상처는 하얀 피부에 얼룩덜룩 피멍으로 남았다. 피도 멈추고, 눈물도 말랐지만 선하의 눈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윤주는 선하가 무척 걱정됐지만… 찾아오는 교관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선하를 데리고 간 건 오늘도 진태였다.
“…선하야?”
선하의 상태가 이상한 걸 깨달았는지, 진태는 선하를 구석에 있는 교실로 데려갔다. 진태는 등을 돌리고 최대한 카메라의 사각에서 자리 잡은 채 선하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그러나 그래도 선하는 힘없이 흔들릴 뿐이었다. 진태의 마음도 점점 다급해졌다.
어쨌든 이 시간에는 선하를 눕히고 다리를 벌리고, 제모하고… 음부를 검사하고, 상태를 체크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죄수를 희롱하는 것 정도는 묵인하고 있으니까… 조금은, 아직 조금은 시간이 걸려도 괜찮을 것이다.
진태는 일단 선하를 밀어 눕혔다. 그러나 다리를 벌리기도 전에 선하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터졌다.
“…시, 싫어…….”
“…선하야?”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하의 눈에 빛은 돌아왔다. 하지만 선하의 정신은 한계에 달해 있었다.
“선하야, 정신… 정신 차려. 괜찮아, 응?”
“저 좀… 저 좀 살려주세요. 저는… 저는 진짜 억울해요, 전… 흑… 으흑…….”
“…선하야. 그건…….”
“나 믿어준다고 했잖아요. 으흑… 흑, 어흑……! 저, 저 왜 이래야 하죠? 나는… 나는 정말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선하의 목소리가 커지자 진태는 허둥지둥 어쩔 줄을 몰랐다. 선하의 커다란 눈에 눈물이 고이고 그게 뺨을 타고 뚝뚝 떨어졌다.
“저, 저 못하겠어요. 저 여기서 나가고 싶어요. 저는… 전… 저 좀… 저 좀 살려줘요. 제발…….”
쾅!
그때 교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장 교관과 유정이었다. 그리고 두 명의 교관들이 더 있었다.
“내가 너 이럴 줄 알았다. 진작 저 썅년이랑 엮이지 말라니까, 꾸역꾸역 할 수 있다고 지랄하더니…….”
장 교관은 불쾌한 얼굴로 내뱉으며 진태에게 손짓했다.
선하는 자세히 몰랐지만… 진태는 지금 매우 입장이 좋지 않았다. 진태가 선하를 봐주고 있다는 건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 있었다. 최소한 장 교관이 경고했을 때라도 선하에게서 떨어졌어야 했다. 다른 죄수의 교육에 참가하거나, 그 외의 근무로 돌릴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그렇지만 진태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선하는 다른 교관들의 수업을 다 버틸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래서 되도록 옆에 있으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고, 최대한 선하가 학대당하는 시간을 줄여왔다.
그리고 거기 더해 에이스 소리 듣는 윤주까지 선하를 비호했기 때문에 그동안 선하는 버텨왔던 거였다. 운이 좋다면 좋고, 어쩌면 운이 나쁘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진작 죽었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테니까.
장 교관의 저 손짓은 마지막 기회였다. 지금 선하를 버려두고 장 교관 쪽으로 가야 했다. 하지만 진태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두 명의 교관이 다가와서 선하를 잡으려고 하자, 그 앞을 막아서기까지 했다. 장 교관의 얼굴은 더욱 험악해졌고… 유정의 미소도 아주 환해졌다.
“너 거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죽는다.”
“…아침 일과일 뿐입니다. 수업도 할 거고.”
장 교관은 입을 다물었지만, 이번엔 유정이 헤죽헤죽 웃었다.
“있잖아… 진태야. 걘 죽은 사람이야. 제 손으로 각서도 썼어. 쟤가 여기 온 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저딴 소리나 하고 있어? 한두 번은 봐줬지, 사형수는 누구나 자기는 아무 짓도 안 저질렀다고 하니까. 근데 쟨 진짜 돌아버린 것 같네? 위험해, 위험해. 게다가 거기 홀랑 넘어간 허진태 교관은 더 위험하고.”
유정도 선하가 정말 아무 짓도 안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진짜 무죄라면, 선하는 너무 많이 와버렸다. 이 학교를 유지시키기 위해서라도 선하는 죽어야 했다. 젊은 교관이 거기에 휘둘리는 것도 위험한 일이었다. 유정은 명령을 받았다. 최악의 경우에는… 둘 다 영영 입을 다물게 해야 했다. 목숨을 앗아서라도.
장 교관은 군인 출신이었고, 비록 불미스러운 사유로 이 학교에 좌천됐지만… 아직 총을 상비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다. 죄수를 다루는 것처럼 진태의 신체를 심하게 훼손시키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장 교관은 몹시 불쾌한 기분으로 총을 꺼냈다. 이 학교의 여자를 몇 명 죽여도 기분이 더럽진 않지만, 교관을 죽이는 건 장 교관도 태연할 수는 없는 기분 나쁜 '일'이었다.
여러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교차하는 그 순간, 진태를 밀어낸 건 선하였다.
“선…….”
“재수 없네.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
진태도 유정도 입을 다물었다. 선하의 입술은 파르르 떨고 있었지만, 그녀는 이제 울지 않았다.
“타깃을 잘못 잡았나 봐요. 좀 더… 돈도 있고, 힘도 있는 사람을 택해야 했는데.”
“…….”
“이 남자 정말 아무 힘도 없어요? 하긴, 이렇게 된 걸 보니 없겠지. 저 수업 받을 수 있어요. 그나저나 좀 안 됐네요, 한 번 끝내주게 대주지도 않았는데. 지금이라도 할까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선하의 필사적인 연기를 믿었을까? 선하의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차분했다. 선하 본인조차 자기가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선하의 그 말을 믿는 사람도 있고, 반신반의하는 사람도 있고… 하나도 안 믿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아무 의미는 없지만…….
장 교관은 그 공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선하의 행동은 현명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선하가 이러지 않았다면… 장 교관은 어쩔 수 없이 진태를 쐈어야 했을 테니까.
그러나 장 교관은 총을 거두지는 않았다.
“씨발, 이년들은 다 싸이코라니까……. 인정하는 거지? 네가 존속살해에 방화까지 저질렀고, 사형 받을 만했고, 그런데도 죽긴 싫어서 여기 왔고… 앙큼하게 저 새끼 꼬셔서 어찌해보려고 했던 거.”
“네.”
“그럼 벌 받아야지, 개년아.”
진태는 선하에게 밀려난 채 총구 앞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선하의 눈을 보니 입을 떼기도 힘들었다. 진태는 급히 유정을 돌아보았지만… 유정도 쓰게 웃으며 고개를 살짝 저을 뿐이었다.
두 교관이 선하의 몸을 잡았다. 그들은 알몸의 선하를 난폭하게 붙잡은 채, 젖가슴과 음부를 쿡쿡 건드리고 유두를 세게 비틀었다.
“으… 악, 악!!”
두 명의 남자가 이미 피멍이 들어 엉망인 선하의 살갗을 장난처럼 건드려대다가, 교실의 캐비닛을 열었다. 남자들이 가져온 건 빨래집게였다.
공포감이 등골을 타고 달렸다. 히죽히죽 웃던 남자들이 선하의 유두에 집게를 물렸다. 젖꼭지가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강렬한 고통이 밀려왔다.
“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