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학교 (너는 아직도 살고 싶어?) 16화
무료소설 노예 학교: 보고 들으면서 쉽게 읽는 소설감상
작성자 무료소설 조회 1,031회 작성일소설 읽기 : 노예 학교 (너는 아직도 살고 싶어?) 16화
거기 서 있는 게 유정이라는 걸 알자 선하는 갑자기 설움이 왈칵 밀려왔다. 어린애가 엄마를 발견하고 나서야 우는 것처럼 유정이 도와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고, 곧이어 아직도 이런 생각이나 하는 자신이 한심해져서 더 눈물이 났다.
이 남자는 어차피 유정보다 높은 사람인 것 같으니 유정이 도와줄 수도 없을 텐데.
유정은 거의 습관적으로 헤죽헤죽 웃고 있었지만, 그런 선하의 체념은 알지 못한 채 선하의 상태를 보며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었다.
선하는 장 교관의 손에 목줄이 잡혀 있었고, 네 발로 엎드려서 반쯤 질질 끌려가느라 엉망진창이었다. 앳된 얼굴에서 눈물은 떨어지고, 그 얼굴과 가슴에는 정액이 그대로 말라붙어 있고… 맞은 흔적이 역력한 울긋불긋한 피부에, 무리하게 오래 기어서 후들후들 떨리는 팔다리…….
‘사람 취급 안 하는 거야 익히 알았지만… 정말 좆 같이 구네, 개새끼가.’
복도다 보니 사방에서 흥미진진하게 흘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벌벌 떨면서 얌전히 엎드려, 눈물을 꿀꺽꿀꺽 삼키는 선하에게서 눈을 뗀 유정은 장 교관을 돌아봤다.
“얼굴이 좋은가요? 다 장 교관님 덕분에…….”
장영철, 그는 유정의 기수를 담당했던 교관이었다.
미친년이라는 소리를 듣는 유정의 웃음 뒤에 있는 울분을 눈치챌 정도로 사형수들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유정에 관해서라면 같은 교관 명찰을 달고 있는 지금도 변하지 않고…….
“이 썅년이… 니가 이 모양이니까 11기 애새끼들도 멍청한 거 아냐!”
퍽!
자기가 교육시키던 때와 똑같이, 죄수 취급이었다.
장 교관이 주먹으로 유정의 얼굴을 후려갈기자, 유정은 휘청하며 바닥으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자기 옆으로 유정이 나동그라지자 선하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하얗게 질렸다.
유정은 장 교관의 손에 죽어버린 동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유정은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바닥에서 꿇어앉더니 장 교관의 발밑으로 기어가서는 그를 올려다보며 헤죽헤죽 웃었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유정이 자신을 부르는 호칭이 바뀌자, 장 교관은 흐흐 웃으며 유정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었다.
“그래, 이 미친 암캐년… 얘네 기수는 말이야… 내가 담당했으면 이미 다 죽었을 거야. 하여간 죽을 년이 하니까 제대로 돌아가질 않잖아, 응? 야, 유정아. 보지는 축축하냐?”
유정은 장 교관의 다리를 매만지며 천천히 일어나서 다리를 벌렸다. 장 교관은 유정의 치마 안으로 손을 넣더니 음부를 난폭하게 더듬어댔다.
“이년이 좆 받아내다가 쳐웃을 때는 돌아버린 줄 알았더니… 하긴, 미치긴 미쳤지. 야, 좋아? 좋냐고.”
“하아, 응… 읏… 아, 좋아요… 보지 좋아요. 아앙……!”
선하는 무심결에 눈을 살짝 들어, 장 교관의 손가락이 헤집어대는 유정의 음부를 봤다.
그건 몹시 음란한 광경이었지만… 어쩐지 선하는 알 것 같았다. 유정은 입에서 뱉는 것처럼 느끼고 있지 않았다. 빨리 이 남자의 옆에서 떨어지고 싶어서 괴로워하는 유정의 심정이 왠지 자기 것처럼 절절하게 느껴져 왔다.
“내가 이선하 잘 교육시켜줘서 고맙지? 응?”
“으응, 응! 응, 하아… 흐… 고, 고맙습니다… 아앙, 응… 좋, 좋아요……!”
“근데 씨발, 왜 불만인 것 같은 얼굴이야?! 쌍판을 확 갈아버릴라…….”
유정은 장 교관의 어깨에 손을 짚고, 다리를 벌려 그가 음부를 헤집기 좋게 자세를 취해주면서… 장 교관이 보지 못하게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점점 표정이 싸늘하게 식어갔다.
이 남자 앞에서만은 미친년처럼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죽고 싶었던 기억이 자꾸 되살아난다.
자꾸 음부가 따갑고 쓰리고, 하나도 젖지 않아서… 애써 음탕한 생각을 반복했지만… 몸은 저절로 이 남자를 거부했다.
“아니요, 응… 아니에요, 주인님. 어차피 시험도 봐야 하는데… 성적 나쁘면 다시 교육 부탁… 하아……! 부탁드릴 테니까, 마음대로… 마음대로 하세요.”
“아무튼 씨발년이… 말은 잘해. 이년이 제대로 안 하면 네가 책임지는 거지?”
유정은 이를 악물었다.
간신히 고개만 끄덕이자, 장 교관은 키득키득 웃으면서 선하의 목줄을 유정에게 건네더니 돌아서 버렸다.
“기대해야겠네, 김유정. 무서우면 오늘 밤에 내 방에 홀딱 벗고 찾아오던가.”
“헤… 저는 여기서도 괜찮은데.”
유정은 헤죽헤죽 웃었고, 장 교관은 음흉한 얼굴로 멀어졌다.
장 교관이 사라지자, 유정은 선하의 목줄을 잡아당겼다.
“일어날 수 있겠니…….”
선하는 비틀비틀하면서 몸을 일으켰다. 유정은 평소와 똑같은 얼굴이었지만, 선하는 그 얼굴이 이젠 처음 만났을 때의 미친년처럼 보이지 않았다.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
“후훗… 너 정말 골치 아프다. 뭘 잘했다고 질질 짜고 있니…….”
“죄, 죄송합니다…….”
“장 교관은 말이야… 내 가장 친했던 동기를 내 눈앞에서 죽였거든? 이렇게… 주먹으로 얼굴을 치다가, 목을 졸라서…….”
선하는 말문이 막혔다. 가슴에 턱하고 돌덩이가 날아든 기분이었다.
“그리고 시체에 대고 좆을 휘두르는데… 죽었으니 젖을 리가 없잖아? 그게 화난다고 더 미친놈처럼 좆질을 하는데… 박을 때마다 그 새끼 물건은 피랑 살점이랑… 오물투성이가 되어서… 아하하하하! 그리고 나한테 그걸 빨라고 하더라고? 아, 그거 참 토 나오는 맛이었는데. 후훗…….”
유정은 눈을 크게 뜨고 떨고 있는 선하의 뺨을 쓰다듬더니, 다짜고짜 선하의 뺨을 후려갈겼다.
장 교관에게 너무 맞았던 선하는 유정이 때리는 것 정도는 둔탁한 충격 정도로 느껴질 뿐, 별로 고통스럽지도 않았다. 그러나 왠지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자 뺨이 따끔따끔 바늘에 찔리는 것처럼 몹시 아팠다.
“그냥 너를 내가 죽여 버려야… 나라도 살겠다, 이 빌어먹을 년… 하필 장 교관한테 찍히고 그래. 그 새끼한테 찍히고 여태 살아 있는 건…….”
“…….”
“나밖에 없는데.”
유정은 미친 듯이 웃으면서 선하의 목줄을 풀었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선하를 데리고 올라가면서, 유정은 쇠창살이 박혀 있는 밖을 잠시 돌아봤다.
“…나는 오늘 밤에 그 새끼의 방으로 갈 거야. 너는… 아직도 살고 싶어?”
선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유정은 선하의 목걸이와 자신의 목걸이를 툭툭 쳤다. 그녀가 여전히 웃는 얼굴이라서… 선하는 도무지 웃을 수가 없었다. 유정의 웃음은 몽땅 눈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훗… 나는 아직 살고 싶은데.”
수업이 끝난 사람들이 모이는 11기 단체 방에 다시 밀어 넣어지면서, 선하는 유정을 돌아봤다.
“자, 그럼 내일은… 11기 중간 성적 점검. 그러니까 시험. 잘 좀 해, 이선하. 잘해도 장 교관은 트집 잡을 텐데… 못하면 완전 너나 나나… 끝장이라고. 아하하하하.”
유정은 평소보다 더 즐겁게 웃었다. 선하는 또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훌쩍훌쩍 울었다. 수업이 끝나고 넋이 나가 있거나 우는 사람들은 많았기 때문에, 이제 선하가 구석에서 숨죽여 흐느끼는 걸로 질타가 날아오지는 않았다. 사실 그럴 기력이 없는 거다. 서로에게 시비를 걸거나 화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면 아직 괜찮은 거였다. 사람이 죽어 나가서 군데군데 비어 있는 이곳에서는 자신의 슬픔을 해소하기도 벅차하는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괜찮아?”
“언니…….”
새삼스럽게 우는 선하에게 말을 거는 건 윤주밖에 없었다. 선하보다 조금 더 늦게 돌아온 윤주는 몹시 지친 얼굴이었지만, 우는 선하의 뺨을 쓰다듬더니 선하를 끌어안았다.
“언니, 내일… 시험이라는데…….”
“응, 들었어. 괜찮을 거야.”
시험은 윤주도 처음이었다. 별다른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할 말이 끊기자, 선하는 오늘 당한 일이 다시 떠올라서 자꾸 눈물이 흘렀다.
…유정은 장 교관과 자러 간 걸까?
미안하고 괴로웠다.
“오늘 힘들었지? …장 교관이 지독한 놈이라…….”
“…괜찮아요… 저보단…….”
선하는 윤주에게 더듬더듬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했다. 윤주는 무심결에 유정도 교관이니 너무 믿지 말라고 할까 했지만… 선하의 말간 눈을 보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훌쩍훌쩍 우는 선하를 끌어안고, 윤주는 눈을 감았다. 이대로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조금 들었다.
아침 일과를 마치고, 알몸으로 일렬로 서자 유정이 나타났다.
유정은 목에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채로, 아직도 다리가 떨려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하아, 아아. 내가 어제 너무 뜨거웠다 보니 목소리가 잘 안 나오네. 후훗… 자, 얘들아. 가자. 지하.”
선하는 험한 짓을 당한 것 같은 유정도 걱정됐지만, 시험이라더니 지하로 가는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어리둥절했다.
호기심과 경멸이 섞인 시선을 따갑도록 받으면서 지하 무대에 올라갔더니, 이미 손님들은 드문드문 차 있었다.
떠드는 소리를 듣다 보니 오늘은 주말인 것 같았다. 날짜 감각이 사라져서 어느새 세지 않았는데…….
“자… 그럼 전부 무대 위에 일렬로 서. 시험은 단체로 칠 거니까.”
선하의 옆에 어느새 윤주가 서 있었다. 관객들의 시선이 무대 위로 향하자 수치심에 얼굴이 붉어졌다. 알몸의 여자들을 흘끔대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니… 정육점에 진열된 고기가 된 기분이었다.